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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현메아리

고슴도치가 겨울을 나는 법,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철학은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게 되었다. 지금이야 얕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겠지만, 당시 내게 『변명』은 난해하게만 느껴졌다. 그 후로 철학은 나에게 있어 머리 아픈 것으로 기억되었다. 또 철학은 내 삶과 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등학생 때 윤리를 공부한 적은 있지만, 이는 시험을 잘 치기 위한 공부로만 생각되었을 뿐, 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니 점점 철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이런 내 삶 속에 철학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속에서, 저자는 마치 기차여행을 하듯 독자와 함께 철학의 세계를 여행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법부터 죽음을 맞는 법까지, 저자는 매 장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과 함께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철학적 깨달음을 전한다.
책을 읽으며 특히 사람들 사이 관계에 관한 생각이 들었다. 책의 어느 장에서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무리의 고슴도치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내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붙을 시 다른 고슴도치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게 되어, 서로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이를 통해 고슴도치들은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데울 수 있으면서도 가시에 찔리지 않을 만큼의 적당 거리를 발견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적절한 거리는 중요하지만, 그 거리를 찾기는 어렵다. 가시에 찔리는 경험을 해야 비로소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상처를 입는 것을 꺼린다. 철학자 한병철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하지만 상처는 어떻게든 피하려는 게 요즘 세태 아닙니까? …(중략)… 사랑을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노력을 들이려고 하지 않아요. 노력을 들인 만큼 상처받기 때문이지요.” 나 역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때론 두렵다.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그 관계에서 상처받을 때 더욱 아플 것 같기 때문이다. 
관계는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책에서 시몬 베유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란 기다려주는 것이라 말한다. 즉, 어떤 의도를 위해 시간을 나눠주는 것이 아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므로 무언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베유가 말하는 ‘관심’은 ‘사랑’과 같다. 베유는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온전히 관심을 가질 때 가장 희소하고 순수한 형태의 너그러움인 사랑을 베풀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을 때, 그걸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순수하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앞에서 한병철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상처까지 받고 싶지는 않기에, 되도록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슴도치들이 상처 입는 것이 두려워 서로 가까이 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바람에 몸이 얼 것이다. 고슴도치들이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비록 가시에 찔리더라도 서로 관심을 가지려 시도할 필요가 있다. 즉, 관심과 사랑으로 서로 간 적절한 거리를 발견해, 서로의 체온으로 겨울을 견뎌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상처받을 때 어떻게 하면 덜 아파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에픽테토스는 고통을 인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말한다. 그가 속한 스토아학파는 흔히 금욕적인 이미지로 생각된다. 하지만 에픽테토스는 무조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아닌, 우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에 무관심할 것을 권한다. 즉,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까지 온전히 우리 자신이 책임지진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모든 일을 하늘에 맡기라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것에 무관심해지라는 것이다. 
상처를 입는 것은 당연히 아프지만, 서로 간 적절한 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조금씩 상처를 입고, 또 입히게 되는 것은 내 노력만으로 바꿀 순 없다. 물론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최대한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 상처를 입혔을 경우, 우리는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상처를 입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관심을 기울이고,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비단 관계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는 언제나 삶 속에서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많은 이들이 우리 삶에 녹아 있는 철학을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연희
(사회대 문헌정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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