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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스포츠의 가치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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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섭 교수(사범대 체육교육) 인터뷰

Q. 체육사상사는 어떤 학문인가?

체육사상사는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그들이 즐기고 장려했던 신체 문화, 즉 체육의 모습에 비춰 이해하는 학문이다. 누군가가 어떤 행위를 일으키는 데는 개인의 생각만이 아닌 그 시대의 철학, 가치관과 같은 것이 함께 작용하게 마련이다. 체육 활동 또한 시대와 국가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 활동을 일으키는 시대와 사상을 연구하는 것이 체육사상사다.

Q. 연구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역사 관련 책을 읽거나 신화를 공부하는 등 인문·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체육과에서도 역사 분야를 전공하게 됐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체육 분야를 주로 공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체육은 양생, 자연주의 등 사상적 측면이 강했다. 현실적으로 체육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려면, 그리스 체육의 사상을 공부하고 이를 통해 세계와 서양 문화의 바탕을 알아나가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Q. 고대 그리스 스포츠의 특징은?

고대 그리스 스포츠는 경쟁에서 승부가 뚜렷했다는 점, 승패가 체력으로 결정됐다는 점, 규칙이 정해져 있었다는 점, 경기를 주관하는 조직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동시대 다른 문명의 체육 형태와 차별화된다.

그리스는 최고의 교육 수단을 체육으로 봤고, 체육을 통해 신체를 아름답게 단련하는 것을 중시했다. 특히 레슬링, 복싱, 판크라티온과 같은 격투기 스포츠가 중시됐다. 이 가운데 레슬링은 부상이 적으면서도 청소년의 신체를 고루 발달시키고, 다른 도시국가와의 끊임없는 전투 상황에서 몸을 지킬 만한 유효한 기술이라 평가돼 가장 널리 행해진 종목이었다.

또한 고대 그리스에서는 우승자 단 한 사람만을 예우했다. 이는 스포츠 경기의 우승자가 제우스신의 제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0개월 이상 훈련을 받고 올림피아에 가서 한 달 동안 훈련받고 난 뒤 심판에게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이를 통과해야 비로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는데 이처럼 엄격한 과정은 우승자의 제물로서의 신성성을 보여준다. 또 그리스의 성목 올리브나무의 가지로 만든 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신을 제외하고는 올림픽 우승자가 유일했다. 이처럼 그리스의 운동 경기는 강한 제의성을 띤 하나의 제례 행사였다.

또 그리스 스포츠를 상징하는 것 가운데 올리브를 들 수 있는데, 올리브나무는 그리스 국민을 먹여 살린 경제수로서 신성시됐다. 올리브기름은 경기자의 몸에 발랐는데, 어떤 학자들은 이를 청동기, 철기 시대 사냥꾼들이 체취를 숨기고 소리를 적게 내기 위한 관습이 이어진 것으로 본다. 또 그리스 사람들은 경기할 때도, 연습할 때도 나체 상태였는데 이는 몸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그리스 젊은이들은 신체가 허약하거나 몸이 잘 발달되지 못하면 부끄럽게 생각했다. 균형미 있는 그리스 조각들을 보면 당시 그런 신체가 추구됐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경기 우승자는 상품으로 솥을 받았는데, 참가자들은 이것으로 제물로 바친 소 등을 삶아 나눠 먹었다. 오늘날 스포츠 경기 우승자에게 컵, 쟁반과 같은 식기를 주는 것은 이런 관습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Q. 그리스의 체육 정신이 현대에 미친 영향은?

스포츠가 낳은 그리스 문명의 정신으로 아레테(Arete)를 들 수 있다. 이는 ‘자신을 극복하고 남을 능가해 최고가 되는 정신’을 의미하며 그리스 문화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정신인 아고니즘(Agonism) 또한 그리스 문화의 중요한 가치 지향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 스포츠에서 발현한 이 정신은 현대까지 쭉 이어져 왔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유용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Q. 최근 사회 전반에서 엘리트 스포츠(선수 스포츠)가 중시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스포츠가 발달하면서, 스스로 참여해 자기 발전 가치를 추구하는 그리스적 스포츠와 흥행 중심, 보여주기 중심의 로마적 스포츠가 공존하게 됐다. 이것이 각각 현재의 대중(mass) 스포츠와 선수(elite) 스포츠다.

특히 엘리트 스포츠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했다. 이는 세계가 미국과 소련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던 국제 정치 질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시 국제 사회에서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것으로는 유엔에 가입하거나 올림픽에 참가하는 방법이 있었다. 유엔에 가입하지 못한 국가는 올림픽에 참가해 메달을 따는 것으로 인정받고자 했다. 한편 어떤 국가가 메달을 따는 것은 그 국가가 채택한 자본주의, 혹은 공산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이기도 했다. 소련이 미국보다 메달을 많이 따면 자신들의 체제가 더 나은 것이라고 선전하는 식이었다. 이때부터 엘리트 스포츠를 통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국위 선양과 관련지어져 국가적으로 엘리트 정책을 추구하게끔 됐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중 스포츠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생겨났는데 이는 염려할 만한 부분이다. 엘리트 스포츠와 대중 스포츠 사이에 가치 우열을 따질 수는 없지만, 생활 속에서 체육을 경시하는 풍조가 국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임은 분명하다. 입시제도 하에서 초·중·고교 교과목 중 체육 시수가 줄어든 만큼 비만 아동이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생활 체육을 중시하고 좋은 체육 시설을 마련해 지역 사회에 개방할 필요가 있다.

Q. 앞으로 연구하려는 분야는?

현재 스파르타의 체육 교육 사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스파르타에서는 청소년을 병영에서 교육시켰다. 신체 단련을 중시하고 국가에 헌신하는 국민을 기르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최근 개인주의가 중요시되고 있지만, 개인은 국가에 소속돼 있기에 국가와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스파르타의 체육 교육 사상을 계속 연구하고 싶다. 이것이 우리나라 체육 사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란다.

>> 그의 논문: 「고대 올림피아 제전경기의 종교적 특징」, 「고대 그리스 경기 관습의 형성과 상징성」, 「고대 그리스 경기의 우승자에 대한 예우관습」 외 다수

>> 주요 저서: 『체육 세계사』(형설출판사, 2001), 『올림픽 政治史』(保景社, 1986), 『近代體育思想史』(保景社, 1988)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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