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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구애라는 탈을 쓴 악한 범죄, 스토킹

최근 신당역에서 일어난 스토킹 살인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3년 가까이 피해자를 끈질기게 스토킹한 ‘전주환’의 행보가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끔찍한 일을 예방할 수 있었던 접근 금지 명령이나 구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스토킹 범죄와 부실한 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비단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대체 스토킹 범죄가 무엇인지, 신고 시 어떻게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스토킹(stalking)이란?
스토킹은 ‘은밀히 다가서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stalk’로부터 파생된 표현으로, 타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속해서 몰래 쫓아 다니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작년 10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스토킹 처벌법에서는 ▲접근하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 ▲주거·직장 주변에서 기다리는 행위 ▲우편·전화를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 ▲특정 물건을 전달하는 행위 ▲주거 주변의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 총 다섯 가지를 스토킹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경우, 스토킹 범죄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토킹 범죄의 유형은 어떻게 나뉠까? 수많은 전문가가 제시하는 다양한 스토킹 분류법 중에서도 전미피해자센터(The National Center For Victims of Crime)가 제시하는 행위유형 분류법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해당 기관에서는 스토킹 행위를 저지르는 스토커(stalker)를 ▲단순집착형(simple obsessional type) ▲애정집착형(love obsessional type) ▲애정망상형(erotomaniac type)으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 단순집착형은 가장 흔한 유형으로 서로 알고 있는 관계에서 나타나며 상당수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를 끊고자 할 때 나타난다. 이때 스토커는 과도한 집착으로 피해자 주변의 기물을 파손하며 때에 따라 신체적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둘째, 애정집착형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 특별한 교류가 없는 관계에서 나타난다. 이 경우 대중매체 등에 자주 노출되는 유명인이 주된 피해자들이다. 스토커들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하며,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면 점차 위협적인 언행을 행사한다. 셋째, 애정망상형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 특별한 교류는 없으나 가해자 자신이 피해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환상을 가지는 경우 나타난다. 이러한 유형의 경우, 스토커들은 피해자와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 매우 폭력적인 성향을 내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그간 스토킹 범죄의 신고 건수는 2019년 5,468건, 2020년 4,515건,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6,971건으로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해왔다. 그리고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는 총 2만 2,721건 신고가 접수됐다. 하루 평균 60건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이는 스토킹 범죄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의 중범죄로 규정되면서, 신고하면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란 피해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적 구애와 한 끗 차이
한국에서 스토킹이라는 행위에 대해 무겁게 처벌하기 시작한 건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1999년부터 발의돼 온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작년에서야 국회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스토킹 처벌법은 왜 21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을까. 바로 ‘스토킹 행위의 모호성’ 때문이다. 스토킹 행위는 적극적인 구애 행위와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제화되지 못했었다.
물론 적극적 구애 행위와 스토킹 행위를 두부 자르듯 완벽하기 나누는 어렵다. 지난 2016년 2월 KBS에서 남녀 대학생을 상대로 진행한 스토킹에 대한 인식 차이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살필 수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한 영화를 보여줬을 때, 여학생들은 주인공의 행동이 도가 지나친 것이라며 스토킹이 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대부분의 남학생은 주인공의 행동을 ‘적극적인 데이트 신청’ 정도로 볼 수 있겠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수준의 행위가 스토킹인가에 대한 인식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본교 재학생 A 씨는 “구애와 스토킹이 다르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딱 나눠 설명하긴 어려운 것 같다”며 “제삼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행동을 봤을 때 그것이 스토킹인지 아닌지는 단번에 구별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구분하기 힘든 적극적 구애와 스토킹의 차이는 바로 ‘행위의 심리적 원인’이다. 구애 행위는 상대방의 관심을 얻기 위한 순수한 욕구로부터 시작된다. 반면, 스토킹은 상대방이 ‘내 것’이라는 소유욕과 지배욕으로부터 움직이게 된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자신의 통제 속에 놓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바탕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스토커는 바람직하지 않은 욕구에 휩싸여 행동하는 만큼, 무언가 제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폭력적인 성향을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더더욱 적극적인 조치와 예방이 필요하다.

처벌법은 생겼다지만…
스토킹 행위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접근 금지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된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해당 법률에는 무수한 빈틈이 존재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피해자 보호 제도의 미흡이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지독한 끈질김과 비정상적인 욕구를 전제로 하기에 일회성 조치로 해결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이후 지속적인 주시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효성도 크게 떨어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 시행부터 올해 9월까지의 기간 동안 1심에서 잠정조치, 즉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사람 56명 중 42명이 이를 위반했다. 대략 75%가 위반한 셈이다.
이러한 법률의 한계는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게 만든다. 지난해 말 이수정 경기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스토킹 방지 입법정책 연구’를 보면, 스토킹 피해를 당한 설문조사 참여자 256명 중 206명이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이 선뜻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 같지 않아서 ▲사소한 일이라 판단해서 ▲경찰이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누구보다 경찰의 도움을 필요한 순간에,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 년에 걸쳐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행위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내오는 수십 통의 문자들은 피해자의 영혼을 조금씩 파괴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인 ‘집’을 드나들기가 두려워지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대다수의 경우 스토킹은 살인·폭행과 같은 강력 범죄까지도 나아간다. 이처럼 스토킹은 피해자의 일상, 나아가 신체와 생명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범죄인 것이다.
지독한 스토킹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지역 경찰의 초동 조치에서 과거 이력 확인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이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단계에서는 신변 보호 요청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보호 제도를 안내해야 한다. 또한 스토커와 피해자가 단 둘이 만나서는 안 되고, 피해자 주변인의 철저한 정보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대전제가 지켜질 수 있는 체계적인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때이다.

우리 주변의 안전장치
①순찰신문고(patrol.police.go.kr)

주민들이 순찰을 희망하는 불안 장소를 우선으로 순찰하는 제도. 순찰을 원하는 장소, 순찰 기간 및 시간을 지정해 신청할 수 있다.

②긴급 신고·상담 전화
여성긴급전화 1366
한국 여성의 전화 02-2263-6464
한국 남성의 전화 02-2652-0456

참고문헌
이규호·김경동, 「스토킹범죄와 경찰의 대응방안 고찰」, 『사법행정』, 한국사법행정학회, 2022.


정다은 기자 jde20@knu.ac.kr
편집 전하연 기자 jhy2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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