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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자립준비청년의 삶을 살펴보다. 19번째 생일, 난 어떻게든 홀로 서야 했다.

‘혼자 선 두 청년이 그렇게 쓰러졌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두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경제적·정서적 지원 제도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자 지원 제도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과 어려움은 대체 어떤 것일까. 자립준비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알아보면서 삼덕자립생활관의 허재민 사회복지사와 함께 이야기해보았다●

내 19번째 생일날, 그렇게 보호가 종료됐다


자립준비청년은 위탁가정·보육원·공동생활가정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살다 독립한 청년을 말한다. 퇴소 시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대다수는 국가가 정한 보호 종료 연령인 만 18세까지 시설에서 생활하다 등 떠밀리듯 자립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간 매년 2,500여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생겨났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원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만 18세까지던 보호기간을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월 35만 원의 자립수당 지급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명칭도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했다. 청년들을 보호와 지원의 수동적 대상이 아닌 자립의 주체로 인식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지원 제도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정책과 제도가 개선된 건 맞지만, 자립준비청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 2명이 엿새 사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년들의 지원책을 점검하고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강화됐다는 지원 제도, 피부에 와닿진 않아요"
실제 자립준비청년의 삶은 어떨까. 우리나라에 있는 12개의 생활자립관 중 하나인 삼덕자립생활관에서 일하며,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허재민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시설과 집, 직원과 가족 그 경계

Q. 우선 삼덕자립생활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자립생활관은 만 18세에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청소년들이 오는 보호 시설이에요. 퇴소 이후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 돌봐주는 시설인 거죠. 기존에 생활하던 아동복지시설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돼요.

Q. 모든 퇴소 청소년들이 자립생활관으로 오나요?
A. 그건 아니에요. 만 18세 이전까지 시설에서 생활한 청소년들이 퇴소할 나이가 되면 다섯 가지의 갈림길을 만나게 돼요. 어떤 청년들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 후 제공되는 기숙사로 들어가고, 또 어떤 청년들은 LH 주거 지원 사업을 신청해 가기도 해요. 스스로 독립해서 사는 경우도 있고, 원가정으로 돌아가 사는 청년들도 가끔 있어요.  혹은 여기, 자립생활관으로 지원해서 오게 돼요.

Q. 청년들이 생활관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아무래도 청년들이 완전한 자립을 하기 전까지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커요. 사실 20살,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기엔 어린 나이거든요. 스스로 자기 방 청소 정도는 해본 적이 있겠지만, 자잘한 집안일부터 전기요금까지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관리하긴 쉽지 않아요. 또 월세나 관리비 부담도 일절 없어서 경제적으로도 좀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이 자립 걱정을 잠시나마 놓을 수 있는 자립생활관을 선택해요.


돈만 주면 끝일까?


Q. 청년들은 보통 자립 과정에 있어서 어떤 어려움을 많이 겪나요? 
A. 다른 20대들이 하는 고민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취업이 가장 큰 고민거리죠. 이런 문제는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다고 봐요. 보통 학생이라면 여러 학원에 다니면서 부모님의 세심한 관리를 받잖아요. 하지만 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가정에서의 관리와 조력자의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요. 인원과 지원금은 한정돼 있고, 아이들은 많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전반적으로 학업 수준이 낮아요. 특별 전형으로 대학에 간다고 해도 공부 습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으니 버티기 어렵고요. 그렇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점점 좁아지게 돼요. 그렇다고 해서 성인이 되어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기도 쉽지 않아요. 시설 퇴소 이후 5년 안에는 자립하기 위한 돈을 모아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취업을 위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시간은 모자라고.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많이들 겪어요.

Q. 경제적 지원이 강화됐다지만, 그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보면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A. 사실 현재의 경제적 지원책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봐요. 청년들은 정부의 자립수당과 자립정착금, 민간재단의 지원 정도를 받아요. 대다수의 아이들은 기초수급자 자격도 돼서 그 지원도 받고요. 대학생들 경우, 웬만하면 저희가 장학금은 한 개씩 다 연결을 시켜줘요. 그럼 재단에서는 생계비 겸 학비로 1년간 4~500만 원을 지원해주고요. 어떻게 보면 학생의 경우 우선은 수급비도 받고, 청년 수당도 받고, 재단 지원도 받고 하니까 가벼운 알바 하나 정도만 하면 우선 사는 건 괜찮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걸로 한 달만 살고 말 게 아니니까 문제죠. 퇴소 후 자립할 때를 위한 자금도 모아야 하니까요. 애들이 돈 관리에 능숙하지 않다는 점이 어려움을 낳기도 해요. 고등학생 때 한 달 용돈으로 한 5만 원, 10만 원 정도를 받다가 큰돈을 쥐게 되니 어떻게 나눠 관리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거죠. 이것저것 사고 싶은 마음을 이해는 해요. 좋은 신발을 사고, 비싼 휴대전화를 쓰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지는 욕구니까요. 그래도 계속 강조하죠. 돈도 아껴 써야 하고, 한 달에 어느 정도는 모아야 한다고요. 재단 같은 곳에서 한 번에 큰돈을 지원 받는 경우에는 퇴소할 때 전부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아예 사무실에 넣어둬요. 어쩌다 일어날 수도 있는 과소비를 사전에 막는 거죠.

