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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태원 참사, 책임자 반성과 재발 방지책 필요

서울 도심에서 150명 이상이 한 번에 사망한 큰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 장소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은 매년 10월 31일, 핼러윈 데이 전후로 수만 명의 인파가 붐비는 곳이다. 많게는 20만 명까지도 밀집하는 데다가, 특정한 행사 주최자가 있지 않은 터라 매년 경찰 인력이 투입되어 교통을 통제하고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해왔다. 좁고 가팔라서 사고 위험이 높은 일부 골목은 통행하지 못하도록 막아두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러한 예방 대책과 안전 조치가 너무도 부실했다. 경찰은 핼러윈 데이 시기의 주말 오후 10시에 인파가 집중될 것을 알았음에도 인력을 늘리지 않았다. 용산구청장은 대책 회의를 주재하지도 않았고, 용산구의 공식 축제가 아니니 안전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비한 예방, 책임 회피에 급급한 사후 대응이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과 시민들에 또 한 번 상처를 주고 있다.
행정 책임자들은 “주최자 없는 행사의 군중에 경찰, 소방 인력을 더 배치한들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임이 아닌가. 행사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었다는 말은 변명조차 되지 못한다. 그러나 행정 책임자들은 어쨌든 제도의 문제였다며, 재난안전법상 안전관리계획 수립 기준에 책임을 회피했다. ‘주최 측이 있음, 1,000명 이상이 모이는 지역 축제’라는 기준에 이태원의 핼러윈 데이는 맞지 않았다는 식이다. 하지만 재난안전법에는 응급 상황에 경찰, 지자체가 관여할 수 있는 규정도 있다. 핼러윈 데이였던 지난 10월 31일 전후로 1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그 좁은 지역에 몰릴 것이란 사실은 많은 이들이 예측한 일이다. 정부가 모든 문제를 인지했으면서도 안이하게 손을 놓고 있었다고밖에는 비치지 않는 대목이다. 
어이없게도 일부에서는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그러게 거기에 왜 갔느냐”는 메마른 비판이 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희생자의 절대다수는 20대 청년이었다. 누군가는 막 대학에 합격해서 자유를 즐기고 싶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번 핼러윈 데이가 지나면 또다시 학교로, 일터로 돌아가 바쁜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코스튬을 차려입고 눈치 보지 않으며 놀 수 있는 단 하루, 감히 그 하루를 즐기려 했느냐고 손가락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쓱 발을 빼고서 서로 물어뜯는 이들을 관망할 것이다.
참사 발생 후 일주일이 넘었지만, 재발 방지 대책은 여전히 묘연하다. 왜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하지 않았는지, 왜 유관기관끼리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고,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없다. 희생자들에게 지원금을 얼마나 주는지, 그날 골목길에서 시민들을 민 사람이 누구인지 등 알량한 책임 공방만이 수면 위를 떠돈다. 그러는 사이에 남은 사람들은 ‘생존자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공포와 불안, 미안한 마음에서 오는 우울과 무기력의 감정을 겪는 현상이다. 생존자들이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또 제2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자의 진심 어린 반성과 납득할 수 있는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 국가에 시민은 통제하고 단속할 대상이 아닌, 보호해야 할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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