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를 것 없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걸으면 저 차가 어떤 차인지 조잘조잘 이야기하곤 하였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텔레비전을 켜고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그 중 제일은 공룡이었다.난생 처음 본 영화 <쥬라기공원>. 네 살짜리 어린 아이는 그 후로 공룡 백과사전을 늘 품에 끼고,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기 시작하였다.남들과 다를 것 없었다. 누구나 그랬듯이, 으레 그 나이대 남자아이들의 공통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공룡,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서 백악기 말까지 지구에서 가장 번성했던 육상 대형 파충류. 약 1억 9천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생물체. 공룡보다 거대한 육상 동물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지구를 지배해온 거대한 존재는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학자들이 남겨진 자료를 가지고 추측한 것을 바탕으로, 공룡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 어떻게 살아갔는지. 상상의 매력은 어린아이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아이는 그 공룡을 간직해 눈으로 담고 싶어졌다. 어머니를 졸라 공룡 피규어를
얇고 부드러운 천으로 가볍게 한 번닦는다. 육안으로 보이는 먼지는 브러쉬로 살살 털어 주어야 한다. 이물질 제거가 끝나면 동그란 플래터 위에 올려놓은뒤 톤암을 들어올려 소리골과 바늘의 위치를 맞춘다. 스위치를 돌려 해당 음반에 알맞은 재생 속도를 선택하면 플래터가 그에 맞춰 회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레버를 내려 주면, 바늘과소리골이 맞닿으며 음악이 시작된다. 여기까지가 LP, 즉 롱 플레이 레코드(Long Playing Record:장시간 음반)로 음악을 듣기까지의 과정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글로 묘사해 보니 드는 한 가지 생각은 '참 불편도 하구나.'터치 한두 번으로 원하는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음반을 구매하고 먼지를 털어내고 또 재생 속도까지 직접 설정해 주어야만 겨우 음악을들을 수 있는 이 아날로그 방식은 가혹하리만치 불편하다. 그런데 왜 세상은 이렇게 불편한 방식에 열광하는 것일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릴 뻔한 얇은 플라스틱 알판들이 취미의 수면 위로 둥실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지구 반대편의 뮤지션이 발표한 곡이라도 원한다면야 곧바로 들을 수 있는 세상속에서, LP 수집가들은 기이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