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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황제의 곤충이야기

만년 2등 사슴벌레

지난 호에는 장수풍뎅이 기사를 투고했었습니다. 장수풍뎅이가 나오면 세트로 반드시 딸려오는 벌레가 하나 더 있죠. 끝없는 라이벌로 엮이는 사슴벌레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벌레 둘을 연달아 소개할 수 있어 아주 기쁩니다.
사슴벌레는 장수풍뎅이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크고 단단한 몸과 멋지고 강력한 무기까지. 사슴벌레의 무기는 뿔처럼 보이지만, 사실 뿔이 아니라 큰턱입니다. 동물의 큰턱은 음식을 먹는 데 사용하지만, 사슴벌레의 큰턱은 오로지 상대를 부숴 없애버리기 위한 무기로서의 기능만을 갖추고 있습니다. 악력은 종마다 다르지만, 외국의 거대한 사슴벌레의 경우 10kg이 넘어가는 악력을 지녀 핸드폰, 볼펜 따위도 으깨 부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강합니다. 이 큰턱의 모양은 종이나 개체마다 모두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사슴벌레 종류 구별이나 연구에 있어 중요하게 사용되는 부위입니다. 암컷 또한 작고 뾰족한 큰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슴벌레의 큰턱은 매우 강력해서 이것으로 부수지 못하는 벌레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한 번만이라도 물리면 대개의 벌레들은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거기다 성격마저 사나운 편이라 다른 벌레들은 사슴벌레의 근처에도 접근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직 말벌과, 같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만이 사슴벌레에게 덤비는 적수들입니다. 특히 가장 강한 말벌, 장수말벌은 큰턱으로 사슴벌레의 다리를 물고 괴롭히면서 제 풀에 지치게끔 유도하거나, 머릿수를 앞세워 공격하는 것으로 사슴벌레를 몰아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슴벌레의 큰턱에 물리는 순간, 온몸이 부서지기 때문에 장수말벌도 가급적이면 싸움에 엮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슴벌레가 가장 자주 마주치는 적은 당연하게도 동족 사슴벌레일 것입니다. 장수풍뎅이와 같은 습성으로, 사슴벌레 또한 먹이와 암컷에 대한 독점욕이 하늘을 찌르는 수준으로 매우 높습니다. 때문에 먹이와 암컷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 덤비는 자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큰턱으로 상대의 몸을 물어 잡고, 뜯어내고, 밀고 당기기를 하며 상대의 빈틈을 찾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무껍질이 사슴벌레 다리에 부서지는 소리와 몸끼리 부딪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살벌하게 들릴 정도로 사슴벌레끼리의 싸움은 열기가 굉장합니다. 다행히도 사슴벌레의 몸은 다른 벌레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엄청난 악력에도 몸이 다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기 때문에, 가끔 다리나 큰턱이 잘려나가거나 몸에 구멍이 뚫리는 등의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심하면 몸이 으깨져 그대로 죽는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슴벌레는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항상 목숨을 걸고 싸움에 임해야만 잔혹한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진(眞)최강의 전사 장수풍뎅이 앞에서는 사슴벌레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장수풍뎅이는 사슴벌레와의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벌레입니다. 장수풍뎅이의 힘은 사슴벌레를 압도하며, 강력한 뿔을 사슴벌레 몸 아래에 집어넣어 한 번에 팽개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수풍뎅이의 몸은 사슴벌레의 큰턱을 버티지 못합니다. 한 번이라도 잘못 물리는 순간, 장수풍뎅이는 몸이 부서져 죽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서로의 힘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에, 열 판을 싸운다면 그중 일곱  판은 장수풍뎅이가 따낼 것입니다. 하필이면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는 서식지도 같고, 생태도 비슷하고, 먹이도 나무 수액으로 똑같아서 동족 사슴벌레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주칠 적수입니다. 그래서 여러 매체에서 둘은 늘 엮이는 악우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강약의 차이 때문에 언제나 장수풍뎅이는 주인공으로, 사슴벌레는 주인공의 라이벌, 악당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가 겹치고 겹쳐, 기사의 제목처럼 사슴벌레는 만년 2등이 되었습니다. 


▲싸움의 2인자 사슴벌레 모습

김건우
(생환대 생물응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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