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국내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로운 희곡 <심판>이 출판됐다. 사람들이 죽은 후에 가는 사후세계에서 충실하게 살았는지 심판받게 된다는 이 희곡은 과연 충실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또한 심판을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 과정은 우리가 실제로 심판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며 지금까지의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면 <심판>에 나오는 대사들을 통해서 충실한 삶이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자. 당신은 당신의 재능을 어떻게 썼죠? 전혀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형... 아니, 다시 말해 삶의 형을 구형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을 꿈꿀 것이다. 직업적인 성공, 금전적인 성공, 명예적인 성공 등등. 여기, 우리 기준에서 충분히 성공적인 삶을 산 ‘아나톨 피숑’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피숑은 자신을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아내에게 충실했고, 좋은 가장, 좋은 가톨릭 신자, 좋은 직업인>으로 멋지게 살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사후세계의 심판에서 최고의 형벌을 선고받는다. 검사는 피숑의 평가에 대해 왜 좋은 인생이 아니었는지 죄목을 낱낱이 밝힌다
철학에서 리얼리즘이란 사물의 실재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리얼리즘의 개념이 현 세계의 모사라는 예술적 개념으로 전환되는 것은 근대 이후이다. 당대의 실증주의로 표방되는 경향은 사실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당연하게도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일으켰고, 예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리얼리즘은 한계에 부딪혔다. 예술 속 세계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진이 발명됨에 따라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회화는 경쟁력을 상실해갔고 수많은 화가들은 도대체 무엇이 사실적인 그림인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오늘날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리얼을 찾아가는 여정 속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타란티노는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에서부터 보다 리얼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는 리얼리즘과 리얼리티를 구분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것을 철저히 섞고 싶어 했다. 예를 들어 <저수지의 개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검은 정장 차림을 입고 있다. 게다가 가느다란 넥타이를 매서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들의 옷차림은 멋지고 세련된 느낌이 있으면서 왠지 우리를 찜찜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현
‘누구를 위해 우리는 지금 / 무엇을 위해 우리는 지금’웅장한 음악과 함께 작품의 모든 등장인물이 배 안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와 함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시작된다.한국전쟁 중 국군 대위 영범은 부하인 석구와 함께 인민군인 창섭, 순호, 주화, 동현을 포로수용소로 이송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이송 중인 배 안에서 인민군이 폭동을 일으키고, 폭풍우로 인해 그들은 무인도로 떠내려간다. 유일하게 배를 고칠 수 있는 순호는 전쟁으로 인해 정신이 나간 상태였으나, 영범이 ‘여신’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순호를 안정시킨다. 국군과 인민군이 하나 돼 순호를 속이면서 그들도 서서히 여신의 존재를 믿게 된다. 순호가 배를 다 고쳐갈 즈음, 국군의 정찰선이 영범의 무전을 듣고 무인도로 찾아온다. 국군의 폭격에 조난자들은 힘을 합쳐 정찰선을 돌려보낸다. 이후 창섭, 순호, 주화는 배를 타고 북한으로 떠나고, 영범, 석구, 동현은 남한의 구조를 기다리며 막이 내린다.노래 ‘누구를 위해’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작품이 시작하는 시점에서의 ‘누구를 위해’는 국군과 인민군이 각각 자신들의 조국, 즉, 상반된 ‘누구’를 위해 배를
‘2인극’의 정의는 ‘배우 둘이 나오는 연극’을 말합니다. 여러 명의 배우가 나오는 일반적인 연극과 다른, 2인극의 매력은 대사·표정·발소리·숨소리 등 상대 배우가 발산하는 모든 것에 다른 배우가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2인극은 연출이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는 배우의 연기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2015년 2인극페스티벌 작품상, 연기상을 수상한 <진홍빛소녀>를 대구시립극단에서 연극으로 올린다고 하였을 때 스토리와 연기를 기대하며 예매했습니다. 진홍빛소녀는 ‘이혁’에게, 17년 전 51명의 사망자를 낸 방화사건의 범인이자 옛 연인이었던 ‘은진’이 귀휴 시기에 맞춰 캐리어를 끌고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은진’은 자신이 여기 온 이유를 알아맞히지 못하면 캐리어 안에 있는 이혁의 아이를 불태워 죽이겠다고 하며, 과거(고아원, 방화사건)를 회상하게 합니다. 과거 ‘은진’과 ‘이혁’은 같은 고아원에 살고 있었습니다. 은진을 좋아하는 ‘이혁’은 ‘은진’이 원장님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지금까지 그 장면을 목격한 고아원 친구들이 입양을 갔던 것이 아니라 원장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때 ‘이혁’은 ‘은진’
