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를 상징하는 감나무 꽃 정문을 들어서면 대학의 상징물인 교시탑에는 진리, 긍지, 봉사라는 글귀와 함께 감꽃이 양각되어 있다. 대학을 상징하는 마크는 첨성대를 중앙에 두고 개교 당시 5개 단과대학과 1개 대학원을 나타내는 6개의 별을 첨성대 주변에 배치해 진리탐구의 정신을 표현했다. 첨성대와 별은 형상화한 감 꽃잎에 둘러싸여 있으며, 가운데 원은 원만한 인격 형성과 경대인의 긍지와 화합을 나타낸다. 감꽃은 교화校花로서 우리대학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이용된다. 대학이 자리 잡기 시작할 즈음에는 복현동 일대는 초가집이 띄엄띄엄 있는 시골마을이었으며 흔히 감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감은 예부터 우리의 정겨운 시골 풍경에 빠지지 않았다.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리고 초가지붕 위에 얹힌 달덩이 같은 박은 깊어가는 가을의 상징이었다. 수확이 끝나고 나무 가지 끝에 한두 개씩 까치밥을 남겨 두면 그것으로 겨울을 맞이했다. 감나무는 중국 중남부가 원산지로서 동북아시아에만 있는 온대 과일나무다. 우리나라에는 청동기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나 문헌으로 기록된 것은 고려 중엽 이후다.《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책에는 감나무의 일곱 가지 덕을 들어 좋은 점을 예찬하고 있다. “첫째,…
▲본교의 히말라야시다 나무 히말라야시다는 이름 그대로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산맥이 고향인 나무다. 대체로 히말라야라고 하면 눈 덮인 만년 빙하를 상상하게 되지만 산맥의 끝자락은 습하고 따뜻한 아열대에 가까운 지역이 많다. 인도에서는 서북쪽의 따뜻한 땅에 수만 년 전부터 둥지를 틀었다. 원산지에서는 대부분의 바늘잎나무가 그러하듯, 무리를 이루어 자기들끼리 숲을 만든다. 원산지에서의 이 나무는 임신이 잘되고,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신통한 힘을 가졌다고 여겨진다. 사람들은 큰 히말라야시다 밑에서 양을 잡아 제물을 바치고 주술을 외우기도 했다. 나무 하나하나는 땅에 거의 닿을 듯이 아래로 늘어진 가지가 사방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위로 갈수록 차츰 짧아져서 전체적으로 원뿔 모양의 아름다운 자태를 만든다. 히말라야시다는 자연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연미인’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가지를 마음대로 잘라주어도 별 탈 없이 다시 가지를 뻗고 잎을 내밀어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특징이 있다. 심하게는 가지 몇 개만 남겨 놓고 푸들 강아지처럼 동글동글 잘라주어도 그대로 잘 참고 자라준다. 이런 나무의 특성은 고향인 인도에서만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원수로서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우리에게 잊어버린 고향의 정경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박화목의 동요이다. 우리와 너무 친해져 버린 이 나무는 언제부터 우리 땅에 꽃향기를 풍기기 시작하였을까. 1891년 일본인이 경영하는 인천의 무선회사 지점장 사가끼란 사람이 중국 상하이에서 묘목을 구입하여 인천 공원에 심은 것이 시초였다. 미국을 고향으로 하는 이 나무는 그 후 1910년 일제 강점기에 들어오면서 강토의 구석구석을 일제의 점령군마냥 누비게 된다. 콩과식물이라 토사가 흘러내릴 정도로 황폐해진 민둥산에도 금세 뿌리를 내릴 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잘라 버려도 금세 싹이 나오므로 연료로도 적합했기 때문이다. 광복 후에도 여전히 아까시나무 심기는 이어져서 한때는 우리나라에 심은 전체 나무의 10%에 육박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동요 ‘과수원 길’처럼 고향의 정경을 복사꽃 살구꽃보다 아까시나무 꽃향기로 더 쉽게 느끼게 됐다. 우윳빛으로 치렁치렁 달리는 꽃의 군무群舞와 코끝을 스치는 그 매혹
▲본관과 교수연구동 사이 물푸레나무 우리의 식물이름은 직설적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자라는 중대가리나무는 열매가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또 풀 종류인 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홀아비꽃대 등은 함부로 이름을 부르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수수꽃다리, 다정큼나무, 실거리나무, 자작나무 등 찾아보면 예쁜 이름도 여럿 있다. 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란 뜻의 아름다운 우리 이름의 대표주자다. 실제로 어린가지의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보면 파란 물이 우러난다. 물푸레나무의 껍질을 ‘진피秦皮’라 하는데,《동의보감》에는 ‘우려내어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두 눈에 핏발이 서고 부으면서 아픈 것과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과연 얼마 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나도 가끔 눈에 핏발이 서는 증상이 있어서 처방대로 직접 물푸레나무가지를 꺾어다 여러 번 실험을 해보았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내 몸이 현대의약품에 찌들어 버린 탓인지, 아니면 정성이 부족한 탓인지 조금은 혼란스럽다. 효과야 어쨌든 옛사람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껍질 벗김의 아픔을 감내하면서 서민의 안약으로 곁에 있어 주는
