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112종의 까마귀가 있는데, 한국에는 9종이 텃새나 철새로 살아간다. 까마귀만큼 우리 삶 속에 애증이 깊은 새도 드문데, 삼족오란 새는 까마귀가 전설이 된 새로 좋은 면을 보여준다면, 영화나 동화 속 마녀와 함께하는 까마귀는 음침한 새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까마귀과 종류는 텃새인 까마귀, 큰부리까마귀가 있고 철새로는 갈까마귀 등이 있다.생물관 남쪽 동네에서 매일 8시쯤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곧이어 딸랑딸랑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 소리가 난다. 쓰레기 수거 시간을 기억하고 매일 같은 시간 건물 앞에 출퇴근하는 까마귀의 IQ는 약 60을 넘는다고 한다. 영국의 BBC와 까마귀 연구자들이 진행한 까마귀 지능실험에서 주둥이가 좁은 병에다 물을 조금만 담고 먹이를 물에 띄워둔 경우, 까마귀는 물 속에 돌을 집어넣어 수면을 올린 뒤 먹이를 찾아먹는 높은 지능을 보였다.본교 북문에서 까마귀가 가로등에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보는데, 10여 년 전만 해도 까마귀를 관찰하려면 팔공산 갓바위나 앞산의 안지랑 산 꼭대기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었다. 핀란드나 유럽에서는 까마귀가 도시 중심부에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약 50-100년의 시간이 필요했
하얀 제비처럼 생긴 쇠제비갈매기(Little Tern)는 전 세계의 바닷가에 사는 작은 갈매기를 닮은 새다. 전체 길이는 25cm 정도로 병아리보다 약간 큰 새가 약 10,000Km를 날아, 적도의 남쪽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북반구인 한국, 일본 및 중국으로 이동한다.세계에서도 드물게 낙동강 하구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최대 1,600쌍의 쇠제비갈매기 부부가 모래섬인 을숙도 하구에서 자식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한 쌍도 번식을 하지 못했고 약 3000여 마리가 떠났다. 을숙도 하구에서 일어난 급격한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낙동강 전 지역에서 이 새들이 살아남은 마지막 섬은 안동댐에 있는 작은 쌍둥이 섬으로 겨우 100여 쌍 정도가 번식하고 있다.본래 쇠제비갈매기는 바닷가 모래밭에 알을 낳고 서식하나 어느새 바닷가 모래톱은 사람들과 애완동물의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 일본도 해안가 개발로 모래밭이 항구와 산업단지로 변하면서, 쇠제비갈매기가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들이 큰 건물의 지붕에 만들어준 모래밭에서 쇠제비갈매기는 살아남았다. 이처럼 머지않아 쇠제비갈매기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한 번 떠나버린 새들
흔히 원앙은 변치 않는 부부의 애정으로 유명해서 이불과 베개에 수를 놓고 그림으로 암수를 새긴다. 원앙은 청둥오리처럼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지만 둥지를 물가에 짓지 않고, 별나게도 높은 나무의 구멍 속에 튼다. 텃새가 된 원앙은 도시에 적응하면서 아파트 베란다, 학교 건물 옥상에 알을 낳기도 한다.캠퍼스 건물 높은 곳에도 원앙이 살면서, 엄마 원앙이 새끼들을 부르면 새끼 원앙들은 유격훈련을 하듯 4-5층 높이에서 뛰어내린다. 떨어진 새끼 원앙들은 한동안 충격에 비틀거리다 엄마 새를 따라 물가로 가서 수영을 한다.한번은 성주 경산리 성밖숲(성주 읍성(邑城) 서문 밖에 만들어진 숲)에 있는 고목나무 속에 원앙 알 30여 개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수컷이 다른 둥지에서 출퇴근을 하는 바람둥이 남편이라, 이에 실망한 암컷이 무정란을 놓고 또 놓았던 것이다. 영원한 부부의 애정을 상징하지만, 원앙도 원앙 나름이었던 것이다.원앙들은 가을이면 한 가족씩 모여 또다시 수백 마리의 큰 무리를 이룬다. 그리고는 조용한 산골 저수지에서 짝 잃은 수컷과 암컷이 만나서 부부가 되고, 성숙한 새끼들은 새로운 짝을 만나 춤을 춘다. 짝짓기 비행을 하고는 둥지를 지을 물가나 도시의 캠퍼
민물가마우지(Great cormorant)는 겨울철새로 몸길이 89-102cm, 날개를 펴면 130cm로 대형의 잠수부 새이며 까만 몸에 부리 일부분이 노란색을 띈다. 서식지는 주로 해안 바위섬, 강하구 모래톱, 호수의 죽은 나무 위이며 그곳에서 잠을 자거나 번식을 한다. 잠수부처럼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며, 몸통은 거의 잠긴 상태에서 목만 내놓고 물고기를 따라 다닌다.최근 바닷가나 강 하구에 살던 민물가마우지가 내륙 깊이 들어와, 강의 중상류나 댐이나 저수지에 텃새로 일 년 내내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금호강에 있던 민물가마우지가 본교를 지나 가창댐으로 V자 모양으로 편대를 지어 가는 가마우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그러나 안동댐 등지에서는 가마우지가 빙어를 먹어치우는 탓에 소양강, 화천댐 등의 빙어잡이 어민들은 가마우지와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이 모든 일들이 쉬운 말로 기후변화 탓이라니. 철없는 수천마리의 가마우지가 빙어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마우지와 어민이 상생할 수는 없는지, 생각이 많다. 박희천 명예교수 (자연대 생물)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깡충 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동요로도 친숙한 산토끼는 한국 고유종인 멧토끼(Korean hare, Lepus sinensis koreanus)다. 몸 크기가 45-49cm 정도로 1년에 2 - 3회, 한 번에 2 - 4마리의 새끼를 풀 위에 낳는다. 낮에는 새끼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곁을 지키고 밤이면 젖을 먹인다. 사는 곳이 500m 이하의 나지막한 야산이라 우리와도 친밀했던 동물이었다.우리 곁에서 산토끼가 사라진 것은 야생 고양이에 의한 피해, 사냥철과 포획 등으로 줄어드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1980년대 이후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많은 산토끼들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의 도시화로 인해 대구 내에서는 멧토끼를 보기가 어려우며, 이제는 전국의 시골에서도 멧토끼를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에 안동댐 주변에서는 멧토끼 개체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간혹 인적이 없는 산속에서 만나면 반가울 따름이다. 박희천 명예교수(자연대 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