실제로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 후 자립준비청년은 정부로부터 자립수당과 자립정착금을 지원받는다. 자립수당은 복지부에서 보호 종료 후 5년까지 월 35만 원씩 지급한다. 퇴소 직후 한꺼번에 받는 자립정착금은 500만~1,500만 원으로 금액은 지자체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0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월평균 소득은 2019년 기준 127만 원이다. 이는 같은 해 기준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02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소득 중 절반 이상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는 수익이었다. 사실상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아르바이트를 지속해야만 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경제 교육의 부재 역시 문제이다. 성인이 되면서 큰돈을 쥐게 되는 청년들에게 올바른 소비 관념을 잡아주는 경제 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청년들이 무계획적으로 지원금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적 지원은 단순히 지원금을 늘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원금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 등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


마음을 나눌 사람들이 필요하다


Q. 정서적 지원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올해 강화책이 발표되면서 사회적인 관심도는 좀 높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타지역에 있었던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경제적 지원이 다가 아니에요. 청년들이 건강한 자립에는 결국 경제적 자립, 정서적 자립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해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지원 제도는 그런 부분을 많이 못 담아내고 있죠. 우리도 사무실에 있으면 애들이 수시로 놀러 오곤 하거든요. 와서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가요. 소통할 사람이 필요한 거죠. 같은 방을 쓰는 친구랑도 그렇게 친하지 않다면 더 그렇고요. ‘집’이라는 공간에 들어와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얼마나 허전하겠어요.

전문가들은 경제적 자립을 이뤄내는 것만큼 정서적 자립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네트워크 단절로 인한 고립은 청년을 좌절과 포기로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의 심리정서적 자립수준은 일반 청소년이나 청년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자아존중감은 물론 삶의 만족도에서도 낮은 수준을 보인다. 특히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을 정도로 자살 생각 경험은 위험한 수준이다.

Q. 청년들과 사회복지사분들 간 소통이 중요하겠어요.
A. 네. 아무래도 여긴(삼덕자립생활관)은 생활 시설이다 보니까 너는 너, 나는 나 이렇게 칼 같이 관계를 구분 짓긴 어려워요. 그러면 소통도 어려워지고, 형식적인 질문과 대답만 오가게 되고요. 그래서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제가 ‘진짜 이 아이들의 삼촌이다’ 생각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해요. 아마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는 그럴 거고요. 이렇게 일상생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주고받고,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안내 체계 개선과 인력 충원 절실해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책 실현 과정의 부실함에 있다. 제도가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해당 제도를 누려야 할 자립준비청년들에게까지 정책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안내 체계가 미흡해 각종 지원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청년들은 손에 꼽는 실정이다.
자립준비청년협회 대표로 활동하는 주우진 대표는 “‘청년마음건강바우처’ 사업처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당사자들이 그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하며 “사업을 알리고 청년들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전달 체계가 필요하다”고 안내 체계의 개선을 강조했다.
덧붙여 “대다수가 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못 느껴 선뜻 참여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며 “이런 청년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거나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도 걸림돌이 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자립지원전담요원은 267명이지만 이들이 돌봐야 할 청소년은 2만 2,807명에 달했다. 자립지원전담요원 1명당 약 85명의 청소년을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자립 지원 인력의 부족은 결국 청소년들의 지원 서비스 수혜율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적절한 인력 충원 없이 각종 지원책만 펴는 건 제자리 걷기에 불과한 것이다. 정책이 필요한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효과적으로 지원책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내 체계의 획기적인 개선과 인력 충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성숙한 인식도 요구돼


“우리 반 결손 가정 둘 알지? 그런 애들 특유의 음침한 거. 하나는 소 죽은 귀신 씐 애처럼 음침하고, 하나는 싹수가 노랗지 뭐….” 지난 2019년 인기리에 종영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오는 대사다. 주인공 ‘동백’과 같은 반인 학생의 학부모가 보육원에서 사는 ‘동백’을 흘깃 바라보며 하는 이 대사 속에는 보호아동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이 서려 있다.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탓에 보육시설 출신임을 쉽게 밝히지 못한다. 동정과 같은 부정적인 시선을 견디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출신을 밝히는 행위를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공개하는 커밍아웃과 고아를 합쳐 ‘고밍아웃’이라 표현할 정도다.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은 자립준비청년의 건강한 자립을 방해한다. 지금부터라도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은 버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회구성원이라는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주 대표는 “신문을 접하실 독자분들 중에서도 특히 경북대 학생들이 대구·경북 지역에 있는 자립준비청년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함께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청년마음건강 바우처 지원사업


<신청 자격>
- 만 19~34세 이하 청년  ※소득·재산 무관

<지원 내용>
- 3개월간(총 10회) 주 1회 전문심리상담 등 제공
- 월 24만~28만 원의 상담 비용 지원
- 회당 본인부담금 6천~7천 원
  ※자립준비청년은 면제

<신청 방법>
1.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 방문해 신청
2. 복지로(www.bokjiro.go.kr)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


정다은 기자 jde20@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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