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상’을 나타내고 조선 세종 때 경상도 감영이 세워질 만큼 상주는 옛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을이었다. 그 기반에는 너른 농지가 있었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상주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추수를 앞둔 황금빛 논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중충했던 날씨에도 돋보였던 그 황금빛은 이제 가을에 들어섰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그 논들의 젖줄인 낙동강 최고의 절경을 보기 위해 한두 시간에 한 대 꼴인 경천대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때의 경천대, 지금의 경천대 경천대의 옛 이름 자천대의 의미가 ‘하늘이 스스로 만든 아름다운 곳’일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경천대의 이미지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경치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추억 속 경천대는 조금 다른 곳이다. 경천대의 입구에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그것은 인공폭포와 그 옆의 작은 놀이기구로 이루어진 경천랜드였다. 이곳은 내가 첫 걸음마를 뗐던 곳이고 어린이날마다 들렀던 우리 가족의 명소였다. 그 추억의 증거는 인공폭포 앞에서 찍은 어린 나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놀이기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떠오르는 옛날 기억에 문득문득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의 필름을 돌려봐도 경천대의 경치는
이번 기차마블 영천 편에서 기자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영천에 갈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도는 태풍 영향으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두 번째는 카드 잠금으로, 세 번째는 통신사가 다 가져가버린 통장잔고로 인해 ‘텅장’이 된 상태였지만 동기 기자의 의리 있는 송금으로 무사히 영천 여행을 시작했다. 기차를 오랜만에 타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영천역까지 가는 30분이란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기차표 값은 택시비 기본요금보다 싼 2600원이었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고요한 역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대구와는 사뭇 다른 공기냄새가 났다. 공기에 무슨 냄새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구보다 훨씬 깨끗한 공기라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30분만 달려왔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변화는 ‘그래도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영천역에서 넉넉히 7분만 잡고 걸으면 영천에서 가장 큰 시장인 ‘영천공설시장(이하 영천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할머니들께서 ‘영천장’이라 부르는 곳이 바로 영천공설시장이다. 2, 7일이 장날인 영천장은 포항과 경주 등 인근 지역의 수산물과 약재 등의 집산으로 인해 과거에는 영남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히는 큰 장
이번 기차마블은 부산역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철저한 계획하에 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여행은 자유롭게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부산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기로 하고 무작정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동대구역에서 부산역까지는 무궁화호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며 기차표는 7,500원이었다. 부산에 도착해 기자는 “바다가 보이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 한 곳만 추천해주세요”라고 부산역 광장에 앉아있는 한 50대 부산시민에게 물어봤다. 그분은 “태종대가면 바다도 보이고 좋아”라고 말했다. 옛날에 신선이 살던 곳이라고 해서 ‘신선대’라고도 불리는 태종대는 신라 태종무열왕 사후의 장소였다는 이야기가 있어, 현재 태종대로 공식 명칭이 되었다. 태종대 유원지에는 하나의 산 봉우리를 중심으로 구명사와 전망대, 등대, 태릉사 등의 볼거리가 많다. 태종대의 투어버스 격인 열차(편도 2000원)를 타고 15분 쯤 산을 오르니 태종대 등대가 나타났다. 27℃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산바람 덕분에 상당히 덥지는 않았다. 등대로 가는 숲길을 지나고 보니 어느새 옆으로 부산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등대와 함께 보이는 신선바위와 바다는 ‘지친 일상에서 정
빗줄기가 기세 좋게 내려왔다. 그렇지만 여행을 떠나는 데에 거슬릴 만큼 강한 빗줄기는 아니었다. 카메라 렌즈에 맺히는 빗방울을 닦아내며 도착한 동대구역에서, 경산행 무궁화호를 예매했다. 경산은 대구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일등 교육도시라는 관형어가 붙은 경산에는 이름에 ‘대구’가 들어간 대학도 여럿 위치해있고, 버스로도 금방 오갈 만큼 대구와 가까운 까닭에 각종 자원·인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무궁화호로 단 9분, 잠시 눈을 붙일 틈도 없이 도착한 경산역에서 10분 정도 걸어 서상동 벽화골목(이하 벽화골목)으로 갔다. 벽화골목은 ‘추억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인터넷에는 아직 해당 명칭이 등록돼있지 않다. 그래서 검색을 할 때 벽화골목 바로 옆에 위치한 ‘경산문화원’을 도착지로 설정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벽화골목은 2011년 경산시에서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통해 조성한 미술거리이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내어놓은 듯한 다기 그림, 그 옆에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코스모스 꽃잎들, 푸르게 죽 뻗은 소나무 가지 등 알록달록한 색채가 궂은 날씨에도 찾아온 방문객을 반겨준다. 벽 한 편에는 서상동 출신의 가수 故방운아 씨의 초상화와 노랫말이 새겨져
<떠나자 기차마블 고정란 규칙 소개> -기자들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만큼 칸을 이동해 선택되는 역을 여행합니다. -전체 마블 칸은 총 20개로, 모두 경상권의 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마블 칸의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개강호 이후 지면에는 마블 칸 전체가 실리지는 않습니다. -마블의 한 바퀴 전부 돌아도 10회 연재가 끝나기 전까지 계속 반복합니다. -중복되는 역이 걸렸을 경우에는 다시 주사위를 던집니다. 함께 떠나 봐요~ ※기차마블 게임판은 경북대신문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됩니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호국의 다리’는 한국전쟁의 상흔을 드러내는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 더위가 한풀 꺾여 근교로 여행하기엔 수월한 날씨다 싶었다. 동대구역에서 왜관역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20분, 학교에서 시내 가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읍’이라기에 여느 시골을 생각했지만 역 앞의 키 작은 건물들은 프랜차이즈로 빼곡했고, 왜관시장에 장이 서는 날인지 시장 쪽으로는 사람들이 북적댔다.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다. 소나기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성 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