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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 개혁의 겉과 속

윤석열 정부는 구성 초기부터 학령인구 감소와 COVID-19로 인해 급격한 사회 변화에 발맞춘 교육부의 교육정책 및 규제 개혁을 예고했다. 교육부가 지난 12월 16일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규제 개혁 및 평가체제 개편 본격화에 대한 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2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잇달아 열린 ‘제3차 대학 규제개혁 협의회’와 ‘제9차 대학기본역량진단제도 개선협의회’에서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연내 이를 확정하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의 회의를 거친 골자는 ‘대학의 역동적 혁신 지원을 위한 대학 4대 요건 전면 개편’, ‘대학별 자율적 특성화를 위한 정원 조정 대폭 자율화’, ‘경영위기대학, 대교협 기관평가 미인증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일반재정 지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시대 고등교육법 하에서 형성된 현재 네거티브 규제체제의 비합리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런 개혁 취지는 반가울 만하다.
K-정책 플랫폼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이러한 대학 혁신을 위한 정책은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교육환경의 지각변동, 급격한 학생 수 감소, 대학 재원 확보 실패와 학생 수 감소로 인간 대학의 심각한 재정적 위기 등과 같은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원 확보를 위한 통로를 다변화하지 못해서 2020년 사립대 등록금 수입 중 인건비 비중이 77.4%를 차지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며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 사학의 위기에 정부가 나서서 재정확보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는 것은 백년지대계를 위한 당연한 처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별로 자율적인 특성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원 조정을 대폭 자율화하겠다는 정부의 지침에 대해서는 그 이면을 들춰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시한 ‘2024년 학생정원 조정계획’의 목적은 ‘정원 조정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 확대’이다. 이에 따르면 2024년부터는 교원확보율 요건이 완전 폐지되어 총입학정원 범위 내에서 대학은 완전히 자율적으로 정원조정을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학의 자율성이 확보되면서 대학별 특성에 맞는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할 기반을 마련한 듯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학과 간 정원 조정 시 제한을 두고 있었던 교원확보율은 비인기 학과 정원의 축소와 폐지를 막는 방패 역할이 되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한 학생정원 조정계획은 대학 운영자 입장에서 볼 때는 대학의 특성에 맞는 학과를 양성하여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인문 사회계열이나 자연 계열의 순수학문 같은 비인기 학과가 대학 안에 설 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점도 있다. 대학은 직업인양성소가 아니다. 대학의 본질은 학문 탐구에 있으며, 모든 학문은 순수학문에 그 뿌리를 둔다. 대학이 이런 본질을 외면하면, 교육의 질적 저하뿐만 아니라 지식인의 도덕적 해이는 필연적 결과이다. 
세부적으로 지방대의 학생 모집난을 고려하여 첨단 분야를 포함한 전 분야로 새로운 학과를 신설할 수 있다는 특례를 준다는 항목이 있지만, 이 또한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다. 2021년 1월 8일 자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전국 200개 대학의 2021년 수시모집 미등록 인원이 3만 7천여 명 발생, 전년보다 40%이상 늘어난 수치였는데, 이 중 지방 대학의 수시 이월인원이 3만 2330명으로 전체 수시 이월인원의 85.7%가 지방대학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서울대의 경우에도 타 대학 의학계열 진학을 위해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기사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제시된 정부의 방침들은 대학에서 배우고 다음 세대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기존의 제도 안에서도 서울 쏠림, 의대나 이공계 취업 쏠림 현상으로 대학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는 형편이다. 대학 운영자 입장에서 재원 확보가 최우선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학의 자율성 확대의 출발점은 이런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종착점이 예견될 뿐이다.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학의 본질과 학생의 선택권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우리 대학의 미래에 교육이 지닌 백년지대계를 찾아보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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