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말이 없다. 그래서 건축가의 의도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나마 형태와 공간감 같은 직접적인 경험 정도가 가장 쉽게 받아들여지는 건축의 언어일 것이다. 서울 상암의 월드컵경기장의 형태가 방패연을 닮았다고 세간에 알려지면서, 그 건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수많은 층위의 고민은 모두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마치 건축의 목적이 무언가를 닮게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단순해져 버리기도 한다.우리 캠퍼스 내에서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건축에 관한 속설은 박물관의 형태에 관한 것이다. 지금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원래 도서관이었다는 사실조차 오래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잊혀진 이야기를 증명하듯 원래 이 건물은 책을 펼쳐 책상 위에 올려놓은 모양을 따라 W자의 평면으로 만들어 도서관을 상징하였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가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조감도’에서나 분명하게 확인되는, 즉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인지되지 않는 무언가를 닮은 ‘평면의 형태’가 곧 설계의 의도라는 관점은 매우 낡은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책-W자 평면의 관계는 꽤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해서 정설처럼 회자되곤 하였다.지금의 박물관 건물은
하루는 집에 가보니 집안이 어두워진 것 같았다. 남편은 어둡지 않다고 말하며 나를 나무란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오늘, 내일, 일주일 뒤에도 나에게만 어두운 상황이 계속됐다. 남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처음 내가 어둡다고 느꼈던 집 안은 점점 어두워 보이지 않았고, 집의 밝기조차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나를 바로 잡아준 남편이 고마웠다. 앞으로 나를 도와줄 남편에게 의지해야겠다. 위 상황은 ‘가스라이팅’이란 심리적 조작으로, 데이트 폭력 양상 중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가장 알아차리기 힘든 폭력 중 하나다. 연인과 함께 보내는 오늘, 당신은 무사한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사건, 사고 지난해 6월 서울시 강서구에서 교제할 당시 찍은 불법 촬영물을 지워주겠다는 명목하에 피해자를 불러내 감금 후 여러 차례 강간하고 흉기로 위협한 ‘강서구 데이트 폭력 사건’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는 연인이었던 피해자를 상대로 오랜 기간 강간, 폭행,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피의자는 ‘징역 5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피의자가…
건물은 상징하는 힘이 있다. 대학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꼽으라면 교표와 함께 본관 건물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꼭 그 건물에서 근무하였거나 자주 지나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디어를 통해 각인된 본관의 모습은 그 대학의 인상을 좌우하는 상징이다. 경북대학교의 본관은 캠퍼스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라는 타이틀과 함께 고전적인 모티브를 차용한 건축 형태를 통해 권위 있는 대학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1960년에 준공된 이 건물은 지금의 박물관과 더불어 학교의 역사를 시각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귀중한 물리적 실체이다. 지금의 본관이 건축되기 전에는 목조의 단층 건물을 본관으로 사용했었다. 대학기록관에 소장된 개교 초기의 여러 행사 기록 사진들에 구 본관건물이 배경으로 잘 등장하지 않는 것에 비해 당장 1960년부터는 새 본관이 각종 행사의 중요한 배경으로 선택되는 것은 건물의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상징성은 이 건물을 기획하고 설계할 때부터 깊게 고려되었을 것이다.본관의 설계는 조자용(趙子庸, 1926-2000)이 맡았다. 그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1947년 도미하여 반더빌트대와 하버드대학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김새가 무슨 에일리언처럼 생겼고, 이름조차 생소한 이 곤충은 엄연히 한국에서 서식하는 곤충입니다. 가뢰는 딱정벌레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등장 시기가 아주 이른 편으로, 가뢰가 나타났다는 것은 진정한 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와도 같습니다.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한 4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가뢰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모습이 마치 여왕개미처럼 보이기도 해서, 인터넷에 여왕개미가 아니냐는 질문이 자주 올라오는 곤충입니다.가뢰는 식욕과 색욕에 충실합니다. 이들의 일과는 하루 종일 밥을 먹고 교미하는 것입니다. 수컷은 암컷보다 덩치가 작습니다. 온종일 암컷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교미하려고 애씁니다. 다른 수컷도 마찬가지라 암컷 한 마리에 여러 수컷이 업혀있기도 하죠. 암컷은 그런 수컷을 신경도 쓰지 않으며 온종일 먹이만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나중에 알을 낳을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뢰의 먹이는 식물의 잎입니다. 독초만 아니면 뭐든지 갉아먹으려고 하는데, 먹어치우는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교미를 마친 암컷은 수천 또는 수만 개의 알을 가지게 되는데, 배가 굉장히 커지면서 그 무게 때문에 배를 땅에 질질 끌고 다닙니다. 후에 땅을 얕게 파헤치고 이 알들
