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집에 가보니 집안이 어두워진 것 같았다. 남편은 어둡지 않다고 말하며 나를 나무란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오늘, 내일, 일주일 뒤에도 나에게만 어두운 상황이 계속됐다. 남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처음 내가 어둡다고 느꼈던 집 안은 점점 어두워 보이지 않았고, 집의 밝기조차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나를 바로 잡아준 남편이 고마웠다. 앞으로 나를 도와줄 남편에게 의지해야겠다. 위 상황은 ‘가스라이팅’이란 심리적 조작으로, 데이트 폭력 양상 중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가장 알아차리기 힘든 폭력 중 하나다. 연인과 함께 보내는 오늘, 당신은 무사한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사건, 사고 지난해 6월 서울시 강서구에서 교제할 당시 찍은 불법 촬영물을 지워주겠다는 명목하에 피해자를 불러내 감금 후 여러 차례 강간하고 흉기로 위협한 ‘강서구 데이트 폭력 사건’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는 연인이었던 피해자를 상대로 오랜 기간 강간, 폭행,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피의자는 ‘징역 5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피의자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고용 안전망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등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한국노동연구원(KLI)이 작년 4월 발표한 「고용·노동브리프 제97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고 등 고용 위기, 일감 축소 등에 의한 소득 단절에 처한 취약 노동자의 규모는 최소 약 728만 명으로 추정됐다. 이 중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는 45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고용보험이란? 「고용보험법」은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통해 취업 중인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촉진하고 부득이 실업이 되더라도 실업급여를 지급해 재취업을 촉진함으로써 근로자의 실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용보험은 건강보험·국민연금·산재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험에 해당한다. 고용보험사업은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 실업급여사업, 모성보호사업으로 나뉜다. 실업급여의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50%씩 부담한다. 보험료 지급액은 퇴직 전 1일 평균 임금의 60%에 달하는
2020년 서울특별시 양천구에서 세간의 관심을 끈 아동학대 사건,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사건이 끝나고 나서야 해당 사건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다시 아동학대에 대한 심각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인이 사건 발생 이전에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접했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근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끊임없이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금부터 아동학대와 아동학대 사건을 둘러싼 문제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동학대 대처 매뉴얼에 관해 알아보자● 우리 근처에 있던, 아동학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는 2017년 전국 아동학대 신고접수 결과 1737건으로 8위를 기록했다. 이후 최근 3년간 대구시의 아동학대는 2018년 1163건, 2019년 1480건, 2020년 1128건(잠정치)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5년과 비교했을 때 4배나늘어난 수치이다.지난 2013년에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의붓딸을 마구잡이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계모와…
조현영 전임기자 이인주 기자 iij20@knu.ac.kr장준원 기자 jjw16@knu.ac.kr편집 진수별 기자 jsb19@knu.ac.kr ‘인간선언’.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의 서두에 등장하는 단어다.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노동자들은 본인들의 기본권마저도 보장받지 못한 채 때로는 기계 취급을, 때로는 값싼 가축 취급을 받으며 버텨야 했다. 인간이 없는 그곳에서 우리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그 많던 노동자들, 인간들은 철저하게 소외되었다.1970년 11월 13일, 50년 전 이 날 청년 전태일은 스물네 살의 나이로 삶의 시계를 멈추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소리치며 불꽃으로 사그라진 그에게 2020년의 노동은 어떻게 비춰질까? 태어나는 순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인권, 인간답게 살 권리, 1970년의 전태일은 왜 그것을 그토록 갈망했는지, 오늘날 전태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왜 전태일 열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 1970년의 전태일로부터, 인간이 될 수 없었던 노동자들 전태일 열사의 죽음에 대해 논하려면 먼저 그 배경을 살펴야 한다. 1960~70년대 한국은 바야흐로 산업