▲자연대 본관 앞에 핀 라일락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영국 시인 토머스 S. 엘리엇의 황무지 ‘The Waste Land’는 이렇게 시작한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을 휘감고 있던 정신적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1922년의 작품이다. 엘리엇이 노래한 것처럼 언 땅, 춥고 바람 부는 황무지에서도 라일락은 잘 자라는 강인한 나무다. 라일락은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함만 갖춘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꽃과 매혹의 향기를 갖는다. 봄이 깊어갈 즈음, 연보랏빛이거나 새하얀 작은 꽃들이 구름처럼 모여 핀다. 산들바람에 실려 오는 향긋한 꽃 냄새가 강렬하다. 온몸이 나긋나긋해져 녹아내릴 것 같은 라일락은 젊은 연인들의 꽃이다. 꽃향기는 첫사랑과의 첫 키스만큼이나 달콤하고 감미롭다. 학내 어디에서라도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면 금방 강렬한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특히 본관 앞, 도서관 뒤 교양과정동 앞에는 보라와 흰 라일락이 지금 한창이다. 영어
▲본교 공대 2호관부터 센트럴 파크까지 학내 곳곳에 만개한 벚꽃 가수 장범준의 벚꽃엔딩은 ‘그대여 그대여…’로 시작하여 ‘봄바람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 잎이/울려 퍼질 이 거리를/둘이 걸어요’로 이어진다. 우리대학 정문에서 시계탑을 돌아 본관으로 이어지는 길에도 어느새 벚꽃엔딩 세상 그대로의 장면이 펼쳐졌다. 벚나무는 커다란 나무에 잎도 나오기 전, 화사한 꽃이 나무 전체를 구름처럼 완전히 덮어버린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도 아름답지만 꽃이 질 때의 깔끔함도 또 다른 매력이다.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하여 일주일 정도면 한꺼번에 져버리는 꽃인데, 동백이나 무궁화처럼 통째로 꽃이 떨어져 나무 밑에 굴러다니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 다섯 개의 작은 꽃잎이 한 장씩 떨어져 바람결 따라 훌훌 날아가 버린다. 산들바람이라도 부는 날 흩날리는 꽃잎의 모습은 영락없이 꽃비가 내리는 듯하다. 연인이라면 한 번쯤은 흩날리는 꽃잎 아래를 손잡고 걸어가면서 꽃비를 아쉬워할 낭만의 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다가오는 벚꽃의 느낌은 항상 이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쟁터에서 죽은 젊은이들을 일컫는 산화(散華)한다는 말과 벚나무의 산화(散花)는 같은 뉘앙스이라서다. 불행히도 이 아름
▲북문 근처 농생대 3호관 앞에 매년 만개하는 목련 나무들은 봄날에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지난해 여름부터 꽃눈을 만들어 낸다. 대부분 크기가 작아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으나 목련은 크고 아주 특별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지 끝마다 손마디만 한 꽃눈이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밍크코트라도 장만한 듯, 진한 갈색의 두껍고 부드러운 털에 덮여 있는데 꼭 붓처럼 생겼다. 그래서 한자로는 목필화木筆花라고 한다. 겨울 동안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에는 안성맞춤의 구조다. 두툼한 외투로 감싸고 있지만 피부는 봄바람에는 아주 민감하다. 따스한 바람이 대지를 몇 번 훑어내면 금세 웃옷을 훌훌 벗어던져 버린다. 속살을 드러내어 피는 주먹만 한 꽃은, 6개의 꽃잎 하나하나가 하얗다 못해 백옥을 보는 듯 눈이 부시다. 작고 자질구레한 꽃을 잔뜩 피우는 보통 꽃과는 품위가 다르다. 가지의 꼭대기에 한 개씩 커다란 꽃을 피우는 고고함으로나 순백의 색깔로나 높은 품격이 돋보이는 꽃이다. 향기 또한 은은하여 이래저래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목련木蓮이란 이름은 연꽃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린다는 뜻이다. 목련 꽃눈은 자세히 관찰해 보면 끝이 대체로 북쪽을…
▲매년 본교 인문대학 뒤뜰에 만발하는 진달래 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나무다. 우리대학 구내에는 북문 쪽 인문대학 뒤의 물탱크 주위가 진달래 밭이다. 진분홍 꽃이 잎보다 먼저 가지마다 무리 지어 피는 모습은 고향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잠시 유년의 추억으로 되돌아가게 해준다. 이원수 선생은‘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고 노래했다. 꽃 대궐의 울타리는 산 능선을 이어 달리듯 펼쳐진 자그마한 키의 아기 진달래 꽃밭으로 만들어진다. 진달래는 더 예쁘게 만들어지기 위하여 육종이란 이름의 성형수술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자연 미인이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로 이어지는 서정시인 김소월의 시 속에서 만나는 친숙한 꽃이기도 하다. 진달래는 비옥하고 아늑한 좋은 땅은 우악스런 경쟁자에게 모두 빼앗기고 생존의 극한 상황인 산꼭대기로 쫓겨났다. 산자락에도 자라기는 하지만 그들이 무리를 이루는 곳은 대체로 산꼭대기 능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