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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최근 방영된 드라마를 톺아보며

요 몇 년간, 세상을 가장 놀라게 하는 국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한국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만들어 낸 국가로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았던 것은 과거의 교과서에서 수록될 일 정도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한층 더 나아가 세계문화의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바로 K 콘텐츠와 K 문화이다. 한국은 강한 기술력과 경제력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일 뿐 아니라 21세기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K 브랜드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자랑스러워야 할 일이다.
21세기 들어와서 한국의 문화사업은 그야말로 거침없이 세계를 향해 급속히 뻗어나가는 쾌속 열차에 올라탄 형국이다. 쾌속 열차를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가?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끈 선진적인 정치 사회의식일 수도 있고, 반도체 수출 1위 국가이면서 전기 및 수소차 제조의 강한 기술력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세계무대에 도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면, 바로 참신한 아이디어로 세계인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움을 소환하는 한국의 문화산업일 것이다. 
현재 세계는 한국 콘텐츠의 열풍이 계속 불고 있다. K 팝, K 영화, K 드라마 K 스포츠 등에서 놀라운 성과를 발휘하며 세계인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잘 만들기로 소문난 ‘메이드 인 코리아 드라마’ 중 ‘작은 아씨들’과 ‘수리남’이 베트남과 수리남 국민과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방영 중단과 방송 퇴출이라는 문제에 휩싸였다. 이는 한국 콘텐츠가 온라인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해외로 전달되고 큰 인기를 얻는 가운데 특정 국가의 문화적 금기를 건드려 논란을 일으키는 사례들이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베트남 전쟁을 왜곡하고 한국군을 전쟁영웅으로 묘사하여 베트남 국민의 분노를 불렀다. 드라마 중에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바로 비리의 핵심 인물이고, 베트남 참전군인이자 사조직 ‘정란회’를 세운 원기선 장군의 대사이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서 세운 공을 자랑하며 당시 참전한 군인이 “한국군인 한 사람당 베트콩 스무 명을 죽였다”라고 말하였다. 전쟁은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재앙이고, 인류 공멸로 가는 지름길임을 누구나 다 안다. 더구나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인들에게는 가장 아픈 역사이고 큰 상처이다. 미국의 원조를 끌어내기 위해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낸 국가 중 하나이다. 
전쟁은 베트콩뿐 아니라 베트남 국민, 참전한 한국군에게도 정신적 육체적인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드라마의 대사는 참혹한 전쟁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시청자들에게 정신적 폭력으로 작용하고, 게다가 자기도취에 빠진 장군의 영웅담에서 베트콩은 마땅히 멸종되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전쟁 상황 속에 살인에 대한 죄의식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말한 참전군의 대사도 현실의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고 증폭시켰다. 이처럼 세계인을 시청자로 삼는 K드라마는 근대사에서 비극적인 역사적 경험을 겪었던 베트남 국민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일에 고려와 배려가 부족했다. 향후 K드라마 제작에서 세계 각국의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심사숙고와 타문화에 대한 포용성이 필요할 것이다. K 문화산업의 생존과 성장이 직결된 문제이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수리남’은 수리남 국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묘사한 이유로 수리남인과 정부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다. 이 드라마로 인해 사람들이 거대한 아마존의 숲으로 둘러싸인 남미의 아름답고 작은 국가인 수리남이란 존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광업이 발달한 나라라고 하더라도 수리남을 직접 방문하거나 여행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보여주는 국가의 이미지는 사람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드라마에서 수리남은 깊고 울창한 열대 야자수를 배경으로, 한국의 범죄자와 수리남 정부 고위 공직자 간의 마약 거래의 온상으로 그려진다. 또 드라마 등장의 한국 인물들이 모두 가난을 ‘대물림’ 받아서 마약범죄 조직에 연루되거나 가담하게 되는 곳이며, 마약 조직의 두목을 잡기 위한 작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드라마를 보고 느끼는 수리남의 인상을 떠올려 본다면, 군부 쿠데타 정권의 부패, 가난한 나라, 사금을 찾고 보석돌을 캐는 고된 노동의 착취, 마약과 매춘, 범죄조직이 활개 치는 불안한 사회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그늘이 있으면 양지도 있기 마련이다. 수리남이라는 드라마가 혹여 서사만을 전달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을지라도, 국가의 이미지를 온통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바로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든 이미지에서 한 국가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수성은 모두 무시되고, 민주적인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의 진실성도 외면되어 있는 것이다. 수리남의 외교부 장관은 오랫동안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했고, K드라마가 다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항의하였다. 힘없는 국가의 저항은 우리도 과거에 경험해본 아픔이 있다.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국제관계에서 그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수리남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왜곡된 이미지를 심은 부당함에는 반드시 사과하여야 한다. 이는 세계시민으로서 한국인의 인권 의식과 윤리 의식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한국의 국격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래서 인류 공영과 세계 발전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K 문화는 타 국가에 대한 문화적인 포용과 세심한 배려를 통해 전 인류적인 21세기 문화를 만들어야 할 책임과 임무가 있다. 우리가 너와 나 구분 없이 동시대성을 의식하는 세계시민으로 K 콘텐츠를 만들 때, 한국과 한국문화는 미래가 있을 것이다.

정보선 강사 (인문대 중어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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