‘꼰대’.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지위가 낮거나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최근 들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갈등이 이전에 비해 심화됐다. 청년세대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새로움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방식을 강요하는 기성세대가 불만이다. 둘 사이의 갈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자는 의미에서 모두에게 영화 ‘인턴’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소통’이다. 영화는 30세에 큰 성공을 거둔 어바웃핏의 CEO인 줄스 오스틴의 회사에 70세의 벤 휘테커가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에서 은퇴한 벤이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 70세의 나이로 지원한 것부터 흔치 않은 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벤은 입사 초반, 줄스에게 일거리를 받지 못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모르는 것들을 배워나간다. 노트북 전원을 켜는 법부터 주변 직원들에게 물어가며 말이다. 직원들은 그런 벤을 무시하거나 따돌리지 않고 함께 어울린다. 친절히 가르쳐주고 벤의 것을 낡았다고 치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나이차가…
지난 7월 24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는 개봉 전부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 실력파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재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나랏말싸미 역사왜곡’이 가장 먼저 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나랏말싸미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세종(世宗)은 새로운 문자를 창제하기 위해 계속해서 문자를 연구하지만 새로운 문자의 형태를 두고 연구가 막힌다. 세종은 중전의 추천으로 승려 신미를 만나고 범자(梵字, 산스크리트어를 적는 인도의 문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에서 해답을 얻는다. 이후 세종은 신미에게 새 문자 연구를 맡기고 아들 둘을 보내 배우게 한다. 그 과정에서 유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세종은 눈병을 핑계로 행궁으로 내려가 연구를 계속한다. 마침내 세종과 신미는 새 문자를 창제하지만 불교의 융성을 바라는 승려 신미와 유학자들의 왕 세종은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문자를 모두 완성한 신미는 새 문자만 남기고 떠난다. 이후 중전의 죽음으로 세종과 신미는 서로를 이해하며 신미는 자신이 새 문자의 창제에 관여했음을 숨기고 세종은 훈민정음을 반포한다.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이전까지 한글 창제에 대해
▲ 패널 전시를 마치고 사진을 찍는 유니피스 회원들 우리는 대부분 여럿보다는 혼자서 여가를 보내고, 대화보다는 SNS를 통해 댓글을 달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친구들과 소통한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자신의 것만 챙기는 데 급급해 서로 경쟁을 하고, 사람을 계산하며 만나는 현실이 각박하게만 느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었다 하더라도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진정한 우정을 맺기는 힘들다. 학기 중에는 함께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지만, 방학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연락을 끊고 사는 게 대부분이다. 다음 학기에 다시 만나 수업을 같이 듣게 되더라도 언제나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흩어져 버리기 마련이다. 대학교에 다닌 몇 년 동안 알게 된 사람들은 많지만, 서로 마음속 이야기를 주고받을 친구는 찾기 어렵다.이와 다르게 우리 학교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에 대해 큰 가치를 두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유니피스’다. 유니피스는 한 사람과의 진심 어린 대화가 이어지면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매년 관련 주제로 캠퍼스와 각자의 지역에서 주제패널 전시회를 펼치고…
본교에 입학하기 전에 ‘새내기클럽’이라는 신입생 커뮤니티에 참여했다. 지난 12월 당시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하던 내게는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사실 몇몇 사람들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내성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곤 한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또래와 달리 새내기가 다 함께 만날 자리가 생겨도 참석하기를 망설였다. 새내기클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잔걱정에 새내기클럽에 초대받고도 아무 말도 못했던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 틈에 끼여 조용히 지내기만 했다.시간이 지나고, 새내기클럽은 해체됐다. 관리자는 “친해질 사람들끼리 따로 모이고 새내기클럽 자체는 전부 헤어지자”고 말했다. 하나둘씩 새내기클럽 단톡을 나가던 순간 “새내기인 동기를 한 번도 못 보고 그냥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따로 만드는 단톡에 초대를 부탁했다. 내 부탁을 보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자신의 단톡에 들어올 것을 권유했고, 그들과 채팅뿐만 아니라 얼굴을 보며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만난 새로운 ‘18학번’과 선배들. 평소의 내 소심한 성격은 여전했지만 최대한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그들에게 호응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