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살았던 어린 날은 내게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된다. 이상화 시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첫 구절에서 나는 그 옛 시골길을 떠올린다. ‘나는…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식민지 현실에서 쓰인 대표적인 저항시이면서 어찌 이리 아름다울까. 나는 시의 풍경을 묘사한 듯한 들안길 시화거리 이상화 벽화 앞에 섰다. 벽화에 그려진, 애수와 강인함이 느껴지는 이상화의 눈을 보면 아름다운 시가 그로부터 나온 것이 이해가 간다. 부드럽지만 굳게 다문 입은 그의 굴하지 않는 저항의식을 보여주는 듯하다. 벽화에는 이상화의 《비 갠 아침》이 적혀있다. 시 구절 ‘내야 세상이 너무도 밝고 깨끗해서…이 땅은 사랑 뭉텅이 같구나’에서 우리 땅에 대한 진한 애정이 드러난다. 하지만 뒤이어 나는 어두운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구절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에서 시인의 슬픔이 느껴진다. 그는 이 땅을 사랑한 만큼 우리 민족 역시 사랑했을 것이다. 그래서 ‘들을 빼앗긴’ 슬픔을 누구보다 크게 느끼고, 독립운동을 할
바다를 낀 공업도시. 내게 울산이란 도시는 가족들과 함께 바다 구경 및 해산물 외식을 하러 가거나 학교에서 포스코 공장 견학을 할 때 가는 곳이었다. 수학여행의 메카 경주처럼 말이다. 구름인지 공장 연기인지 모를 것이 뭉게뭉게 고래모양으로 핀 날. 꽃피는 고래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울산에 도착했다. 꽃피는 고래에서는 배경이 울산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가상의 공간인 처용포가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고래박물관, 생태체험관 등을 돌아보니 포경작업이 한창이었던 포구라는 점부터 고래박물관, 고래관광사업 육성까지, 장생포에 소설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소설은 실제 장생포 인근에는 처용암이라는 유명한 바위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 실제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쓴 듯, ‘니은’의 아빠는 고래 떼가 그려진 선사시대 바위그림이 남아있는 고향을 ‘니은’에게 자랑했다. 또, 부모님은 아랍 상인 처용과 인도 공주 허황옥이 처용암에 왔던 신화를 좋아해 서로 처용과 황옥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향을 사랑하던 부모님들이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며 어린 ‘니은’은 홀로 남아 그 슬픔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그런 ‘니은’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장포
대학을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하였는데, 요즘의 대학은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한 수단인 취업학교는 아닌지? 아무튼 취업률이 대학 평가의 중요한 지표이고 대학과 전공학과 선택에 있어 취업이 큰 변수인 것이 현실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매진하고 있을 때이다.검색 포털에서 취업준비생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중 하나로 우울증이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6월 취업준비생 465명을 대상으로 ‘취업준비를 하며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94.5%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러한 우울감의 결과로 무기력증, 대인기피증, 만성피로, 식욕감퇴 등 각종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위 설문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 모두가 정신과적 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준비생 대다수가 우울감을 경험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로 생각된다. 이러한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므로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요즘 취업준비생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앉아서 공부하거나 소위 ‘스펙’을 쌓는 데 집중되어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어디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동성로와 그 일대를 떠올릴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하루하루 변화하는 그곳의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는 그곳의 옛 모습을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이곳의 옛 모습을 보고 싶다면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을 펼쳐보면 된다. 소설은 작가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그것도 1954년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의 1년 정도가 배경이다. 가족은 피난을 위해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왔고 주인공인 길남이가 30년 후 당시를 회상하는 식으로 내용이 구성된다. 뻔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툭툭 튀어나오는 경상도 사투리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20여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의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갖게 한다. 소설은 대구를 배경으로 해 당시 대구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전쟁 후였지만 당시 대구는 육군본부와 군부대에 기댄 공장들이 있어 전쟁경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약전골목은 당시에 ‘이름만 골목이지만 차가 다니는 훤한 길’로 ‘감초 따위를 작두로 잘게 써는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약령시와 비슷한 이곳의 ‘땅이 우묵하게 꺼진 쉰 평 정도의 너른 안마당’이 있는 집이 길남이가 지내는 공간이다