가짜뉴스의 세정보의 주 습득원이 신문이던 시절과 달리 현대인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수많은 정보에 다가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언론과 시민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문제도 많다. 헌법 제21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기사나 ‘아니면 말고‘식의 안일한 기사가 난무하면서 뉴스 이용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뉴스 신뢰도는 21%로 조사대상 40개국 중 40위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매체를 이용하는 비율은 44%(40개국 평균 28%)로 조사 대상국 중 4위로 나타났다. 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범람하는 가짜뉴스들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가짜뉴스는 뉴스의 공공성과 정확성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가짜뉴스가 증가하게 된 원인과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 나아가 개개인이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할 수
기자의 동생은 요즘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캐릭터에 푹 빠졌다. 핸드폰 케이스부터 텀블러까지 손이 닿는 모든 것에 라이언이 그려져 있다. 동생이 말하는 라이언의 매력 포인트는 기뻐도 슬퍼도 한결같은 무표정과 근엄한 사자이지만 갈기가 없는 어딘가 2% 부족한 모습이다. 라이언 제품을 도장 깨기 하듯 모으는 동생도 대단하지만 한때 그저 이모티콘에 불과했던 라이언이 이제 키링, 잠옷, 슬리퍼 등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심지어 유명 브랜드의 립스틱과도 콜라보가 진행될 정도로 카카오 이모티콘의 위상은 높아졌다. 우리의 일상 속에 어느 샌가 스며든 캐릭터들, 이들을 이용해 지갑을 열게 하는 캐릭터 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캐릭터 산업, 캐릭터 마케팅<캐릭터 라이선싱>(김영재, 김종세 저)에 따르면 캐릭터란 “고유의 성격과 시각적 정체성을 지닌 특정 주체 또는 형상물”로서,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는 창작물이다. 과거 캐릭터는 어린이들의 장난감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키덜트, 이모티콘의 유행 등으로 성인들도 함께 캐릭터를 즐기게 되면서 캐릭터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캐릭터 산업이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그 시작백신 개발과 의학의 발달로 인류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전염병을 어느 정도 정복한 듯 보이지만,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이런 자신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의학의 발전과 백신, 약물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전염병은 그저 역사책에만 등장하는 이야기도, 다른 나라의 소식만 듣고 지나치게 될 존재도 아니라는 게 드러난 셈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문장을 새기며 이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감염에서부터 전염까지의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해야 할 것이다. 이에 위생의 개념이 확립된 시점부터 달라진 인간의 삶과 상·하수도, 화장실 등 위생시설의 등장에 대해 알아보자● 특별취재팀/knun@knu.ac.kr 정착과 함께 시작된 질병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하던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12,000년전 농경이 인류의 역사에 등장하던 무렵 정착을 시작했다. 정착 초기 인류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말라리아나 십이지장충 같은 풍토병이 생겨났고 수렵과 채집이 주가 되던 시기보다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은 부족했다. 초기 농경은 풍요에 대한 약속이었다기보다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고, 곡물에 편향된…
‘당신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꿉니다.’ 선거철만 되면 늘 들려오는 말이다. 2020년 4월 15일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각자가 가진 한 표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됐다.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적인 권리’ 지금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느껴지겠지만 이 권리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민주적 권리, 이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다. 곧 다가올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은 그 과정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얻어낸 것을 떠올리고 그 과정에서 흘린 피와 땀을 기억하며 감사해야 하는 날 중 하나다. 특히 올해는 1980년 일어났던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만큼 그 발자취를 함께 되짚어보자.● 서울의 봄이 광주에 오기까지5.18민주화운동이지만 1980년 5월 18일 당시 하루 만에 모든 일이 전개된 것은 아니었다. 사건의 시작은 짧게는 1979년 부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10월 16일,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유신체제에 견디다 못한 시민들은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부마항쟁을 일으켰다. 항쟁은 부산에서 시작돼 마산, 창원으로 번져나가면서 약 4일간 전개됐고 정부가 *비상계엄령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