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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애정어린 경북대신문사와 함께한 기록

경북대신문사를 처음 접하게 된 건 학교 공지사항의 수습기자 모집 때였다. 3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던 11월 초, 관심 가는 활동이 없나 학교 공지사항을 뒤적이던 차에 제일 위에 고정된 수습기자 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11월은 어떤 활동을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언론인을 꿈꿔왔던 것도 아니고, 신문사의 혜택에 관심이 간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미가 당겼다. 그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수습기자를 거쳐 정기자로서 한 학기를 보낸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기자’라는 단어에 꽂혔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비교적 운명이 존재한다고 믿는 편인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해져 있는 운명을 향해 스스로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명구는 운명은 정해져 있으니 체념하고 받아들이라는 내용이 아니라, 자신을 통해 표현되는 가능성의 실재화를 당당하게 인정하라는 전언이다. 이처럼 관심 가는 것들은 다 한 번씩 해봐야 하는 나에게 신문사는 잠재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가온 운명이었다.

사실 이전에 학교 곳곳에서 경북대신문을 봤을 때는 대학 본부의 담당 부서에서 발행하리라 생각했다. 수습기자 모집 공고를 보기 전까지는 학생들이 전부 취재하고 만들어 나가는 신문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입학 후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학교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는데, 대학 내 일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자 활동 역시 나한테 상당히 흥미롭고 애정이 가는 일이 되겠다고 생각해 지원을 결심했었다. 

아직도 수습기자 지원하던 날과 대면으로 면접 보던 날은 잊히지 않는다. 수습기자 모집 마감일에 개인적으로 작은 소동이 있었는데, 삼성 라이온즈가 6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당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관중의 100% 입장을 처음 허용한 때였고, 라이온즈 파크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 좌석이 매진됐다. 당시 수습기자 지원서를 제출하지 못한 나는 만원 관중 속에서 데이터 통신 불가를 마주했다. 그 속에서 나는 지원서를 빨리 제출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휘말렸고, 기자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성한 지원서를 내보지도 못하고 떨어진다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거듭된 시도 끝에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지만, 합격은 아직. 수요일 오후 6시에 대면으로 면접을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한 번 머리가 하얘졌다. 6시에 정규 수업이 있었기에 면접에 참석하려면 출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지만, 둘 다 포기할 수 없었기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신문사에 면접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 다행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이 진행된 후 나는 신문사의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나름 쉽지 않게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신문사에 나는 애정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한편, 이러한 애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함께하는 사람들 덕이 크다. 신문사에 처음 들어와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 과연 내가 기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확신도 얻지 못한 채 수습 기간이 빠르게 지나갔었다. 얼렁뚱땅 시간이 흘러 정기자가 되었을 때, 좋은 기사를 써내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에 둘러싸여 낭떠러지 앞에 선 사람처럼 조바심을 느꼈다. 옆에서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기자들이 없었다면 보도 기사는 물론, 한 면 전체를 담당하는 기획 기사는 절대 써 내려갈 수 없었을 것이다. 기획 회의부터 마감까지 한 학기 동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 동안 어쩌면 조금은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벌써 시간이 흘러 새로운 수습기자들이 들어오고 교열도 하는 입장이 됐는데, 내가 신문사에 들어와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수습기자들도 느끼고 얻어갔으면 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배려하는 사람들 사이에 속해 있고, 내게 맡겨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이런 경험들이 나에게 온 운명이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자 활동에 임하고 있는데, 함께 신문을 만들어 나가는 동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길 바란다. 많은 사람이 종이 신문을 읽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신문사는 존재하는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즐겁고도 담담하게 신문사의 일원으로서 그 의미를 찾아나가겠다.


조수빈 학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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