O2O 서비스(Online to Offline Service)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스마트폰에 백화점 앱을 다운받았을 경우 소비자가 백화점에 들어서면 자주 찾는 매장의 할인 정보나 쿠폰 등을 전송해 주는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O2O 서비스로는 카카오 택시,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이 있다.빌더버그 회의 (Bilderberg Meerings)세계 금융계의 실력자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원을 받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빌더버그 호텔에서 1954년 첫 회의가 열린 데에서 지금의 명칭이 유래됐다. 빌더버그 회의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 지도자, 국제적 금융업자, 기업 총수 등 100여 명의 다양한 분야 엘리트들로 구성 돼 있다. 세계적 명사들이 참가하는 등 모임 자체는 비밀이 아니지만 회의의 내용을 외부로 밝히지 않기 때문에 「세계의 그림자 정부」라고 부른다. 철저한 비밀주의로 유명해 클럽의 회의는 2011년 참석자 명단이 유출된 적이 있으나 1954년 첫 모임을 가진 뒤 60여 차례의 정기모임을 이어오는 동안 대외적으로 드러난 게 거의 없다. 다만, 이 클럽에 아이젠하워 이후의 모든 미국 대통령과 유럽 각
남해 출신 소설가 정영선의 실로 만든 달에는 동래읍성, 40계단, 광안대교 등 부산 곳곳이 깊게 숨 쉬고 있다. 그 중 부산의 근대를 만날 수 있는 40계단으로 가는 여장을 꾸렸다.중구는 개인적으로 아끼는 동네다. 용두산공원이 있는 광복동, 비프광장과 자갈치시장이 있는 남포동, 그리고 옛 중심지 중앙동까지. 원도심(原都心)이란 말에 걸맞게, 옛 풍금처럼 손때 묻었으나 여전히 그 생동감이 넘실거린다.지하철 안은 남포동이나 자갈치시장에서 내리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 앞선 역인 중앙동에 내렸다. 다닥다닥 붙은 키 작은 건물들과 오래된 간판, 40계단으로 향하는 조용하고 정돈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거리의 끝에는 빛바랜 잿빛 계단이 정면을 마주보고 있었다.“가파른 40계단의 스텐 난간이 막다른 골목 끝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6·25전쟁과 피란민들의 가난과 고통을 상징하는 계단이었다.”높지 않은 계단이다. ‘덕재 씨’는 어린 시절 성폭행했던 여동생 ‘정원’을 27년 만에 만나서 건넬 말을 고심하며 이 계단을 본다.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가 된 부산에 온 실향민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했다. 가까운 부두에서 들어오는 구호물자를 내다 팔다 보니 자연히 사람들이 모였
날을 골라도 한참을 잘못 골랐다. 하필이면 전국적으로 태풍 ‘고니’가 휘몰아치던 날. 김춘수의 고향, 통영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비가 많이 오면 또 그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을 테지 하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대구에서, 꽃의 시인 김춘수의 흔적을 찾아가기 까지는 두 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 고향 포항에 온 것과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그 이유는 전시관 바로 앞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짠 내, 늘 보아오던 몇 척의 배, 삼삼오오 모여 끼룩끼룩 거리는 갈매기 떼. 어쩌면 시인 김춘수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통영에 있는 김춘수 유품전시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나는 화창한 대낮 길을 가다가 문득 어디선가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듣곤 한다. 물론 환청이다. (중략) 대구에서 20년이나 살면서 서울에서 10년 넘어 살면서 나는 자주자주 바다를 꿈에서만 보곤 했다. 특히 통영앞바다- 한려수도로 트인 그 바다는 내 시의 뉘앙스가 되고 있다고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김춘수 시인에게 있어 바다란 시를 구성하는 본질이다. 그 자체가 시이므로 결국 바다는 그의 인생인 것이다. 나에게도 바다는 중요
두더지꽃 안상학어느 날 아침 현관 앞에 두더지꽃이 피었습디다머리와 앞발, 몸통이 서로 나누어진 자리에 핀선혈 낭자한 꽃이었지요 길냥이들이 피운 거지요그네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한 지 꽤 오래고요본격 사료를 공급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요만보은인지 자랑인지 두더지꽃을 피워 두었습디다만이건 또 무슨 꽃인지요사료를 먹는 길냥이 중 한 놈의 입에 피꽃이 피어 있더군요두더지꽃을 치우기란 쉽지 않더군요만한낮이 되어서야 나가보니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더군요꽃을 피우는 길냥이와 꽃을 먹는 길냥이는 따로 있나봅디다감쪽같은 자리에 혈흔만이 한낮의 태양 아래 말라가더군요인연 없는 서로를 아낄 때 꽃이 피는 법인데 나는 두더지꽃을 피우는 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요길냥이는 내 꽃을 피우는 데 대체 무슨 역할을 한 걸까요나는 피꽃을 피우는 데 대체 어떤 짓을 한 걸까요두더지꽃은 내 꽃을 피우는 데 대체 어떤 향기를 보탠 걸까요아무런 인연이 없다할 수도 없는 이 꽃의 순환은 내 몸속 내 피의 순환과 썩 다르다 할 수는 없겠지요만대체 내가 먹는 이 쌀꽃은 또 누가 피운 걸까요만점심을 먹는 내내 내 머리는 자꾸만 두더지꽃을 곱씹 고만 있네요만없는 인연 서로를 아낄 때 꽃이 피기는 피는 거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