본인의 일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본인이 맡은 일에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이 사람들은 일 자체를 무겁게 여기지 않으며, 순간의 몰입과 집중을 쏟아부은 후 일이 끝나면 다시 빠져나올 줄 아는 사람이다. 또 하나는 그 역할이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맡은 일에 과몰입하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그 과몰입으로 인한 도가 지나친 책임을 짊어지고, 한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책임감의 정의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각자의 ‘책임감’ 속에서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사회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을 좋아하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곧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회사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가장 많이 쓰는 문장이 ‘저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입니다’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책임감’이라는 프레임을 자신에게 씌워 스스로 힘겨워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앞서 언급한 일에 몰입하는 사람 중 두 번째 유형이다. 과도한 책임감이 지나친 죄책감을 유발하고, 지나친 죄책감이 다시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는 책임
선택의 순간은 언제나 무섭다. 선택의 순간에서 나는 대부분 완전한 하나를 고르기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일부만 가져가더라도 최대한 두 가지를 모두 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곤 했다. 그러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얻을 때가 많았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지만 오롯이 선택했을 때 감당해야 할 책임의 크기가 두려웠고, 한 번의 선택이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영향을 줄까봐 무서워서 쉽게 고치지 못하던 안 좋은 버릇이었다.그리고 작년 한 해 경북대신문의 편집국장을 맡게 됐다. 편집국장을 한 단어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않고 ‘선택’이라는 단어를 고를 것이다. 기자로 기사를 쓸 때는 신문을 한 번 발행할 때 얼마나 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존재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기사를 잘 쓰고, 조직을 잘 이끌면 될 줄 알았던 편집국장의 자리는 모든 업무가 선택의 연속이었다.신문 발행의 과정은 일단 기사 아이템 선정으로 시작한다. 기자들과 다음 호 신문에 넣을 기사 아이템을 찾고 회의를 해서 기획서를 만든다. 아이템도 함께 찾고 의견도 함께 나누지만 기획서에 넣을 아이템을 선택하고 기사 가치에 따라 배치를 결정하는 건 최종적으로 편집국장의 몫이다.
경북대신문에 기자로서 이름이 실리기 시작한 첫 호인 1627호의 발행일은 5월 6일이었다. 아직도 그날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마지막 호인 1648호를 마무리 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일은 끝마무리를 잘해야 진짜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난 지금 경북대신문 국장으로서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19학번 신입생으로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경북대신문이라는 조직에 들어온 것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경북대신문에서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사회생활과 조직생활을 미리 경험한 것은 인생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처음에 들어와서 일을 배울 때는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참고 견디면서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다. 힘든 일에 지쳐서 경북대신문을 나가는 동기들을 보면서 나 또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하면 거짓말 일 것이다. 수없이 흔들리고 또 흔들렸지만 그 마음을 바로 잡은 이유는 나까지도 나간다면 남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질까봐 차마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버티고 더 악바리처럼 버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같이 일했던 동기들은…
‘안녕하십니까? 경북대신문 편집국장 김동호입니다.’ 오늘도 이 인사말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경북대신문의 이미지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스를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구성원을 괴롭히는 악습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그런 악습을 목격하고 지적이라도 하면 ‘네가 속한 곳도 아닌데 왜 그래?’라며 경계하듯 울타리를 치고 치부를 가리려고만 한다. 어떤 조직이든 관행적으로 해온 악습이 남아 있다면 외부인이라 할지라도 마땅히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건강한 조직이라면 그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지어 구성원이 활동하면서 보고 겪은 악습을 알리면 개선하기는커녕 ‘조직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자’라고 덮어씌우며 그 내부고발자 찾기에 급급하기도 하다. 아무리 그들을 찾아 없앤다 해도 곪아있는 조직이 치료되진 않는다. 높은 자리에 위치한 이들이 곪은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고 그것을 인식하고서도 본인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데 급급해 곪아가는 조직을 개선하려 하지 않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나 또한 경북대신문이라는 조직의 편집국장이라는 위치에서 여러 기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혹시 조직 내에서 직위의 차
