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용궁역. 그곳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기차에 몸을 실었다. 동대구역에서 용궁역까지는 2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농촌 풍경을 지나 용궁역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용’으로 역 근처에 회룡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용궁역 곳곳에서는 ‘용궁’이야기를 볼 수 있다. 별주부전을 모티브로 한 ‘토끼간빵’도 있다. 용궁에 잡혀간 토끼가 간 대신 토끼간빵을 용왕에게 주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역에는 그 이야기 속의 ‘토끼간빵’을 팔고 있다. 토끼간빵은 동그란 모양으로 속에는 팥이 들어있다. 토끼간빵 매점 앞에는 카페 ‘ZARA’가 있다. 역사 옆의 공터에서는 간이 없다고 소개돼있는 토끼가 있는 우리도 있다.용궁역에서 나오면 역과 역으로 오는 길에 토끼간빵 이야기 벽화를 볼 수 있다. 벽화를 보면서 걸으면 바로 앞에 순대 가게가 보인다. 동네가 모두 조용하지만 이 순대 가게만은 사람으로 붐빈다. 이곳의 기본 메뉴는 순대국밥이다. 독특하게 이곳 순대국밥에는 순대가 3개밖에 들어있지 않다. 3개라니 돈이 아깝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수제 순대를 한입 먹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식당에 2인 이상 간다면 각자 순대국밥을 시키고 순대 혹은 오징어불고기를
쌀쌀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창원중앙역은 무궁화호, ITX, KTX 등 모든 열차가 지나는 역이라 선택할 수 있는 시간 폭이 넓다. 조금 여유롭게 여행을 해보고 싶어 아침 일찍 창원으로 출발했다. 창원시는 2010년 정부 주도로 마산시, 진해시와 합쳐져 통합 창원시가 출범했다. 이번 기차마블에 마산, 진해 쪽으로 여행을 계획했지만 하루 만에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창원 시내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창원역과 창원중앙역 두 역이 있으니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역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창원 시내와 더 가깝게 위치한 창원중앙역은 다른 역과는 조금 다르게 창원대학교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창원중앙역 바로 앞에 시내를 나갈 수 있는 버스가 있지만, 배차시간이 상당히 길어 창원대 정문 쪽으로 나와 버스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창원대 정문에 도착하니 창원시의 공영 자전거인 ‘누비자’가 반겨준다. ‘누비자’는 무인 대여소 형태로 운영이 되는데 요금도 저렴하고 두 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창원시를 돌아볼까 하다가 다리도 아프고 시내버스도 운영이 잘되고 있어 그냥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창원대에서 버스를 타고 창원 시
청도군에 위치해 있는 남성현역은 경산에서 청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남성현역을 기차로 가고자 하는 대구의 독자들은 차편에 유의해야 한다. 남성현역에는 기차가 1일 4회, 즉 상행 2회 하행 2회만 정차한다. 당일치기로 남성현역을 다녀오려면 아침 일찍의 차를 타고 갔다 저녁의 차를 타고 돌아와야만 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놓치면 기차여행은 힘들어진다. 또는 근처의 청도역은 남성현역보다 정차하는 열차의 횟수가 많으니, 남성현역에서 내려 청도 여행을 한 뒤 청도역에서 기차를 타고 대구로 올라가거나 혹은 그 반대를 이용해도 괜찮다. 여행 전날, 새벽 일찍 떠나게 될 ‘홀로 여행’의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이리저리 찾아보며 설계한 코스는 남성현역-와인터널-소싸움경기장-추어탕거리-청도역의 순이었다. 잠이 많은 탓에 혹시나 잠깐 눈을 감았다 6시 차를 놓칠까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아직 날도 밝기 전인 5시경 짐을 챙긴답시고 부산스럽게 집안을 누비자 엄마가 눈을 떴다.‘새벽 일찍 그 ‘촌’에 가서 뭐하게? 춥다.’ 엄마의 반대에 부딪힌 나는 날이 좀 밝으면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기차…마블이라는 코너의 취지와는 조금 달라졌으나, 알아봤던 기
안강역은 경주의 북쪽 끝자락에 있어 위치상 경주 중심보다 포항에 더 가깝다. 동대구역에서 1시간 반을 가서 안강역에 도착하자 역사 안의 무지갯빛 의자가 전형적인 시골역의 정감을 느끼게 해줬다. 읍내에서 조선시대 4대 서원 중 하나인 옥산서원으로 향했다. 하루 단 두 번 운행하는 서원행 버스를 놓쳐 택시로 이동해야 했다. 옥산 서원은 동방 오현 중 한 분인 회재 이언적 선생을 모신 서원으로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은 곳 중 하나이다. 서원으로 향하자 먼저 계곡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계곡과 달리 마치 탁자를 여러 개 쌓은 듯한 기이한 모습이었다. 계곡에 가까이 가보니 바위에 새긴 ‘세심대’라는 글씨가 보였다. 심신을 깨끗이 하라는 뜻인 이 글씨는 퇴계 이황선생이 옥산서원에서 남긴 것이라고 한다. 계곡의 시원함을 담은 채 들어간 서원은 단정하면서도 단청 때문에 화려했다. 해설사께 왜 서원에 단청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 이유가 남아있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단촐한 구조에 화려한 단청이 어우러지는 오묘함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건물을 찍는 데 몰두하고 있을 때 해설사께서 본당 안으로 들어와보라고 권하셨다. “밖에서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건물은 사람을…
