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지토’라는 초록색 외계인이 나왔다. 지토는 집에 누워서 화면을 보며 수업을 듣고, 의사를 만나지 않고 진료를 받았다. 초등학생의 나에게 지토의 이야기는 공상영화였다. 그런데 2020년, 나는 지토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처음의 나는 지토처럼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대단한 과학 기술이구나 했는데 대단한 것은 지토였다.이 새로운 일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고 성급하게 일어났다. 이전에도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그것은 필요의 영역이었지, 필수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제는 화면으로 접하는 일상이 당연해졌다. 먼저,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교수님이 화면에 쓰는 글씨만을 보고, 목소리를 듣기만 하는 것은 버텨야 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위에는 생활복을, 밑에는 잠옷을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은 내가 하는 것의 구분을 모호하게 했다. 내가 하는 것이 집에서 쉬는 것인가? 공부를 하는 것인가? 강의실에서 받은 가르침은 전공과목의 내용뿐만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학우들의 움직임, 책 넘기는 소리, 교수님의 표정, 누군가의 질문, 교수님의 설명으로 완성되는 하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