본교 생활관에 산 지도 만 3년이 다 됐다. 첫 생활관이었던 긍지관.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 4명이 개강 첫날 방에서 처음 만나 어색해 하며 문화관 식당에서 아침을 먹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두 번째 생활관이었던 진리관. 운 좋게 진리관에서 가장 넓은 3인실에 배정됐고, 입담 좋은 형들을 만나 자기 전마다 방에는 웃음이 넘치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향토관의 조용한 새벽이 지나가고 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초반 대학 생활에 생활관은 포근한 보금자리가 돼 줬다.그러나 최근 본교 생활관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 내내 제기됐던 제44대 ‘위더스’ 관생자치회에 관한 논란과 이에 대한 관생회 회장의 무책임한 답변은 많은 관생들을 마음 상하게 했다. 관생회는 첨성관 소송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관생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쪽문 확장 문제는 관생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했다. 지난달 13일 첨성관 지하식당에서 열린 관생총회에서 관생회 회장은 관생회칙 위반 등 논란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관생회 회장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올해 관생회가 해온 업적들을 관생에게 설명하기에…
“못생긴 동물은 귀여운 동물보다 멸종 위기에 처할 확률이 높다” 트리시 플레밍 교수가 동물학술지 매멀 리뷰 저널(Mammal Review Journal)에 게재한 논문의 일부다. 플레밍 교수에 따르면 실제 귀여운 동물과 관련된 논문의 수가 못생긴 동물과 관련된 수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귀여운 동물에게 투자되는 자본이 못생긴 동물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야생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물리적인 강함으로 생존이 결정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동물이 인간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다소 소름 돋는다. 인간의 외모지상주의가 동물에게, 어쩌면 인간보다 더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한 보도에 따르면 포메라니안 견종의 유기견 수가 최근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행 따라 개를 키우다가 시간이 지나 개가 예뻐 보이지 않으니 길에 내던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처음에는 화가 나더라도, 그 후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들은 동물을 왜 키우는 걸까?’, ‘동물이 단순히 귀여워서 키우는 것이 아닐까?’물론 처음에는 동물의 외모를 보고 키우다 그 이상의 애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못생긴 동물은 애초에 거들떠도
1798년,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인구의 힘은 인간을 위해 식량을 제공하는 지구의 힘보다 훨씬 크다. 억제되지 않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한다. 따라서 인구 증가는 식량의 증가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 인구는 식량보다 증가 속도가 월등히 빠르며, 인구를 억제하지 않으면 대규모 식량 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시 『인구론』은 큰 파장을 일으킨 가설이었다. 『인구론』은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주기도 하고, 아돌프 히틀러에게 유대인 학살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물론 출산율이 소수점까지 떨어진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인구론』은 터무니없는 이론이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하며 식량 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데 비해, 출산을 위한 환경과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출산율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인구론』의 관점에서 보면 식량 부족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고, 복지국가의 개념도 부정할 수밖에 없다. <설국열차>,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의 작품도 『인구론』을 배경으로 하며, 최근까지 흥행하는 <어벤져스>의 ‘타노스’라는…
지난 1월 구독자 50여 만 명의 인기 유튜버 채널이 운영정책 위반으로 영구 정지당했다. 이 유튜버는 시사, 사건·사고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본인의 채널에 게재했다. 그가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안 혹은 인물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과 혐오 때문이었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페이스북에서 이와 비슷한 방식의 게시글로 80여 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기도 했다. “입학할 때 부모님 가슴이 무너졌는데 건물마저 무너지네”이는 지난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한 대학교의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영상과 함께 그가 쓴 페이스북 게시글이다. 이렇게 눈살이 찌푸려지는 욕설과 혐오 표현을 게시물에 도배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더 열광했다. 팔로워(구독자) 수가 이미 그것을 증명했고, 실제 게시물의 댓글들 역시 그의 혐오에 동조하는 내용이 많았다. 여기에는 화려하고 논리 있어 보이는 그의 언변과 자신의 주장에는 오류가 없다는 식의 당당함도 한몫했다. 심지어 이런 콘텐츠를 베껴 새로운 채널을 만드는 유튜버도 생겼다.물론 이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격 당한 이들 중 일부는 그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고소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