엊그제 스무 살이 된 것 같은데 벌써 세 번째 스무 살을 보내고 있다. 삼년 동안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꼈으며, 매일의 실수와 아픔을 통해 배움을 얻었다. 20대에 마주한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이,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과 고민이 나를 더 나답게, 넓고 깊게 만들어 주고 있다.20대에 얻은 첫 번째 배움은 책임과 태도이다. 맡은 역할이 늘어갈수록 나는 책임과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경북대신문 기자로, 경북대기독센터의 부장단으로,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으로 살아가다 보니 매일 크고 작은 갈등에 부딪혔고, 내 안의 두려움과 직면해야 했다. 인터뷰 요청은 떨렸고, 꺼내기 어려운 말도 해야만 했다.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고, 그로 인해 일을 미루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내게 주어진 일을 해내야만 했고 마침내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됐다. 그 속에 수많은 망설임과 마음 졸이며 보낸 시간이 있었지만 말이다. 두려움과 망설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감당하다 보니 역할을 감당할 자세와 태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고, 내 안의 두려움에 맞설 용기와 여유 그리고 책임감을 배우게 됐다.두 번째로 감정의 표현과 절제를 배웠다. 20살, 그리고 그 전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지난 7일 0시 기준 668명, 8일 700명, 9일 671명으로 사흘째 600명이 넘게 발생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4차 유행에 진입하는 초기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확진자가 700명에 달해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숫자가 아닌 대학가를 바라보면 ‘나만 이렇게 심각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저녁 시간 대학가 술집에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만석인 곳도 있다. 식사 전엔 마스크를 착용하고, 식사 시 최대한 말 없이 먹어야 하지만, 마스크가 옆에 놓여있다는 것과 5인 이상이 한 테이블에 앉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코로나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풍경이다. 길거리엔 삼삼오오 모여 흡연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침을 뱉기도 한다. 본교 센트럴파크에서는 낮에 여럿이 모여 음식을 먹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야외이고 단속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종종 5인 이상이 모이는 경우도 있다. 꼭 필요한 모임이냐고 물어보면 ‘이런 게 대학생활의 재미니까’, ‘그동안 많이 참았으니까’, ‘봄이니까’ 등 명분이 다양하다. 상황의 심
제30대 'LINE' 상주학생위원회 위원장 김영건(과기대 건설환경공학 16, 우)부위원장 임채열(생환대 생태관광 16, 좌) Q. 먼저 당선 소감을 부탁한다. 김영건(이하 김) : 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상주캠퍼스 학우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다. 당선 여부를 결정하려면 그 전에 투표율 자체가 50%를 넘어야 개표가 가능한 시스템에서 학우분들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해주셨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학우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임채열(이하 임) : 당선 소감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다. 지금 표현할 수 있는 말로 정리를 해보자면 너무 기쁘고,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Q. 어떤 활동을 해나갈 예정인가? 임 : 저희가 준비한 공약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행사 ▲복지 ▲소통 ▲교육인데, 먼저 행사 부분은 학업에 지쳐있을 학우들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 및 학교 자체를 활발하게 만들고 즐길 수 있게끔 최선의 준비를 할 예정이다. 복지 부분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혹은 불편했던 부분을 해결해 보다 편안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
외교춘투(外交春鬪)가 한창이다. 화쟁(花爭)으로 벌나비를 유인하는 꽃처럼 국가도 궁합이 맞는 상대를 찾아 짝짓기에 여념 없다. 특히 2021년의 봄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수렁과 보릿고개를 건너야 하는 시기라 더 예민하고 치열하다. 외교혈전의 선발주자인 미국과 중국은 지난 3월 18일 알래스카에서 첫 고위급회담을 가졌다. 미국 바이든 신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상봉을 위한 준비회담이었다. 대결이 될지 대화가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선제공격했다. 신장지역의 인권문제, 홍콩의 민주주의, 대만독립 문제를 비롯하여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수호를 명분으로 대중국 압박전선을 형성하겠다고 공언했다. EU, 영국, 캐나다 등의 동맹국들을 대오에 도열시키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고는 중국이 세계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적으로 ‘적’이라 지목했다.기습을 당한 중국은 즉각 맞대응했다. 허를 찔린 양제츠가 원색적인 비난을 길게 토해내면서 미국의 공격을 내정간섭이라 역공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상황과 의회난입사건을 들추며 미국주도의 쿼드와 한미일2+2회담에 맞서 북한, 베트남, 러시아와의 사회주의 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