‘경상도’의 ‘상’을 나타내고 조선 세종 때 경상도 감영이 세워질 만큼 상주는 옛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을이었다. 그 기반에는 너른 농지가 있었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상주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추수를 앞둔 황금빛 논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중충했던 날씨에도 돋보였던 그 황금빛은 이제 가을에 들어섰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그 논들의 젖줄인 낙동강 최고의 절경을 보기 위해 한두 시간에 한 대 꼴인 경천대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때의 경천대, 지금의 경천대 경천대의 옛 이름 자천대의 의미가 ‘하늘이 스스로 만든 아름다운 곳’일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경천대의 이미지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경치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추억 속 경천대는 조금 다른 곳이다. 경천대의 입구에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그것은 인공폭포와 그 옆의 작은 놀이기구로 이루어진 경천랜드였다. 이곳은 내가 첫 걸음마를 뗐던 곳이고 어린이날마다 들렀던 우리 가족의 명소였다. 그 추억의 증거는 인공폭포 앞에서 찍은 어린 나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놀이기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떠오르는 옛날 기억에 문득문득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의 필름을 돌려봐도 경천대의 경치는…
이번 기차마블 영천 편에서 기자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영천에 갈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도는 태풍 영향으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두 번째는 카드 잠금으로, 세 번째는 통신사가 다 가져가버린 통장잔고로 인해 ‘텅장’이 된 상태였지만 동기 기자의 의리 있는 송금으로 무사히 영천 여행을 시작했다. 기차를 오랜만에 타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영천역까지 가는 30분이란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기차표 값은 택시비 기본요금보다 싼 2600원이었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고요한 역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대구와는 사뭇 다른 공기냄새가 났다. 공기에 무슨 냄새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구보다 훨씬 깨끗한 공기라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30분만 달려왔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변화는 ‘그래도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영천역에서 넉넉히 7분만 잡고 걸으면 영천에서 가장 큰 시장인 ‘영천공설시장(이하 영천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할머니들께서 ‘영천장’이라 부르는 곳이 바로 영천공설시장이다. 2, 7일이 장날인 영천장은 포항과 경주 등 인근 지역의 수산물과 약재 등의 집산으로 인해 과거에는 영남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히는 큰 장
이번 기차마블은 부산역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철저한 계획하에 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여행은 자유롭게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부산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기로 하고 무작정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동대구역에서 부산역까지는 무궁화호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며 기차표는 7,500원이었다. 부산에 도착해 기자는 “바다가 보이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 한 곳만 추천해주세요”라고 부산역 광장에 앉아있는 한 50대 부산시민에게 물어봤다. 그분은 “태종대가면 바다도 보이고 좋아”라고 말했다. 옛날에 신선이 살던 곳이라고 해서 ‘신선대’라고도 불리는 태종대는 신라 태종무열왕 사후의 장소였다는 이야기가 있어, 현재 태종대로 공식 명칭이 되었다. 태종대 유원지에는 하나의 산 봉우리를 중심으로 구명사와 전망대, 등대, 태릉사 등의 볼거리가 많다. 태종대의 투어버스 격인 열차(편도 2000원)를 타고 15분 쯤 산을 오르니 태종대 등대가 나타났다. 27℃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산바람 덕분에 상당히 덥지는 않았다. 등대로 가는 숲길을 지나고 보니 어느새 옆으로 부산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등대와 함께 보이는 신선바위와 바다는 ‘지친 일상에서 정
빗줄기가 기세 좋게 내려왔다. 그렇지만 여행을 떠나는 데에 거슬릴 만큼 강한 빗줄기는 아니었다. 카메라 렌즈에 맺히는 빗방울을 닦아내며 도착한 동대구역에서, 경산행 무궁화호를 예매했다. 경산은 대구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일등 교육도시라는 관형어가 붙은 경산에는 이름에 ‘대구’가 들어간 대학도 여럿 위치해있고, 버스로도 금방 오갈 만큼 대구와 가까운 까닭에 각종 자원·인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무궁화호로 단 9분, 잠시 눈을 붙일 틈도 없이 도착한 경산역에서 10분 정도 걸어 서상동 벽화골목(이하 벽화골목)으로 갔다. 벽화골목은 ‘추억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인터넷에는 아직 해당 명칭이 등록돼있지 않다. 그래서 검색을 할 때 벽화골목 바로 옆에 위치한 ‘경산문화원’을 도착지로 설정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벽화골목은 2011년 경산시에서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통해 조성한 미술거리이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내어놓은 듯한 다기 그림, 그 옆에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코스모스 꽃잎들, 푸르게 죽 뻗은 소나무 가지 등 알록달록한 색채가 궂은 날씨에도 찾아온 방문객을 반겨준다. 벽 한 편에는 서상동 출신의 가수 故방운아 씨의 초상화와 노랫말이 새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