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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춥지 않은 방에서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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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겨울이 이듬해 봄을 기다리는 즐거움이라면, 누군가의 겨울은 혹독한 추위와의 싸움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공동으로 대구시의 단전율과 도시가스 공급율을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춥지 않은 방에서 겨울을 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난방 실태와 함께 난방비 문제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대구지역 도시가스 공급율 50%
난방유 특소세 폐지 및 지원 대책 요구 높아

본교 근처에 사는 배주현(28, 대현1동) 씨의 집에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거실이고 방이고 할 것 없이 이불이 깔려 있다. 그는 “아직 도시가스를 설치하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기름값이 훌쩍 뛰었다”며 생활고를 털어놨다.
5년 전에는 한 달에 12만 원 정도 들었는데, 기름값이 오른 요즘은 아끼고 또 아껴도 주머니에서 18만~20만 원 가량이 빠져나간다. 이는 배 씨 집의 수입인 1백20만 원의 15~20%에 달한다. 배 씨는 “여름에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난방비가 겨울에 가중됨으로써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4살, 6살 난 아이들을 목욕시킬 때는 가스불로 목욕물을 데우고, 날이 추워지는 가을부터 추위가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 이듬해 봄까지 온 가족이 한 방에 모여 잔다. 배 씨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한 방에 잘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말 추운 겨울날에는 집 안보다 차라리 밖이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라고 농담을 던졌다.
기자의 취재 요청에 “대답해 주는 게 우리한테 도움이 되긴 하냐”며 쓴웃음부터 짓는 조씨 할머니(81, 대현2동)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셨냐고 묻자 “작년부터 기름값이 비싸져서 올해는 보일러를 단 한 번도 돌리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부엌 안쪽에 자리한 기름통은 텅 빈 채 깨끗하다. 주인집에서는 도시가스 설치비용이 비싸다며 설치해 주려 들지 않는단다.
그는 “겨울이 싫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워도 여름이 낫다”고 하소연했다. 나이가 드니 조금만 옷을 얇게 입어도 감기에 걸리고, 다친 허리와 다리도 쿡쿡 쑤신단다. “예전에는 그나마 들에서 채소라도 키워 살림에 보탰는데 이제는 몸이 아파 돈벌이도 못한다”는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없다.

난방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지난해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등유를 비롯한 난방유를 쓰는 서민들의 월 평균 난방비 지출은 22만3천 원 선이었다. 이는 도시민 평균 소득의 10분의 1, 저소득층 소득의 4분의 1에 이르는 수준이다.
게다가 대구는 단전율이 2%대로 전국에서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도시가스 공급율도 전국 최하 수준이다. 전기가 공급되는 가구 가운데 도시가스로 난방을 하는 가구는 불과 50%. 대구지역 가구의 절반 정도가 도시가스보다 비싼 등유를 쓰고 있는 셈이다.
난방용 등유를 쓰면 도시가스를 쓰는 데 비해 난방비가 평균 2.2배가 더 든다. 게다가 전체 소득에서 난방비가 차지는 비중은 거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소득이 낮은 가구가 값은 더 비싸고 난방 효율은 낮은 등유를 사용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값이 싸고 난방 효율이 높은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은 인구가 밀집해 있고 소득이 높은 아파트 지역에 주로 설치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고 난방 효율이 낮은 등유나 LPG는 소득이 적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대구도시가스 경제정책팀 이근직 씨는 “도시가스 보급은 개별 회사에 일임한 채 정부에서는 관여하지 않으며, 현재는 별도로 저소득층에 대해 도시가스 설치비를 보조하는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난방유에 붙는 많은 세금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우리나라 난방용 에너지 세제의 소득 역진적 성향을 나타내 준다. 지난해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값싼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난방유의 세금과 관련된 부분이다. 도시가스와 달리 등유에는 특별소비세(이하 특소세), 교육세를 비롯한 많은 세금이 붙는다. 그 가격도 LNG(액화천연가스)의 6.7배에 달한다. 게다가 2005년 에너지 세제 개편 때 등유는 세금이 더 올랐다.
이처럼 난방유에 특소세를 부과하는 사례는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도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지만 난방용 연료에는 소비세 5%만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는 다시 연탄 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다. ‘서민 주거난방 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정용태 집행위원장은 “난방비 지출 부담이 늘어난 서민들이 난방 연료로 쓰기에는 위험하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싼 연탄으로 많이 바꾸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거난방 기본권’을 외치다

이처럼 난방비 부담이 문제가 되자 ‘주거난방기본권’을 주장하는 시민운동이 전국 최초로 대구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등 대구 9개 시민 단체와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이 대책위를 발족했다. 이들은 저소득층 난방 지원 대책을 요구하는 거리 홍보 및 진정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정부에 대해 ▲서민들의 난방용 연료인 ‘보일러 등유’ 값 인하 ▲난방용 연료에 부과된 특소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면제 ▲홀몸노인·소년소녀가장·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게 주거난방보조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난방 실태 공동조사 ▲빈곤층에 대한 겨울철 난방 지원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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