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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여전히 고단한 노동자들의 외침 - 노동자 인권 보장을 위한 발걸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 울려 퍼진 한 청년의 외침을 기억하는가?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대우는커녕, ‘기계’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러한 우리의 노동 현실, 대체 어떠한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우리나라 노동자 인권 현황 


‘한강의 기적’ 이후 국민들의 소득수준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노동자 인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10만 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는 4.6명으로 OECD 평균인 2.8명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는 1.3명으로 우리나라의 1/3 수준이고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절반 수준인 헝가리 역시 1.4명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이렇듯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산업재해가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난다.  

이에 김성룡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산업재해 발생 빈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안전, 보건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기업의 준법 경영,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의 부실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식 전환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노동자의 생명권을 보장하라!  
‘중대재해처벌법’ 

지난달 15일, SPC 계열사인 SPL의 제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의 끼임 사고(이하 SPC 사건)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긴급연락 시스템이 미흡해 신속한 구조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즉, 이번 사건은 공장 내 안전사고에 대한 소홀한 대처로 인해 일어났다. 이는 공장 내 안전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처럼 노동자의 생명권이 허무하게 박탈되는 일을 막고자 올해 1월 27일 부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법적 조치를 넘어선 대응 


SPC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해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법적 처벌을 넘어 소비자를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을 갈아넣은 빵을 더 이상 사 먹을 수 없다”며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본교 김혁수 교수(경상대 경영)는 “소비자 심리에 대해 연구하다 보면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기도 하지만, 되게 감정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불매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소비자의 움직임이 단순히 매출 하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 즉, 기본적인 윤리적인 책임 조차 다하지 못하면 소비자가 돌아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김성룡 교수 (법학전문대학원)와의 인터뷰
 
Q.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유는 무엇인가?   
A.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서 사망하는 근로자(종사자)의 수가 연간 1천 명을 넘어서는 등 산업재해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극단적이자 최후의 해결 방법이라 할 수 있는 형벌을 투입한 것이다.  
 
Q. 해당 법률의 주요 조항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   
A.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5조, 제6조 등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종사자(근로자)의 사망 또는 상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이외에도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제7조),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이러한 사고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발생한 손해의 다섯 배까지 배상하게 할 수 있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하는 유형의 처벌(제15조)도 함께 도입하고 있다.  
 
<유의미한 법률인가?> 
 
Q.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도 지난 1~8월 산재 사망자가 4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1명)에 비해 단 9명만 줄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법률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법률이 도입되고 처벌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산업재해를 발생하게 한 기업의 안전ㆍ보건관리체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산업활동이 침체됐다가 다시 활성화되며 사업장의 수와 규모가 많이 증가했다. 

Q. “이러한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당연히 필요하지 않겠느냐” vs. “이러한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떠한 의미가 있느냐”의 찬반이 치열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현재 두 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이 검찰의 기소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피고인 측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적 법률이 아닌지 판단해 달라는 요청도 존재했다.  
어떤 법도 하루아침에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다. 여러 기업이 서류 작업으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든, 진심으로 사고방지를 위해 노력하든 어떤 변화는 분명히 감지되고 있다.  
만일 법률에 문제가 있다면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수정하여 적용함으로써 산업현장에서의 사고들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의 노동자 인권 침해 


2021년 ‘알바몬’에서 남녀 대학생 555명을 대상으로 '겨울 방학 아르바이트 계획'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자리를 고르는 기준 1위가 '부당대우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가(22.9%)'였다. 그만큼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본인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유니온센터와 청년유니온이 함께 진행한 ‘2022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최저시급은 9,160원인 반면, 응답자의 평균 시급은 9,026원에 그쳤다. 특히 편의점은 평균 시급이 8,416원으로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최저임금 미지급은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TK 지역의 평균 시급은 8,509원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위반율은 39.8%로 전국 최상위를 기록했다.  
대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은 “작년에 편의점 알바를 했었는데 시급 6,000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작년 최저시급인 8,720원에 한참 못 미친다. 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점장과 이야기를 했지만 “아르바이트생을 잘 챙겨주고 싶은데 너무 남는 게 없다”라거나 “편의점에서 일할 것이 많이 없으니 최저시급보다 덜 주는 것에 대해  양해 바란다”라는 말만 늘어났다. 또 다른 학생은 “점장이 발주하는 시스템에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만약 누군가 최저시급 미지급으로 신고하면 해당 커뮤니티에 신고자가 블랙리스트로 올라와 그 다음부터는 편의점 알바를 하기 힘들다”는 말을 점장에게서 들었다.  
한편, 휴게실 미설치 및 법적 휴게시간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법적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휴게실조차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없을 때, 식탁 의자에 앉거나 구석에서 간이 의자에 앉아 쉬는 것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법적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13.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김성룡 교수는 “최저시급 미만의 임금을 지급할 경우 사용자는 <최저임금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징역형과 벌금형의 병과’도 가능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최저시급 미지급의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법을 어기더라도 처벌받지 않거나, 처벌받더라도 시급을 적게 주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성룡 교수는 이러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근로계약서 작성 교부와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계약서 작성을 요청하고, 이를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직접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등 관련 조항 및 고용노동부 온라인 안내자료 등을 통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어떤 구제 방법이 있는지를 미리 확인해 보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인권을 위해 노력할 때


이렇듯,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은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김성룡 교수는 “기업은 종사자의 안전과 보건관리가 기업의 이윤보다 혹은 적어도 기업의 이윤만큼은 중요하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한다”며 “기업이 유지·발전되기 위해서는 종사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문화로 바꾸어갈 필요가 있다”고 기업의 노동자 인권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또한, “노동자·근로자·종사자들 역시 스스로 안전보건기준을 위반해서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없도록 하는 규범준수의식이 필요할 것”이라며 “노동자 스스로도 본인의 안전을 위해 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성룡 교수는 “기업과 근로자는 모두 최소한 법에서 요구하는 의무는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많은 사고가 동일한 기업에서 반복되고 있고, 사고의 유형도 추락사고, 끼임 사고 등 너무나 시대착오적 사고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안전 의식만이라도 가지려는 노력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가기 바쁘고,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서 차마 한 명의 노동자의 사고 소식에 귀 기울일 시간이 없다. 또, 너무나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얘기이자, 우리 주변의 얘기가 될 수 있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 찾고 보호해야 한다. 노동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모두 기업에게 넘기고, 기계 이상의 대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한 명의 노동자의 안전과 목숨도 경시하지 않는 보다 건강한 우리 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주영 기자 kjy22@knu.ac.kr
김윤지 수습기자 
편집 전하연 기자 jhy2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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