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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벽 넘어 ‘인간 본성’ 수수께끼 풀기

이타성은 자기 집단 중심적으로 진화 / 외부 차별로 번지지 않을 중간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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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본교 최정규 교수(경상대 경제통상)가 제1저자인 논문 「자기집단중심적 이타성과 전쟁의 공동진화(The Coevolution of Parochial Altruism and War)」가 국내 경제학자의 논문로서는 처음으로 『사이언스』에 실려 화제가 되고 있다. 그를 만나 연구내용을 들어 봤다. <편집자 주>

Q. 이번 연구를 하게 된 동기는?

이번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이타성이란 ‘다른 사람에게 편익을 주지만 자신에게는 비용이 드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무조건적으로 이타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에 대해서만 이타적인 사람이 있다. 그 중 내가 관심을 가진 건 후자의 경우이다.

이타적인 사람들은 우리가 평소에도 자주 접하지만, ‘진화론적으로’ 보면 수수께끼라 할 수 있다. 상대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스스로는 항상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외부인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집단 역시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정보나 물자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이처럼 손해를 보는 속성들은 점점 사라져야 마땅하다. 즉, 외부에 대해 배타적이면서 내부에는 이타적인 집단이 오늘날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둘 중 하나만으로도 살아남기 어려운데 두 가지가 합쳐져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속성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경로로 진화해 온 이타성 가운데 외부에 대한 적대성이란 형태로 진화해 온 이타성에 초점을 맞춰, 이런 행위적 속성이 진화해올 수 있었던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었다.

Q. 외부에 배타적이면서 내부에 이타적인 집단을 현실에서 찾아본다면?

민족 간의 전쟁을 생각해 보면 쉽다. 대개 자민족에는 헌신할 각오가 돼 있는데, 자민족이 아닌 사람에게는 아주 적대적으로 대응한다. 또 보통의 마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지역 주민들은 공립학교 교사가 실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자기 세금을 몇 %씩 올릴 정도로 이타적이다. 이곳에서는 외부인이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겨 패스트푸드점이나 대형할인점 유입을 반대하기도 한다. 이처럼 매우 이타적으로 보이는 집단 속에 알게 모르게 외부인에 대한 배척 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있다.

Q. 이 연구에 게임 이론을 어떻게 연관시켰나?

실험을 할 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여러 집단을 만들었다. 이타적이냐 그렇지 않느냐, 외부 집단과 만나면 적대적으로 행동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등의 네 가지 기준을 두고 그에 따라 조합한 사람들을 컴퓨터상에서 만들어냈다. 이들이 얼마만큼의 보수를 얻을지 가정할 때 게임 이론을 적용했다. 이타적 속성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오랫동안 게임을 했다고 가정하고 그에 필요한 모델링을 한 것이다.

Q. 연구 결과대로라면 내부에만 이타적이고 외부에는 적대적인 집단이 계속 늘어날 텐데?

우울한 결론일 수 있다. 그러한 성질이 인간의 본성이냐고 물으면 답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인간 본성은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 믿는다.

설사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하더라도, 이 연구는 그러한 결과를 막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지 ‘인간은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니 포기해 버리자’는 식이 돼선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 시민들이 대구를 아름답고 조화로운 도시로 만들고 싶어한다면, 그것이 대구 시민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배척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 즉 집단 내부의 신뢰와 협력은 물질적 자본만큼이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데 집단 구성원이 균질적일수록 형성되기 쉽다. 집단 내부가 균질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이질적인 사람들을 배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기 위해서 집단의 경계를 두는 것도 필요하지만, 외부에 대한 차별로 번지지 않을 ‘중간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Q. 연구 내용이 학제적이다. 그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나는 게임 이론 중에서도 진화적 게임 이론을 전공하고 있다. 게임 이론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이론인데, 그 중에서 진화적 게임 이론은 게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예측하는 데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이타적 속성을 갖고 게임을 할 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손해를 본다면, 다음번에는 이타적 속성을 버리고 게임을 하려 할 것이다. 이렇듯 진화의 메커니즘을 푸는 데 게임 이론을 도입, 응용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히 생물학, 진화론,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배우게 됐다. 또 정치학이나 사회학, 언어학을 연구하는 사람들과도 자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 사실 근대 과학이 다양한 세부 분야로 나뉘어 있지만, 학자들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학은 궁극적으로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사회 전체적으로 어떻게 조화되도록 하는지를 고민한다. 이것은 사회학, 지리학, 철학 등에서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동일한 문제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문득 나랑 저 사람이 알고 보면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심을 갖고, 그러다가 내가 푼 방법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Q. 향후 연구 계획은 무엇이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경제학적 연구를 해 보고 싶다. 게임 상황을 설정한 다음 선택에 따라 돈이 주어지는 실험이다. 내년쯤부터 해 볼 계획이다.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게임 이론적 연구 또한 계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자 한다.

학생들에게는 매사에 성실한 것은 좋지만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때로 학점 1, 2점 차이에 아등바등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내가 보기에 우리 학생들은 그 정도의 차이로 진가가 판가름될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사회가 마치 1, 2점에 인생이 갈리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음을 알지만, 학생들 스스로 너무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다는 남을 돕는다는 마음가짐,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들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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