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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여서는 안 된다. 대학의 구조조정,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지난달 19일, 교육부에서 제출한 일반대학 학과(학부) 통폐합 현황 자료를 분석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부터 3년 동안 국내 4년제 대학에서 이루어진 학과 통폐합 사례는 700건에 이른다. 또한 2019년 대비 2021년 계열별 통폐합 건수 증가율은 공학과 예체능 계열이 60~70%에 불과한 데 비해 인문·사회와 자연과학(기초과학 혹은 순수과학) 계열은 200%를 상회한다. 
이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학과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대학 당국의 이러한 태도를 무조건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것이 공학(응용과학)의 발전, 나아가 대학이나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공학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연구 성과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연과학자는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나 법칙을 발견하는 데 관심을 두지만, 공학자는 이러한 자연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기계 장치 등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자연과학자에 비해 공학자들은 자연현상의 원리나 법칙을 발견하기보다는 그것을 활용하는 데 더 집중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발견하기보다는 이미 발견된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하여 컴퓨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일을 더 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가 독자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 자연과학의 연구 성과 없이 공학이 발전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인간이 소비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기계를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학자들은 인문학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핸드폰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려면 그러한 제품들이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지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 또한 공학적 생산물들은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한 인간관과 자연관을 정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문학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 특성, 그리고 바람직하게 사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학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과가 없어지거나 정원이 줄어들면 그에 따라 해당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자의 수가 감소하고 연구 성과 역시 양적·질적 측면에서 모두 퇴보하게 된다. 결국 한국의 공학자들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거의 개발할 수 없었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요즘 세계인들에게 주목받는 K-문화콘텐츠나 K-브랜드도 아련한 옛날의 추억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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