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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경험과 체험의 가치, 구독의 시대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경제 불황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SNS 등의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소유하기보다는 체험이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존 소비방식 또한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필요한 순간, 필요한 기간에만 받아보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무제한 사용하는 미디어 음원사이트, 내가 쓰는 정수기 렌털 그리고 매일 받아 보는 신문 등 우리 일상생활 자체가 구독경제인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 입지 않는 채 옷장에 걸려 있는 여러 벌의 옷과 진열대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관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구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까? 지구 온난화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시점에서 구독경제는 새로운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달마다 도착하는 구독경제

“구독과 좋아요 눌러주세요” 유튜버들이 영상 마지막에 항상 붙이는 말이다. 여기서 나오는 구독(Subscription)이 바로 구독경제의 구독이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을 배송 받거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제모델을 말한다.

Zuora(기업용 구독경제 결제 시스템·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의 CEO인 Tien Tzuo는 반복적 수익 창출을 위해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시켜야 하며, 이런 경제 환경의 변화를 ‘구독경제’라고 지칭했다. 재화 및 서비스의 구매, 이용이 구독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굳이 왜 사? 구독하면 되지!

구독경제는 글로벌 경제 불황과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경제의 활성화 속에서 등장했다. 특히, MZ세대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배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로 이들의 특성이 바로 구독경제를 등장하게 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MZ세대는 물건을 구매해 ‘소유’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성을 보인다. 소유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MZ세대에게 구독 서비스는 합리적이다.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고 소유 대신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면 넷플릭스 안의 모든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한 번 시청할 영화를 굳이 소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많은 콘텐츠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MZ세대에게 이처럼 구독 서비스는 매우 합리적인 제안인 셈이다.

구독경제에서 서비스는 온라인 기반의 재화/서비스 판매 사업자들의 다양한 판매 방식과 연계돼 제공된다. 그리고 구독경제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영역 역시 점차 확장 중이다. 특히, 콘텐츠가 제작된 후 발송되던 구독 개념이 온라인 데이터 전송이 활발해짐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음원의 스트리밍과 IPTV나 OTT(Over The Top) 등을 통한 디지털미디어의 실시간 제공 등으로 구독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구독경제 활성화의 이면에는 매출 증대 및 회원확보 등을 목적으로 사업자 중심의 거래 방식을 소비자 중심으로 변형하려는 의도가 존재한다. 특히,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면서 신규 고객 유치가 어려웠던 SW 사업자들의 경우 필수 기능만 포함한 이용권 판매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규 회원의 유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를 고정 고객으로 삼을 수 있는 유인책으로 구독경제를 선택한다.

 

자동차도 구독하자!

구독경제 모델은 ▲납부한 만큼, 무제한 이용 모델 ▲무엇이든 배송 가능, 정기배송 모델 ▲매달 입맛대로 선택, 렌털 모델로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명 넷플릭스 모델이라고 불리는 무제한 이용 모델은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고 무제한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다운로드해 소유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젊은 세대들, 특히 1인 가구 고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무제한 이용 모델은 구체적으로 이용권과 접근권으로 나눌 수 있다. 이용권은 온/오프라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독하는 것으로 디지털콘텐츠에는 넷플릭스, SW에는 Adobe, 주류에는 데일리샷 그리고 음식으로는 야로라멘 등이 있다. 그리고 접근권은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 외에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회원(멤버십) 등의 등록을 통해 부가서비스 접근 권한을 구독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 마켓컬리의 컬리패스, 지마켓의 스마일클럽, DropBox의 유료 회원 등이 있다.

월 구독료를 납부하면 매달 소비자가 정한 날짜에 집으로 서비스를 배송하는 것을 뜻하는 정기배송 모델은 신문, 잡지, 우유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맥주, 양말, 꽃, 와이셔츠, 화장품까지 일상의 모든 것을 구독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화장품에는 버치박스(BirchBox), 식재료에는 블루에이프런(BlueApron) 등이 있다. 정기배송 모델은 사업자 및 상품별 특성에 따라 결제 방식에 차이가 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의 구독 서비스를 통해 면도날과 세안용품 및 목욕용품 등을 구독 시 매달 고정된 비용을 지불하게 되나, 온라인 쇼핑몰 기반의 아마존/쿠팡 등의 정기배송 구독 서비스의 경우 선정한 상품의 시장가격을 적용해 결제가 이루어진다.

기존의 차량 및 정수기 렌털 서비스에서 진화한 형태인 렌털 모델 구독경제는 자동차, 보석 사치품, 가구 등 주로 고가제품에 적용되는 모델이다. 일정 월 구독료를 납부하면 1개월마다 품목을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포르쉐 패스포트, 정수기·비대의 경우 웅진 홈케어, 셔츠에는 딜리셔츠, 그리고 수건으로는 노블메이드 등이 있다. 다만, 대여하는 품목의 가격대에 따라 소비자들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재화의 성능인지 재화와 더불어 제공되는 서비스의 중요성 혹은 편의성인지 달라질 수 있다. 품목 자체가 고가인 자동차나 명품의 대여 서비스인 경우 차량/명품 자체에 대한 가치가 우선적이다. 반면, 세탁된 셔츠, 수건, 침구 등의 대여 서비스의 경우 구독 의사결정의 중요도가 관리(세탁) 및 배송 시기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구독경제의 빛과 그림자

본교 김인경 교수(경상대 경제통상)는 “소비자의 경우, 소유하지 않은 여러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구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요의 확보라는 장점이 있으나, 적정 가격의 산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사범대 지리교육 21) 씨는 “언젠가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취소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각 구독 서비스는 만 원 이하로 싼 편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각 서비스의 결제일이 달라서 그렇게 비싼 것 같지 않다고 느끼지만, 합쳐서 생각하면 꽤 부담된다”고 잘 사용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를 취소하지 않는 이유와 경제적 부담에 대해 답했다.

구독경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편리함이다. 일일이 필요한 상품을 새로 구매할 필요 없이, 한 번의 정기 결제로 여러 상품을 추가적인 결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인 넷플릭스로 예시를 들자면, 과거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따로 구매해 봐야 했지만, 넷플릭스를 구독하면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영화는 따로 결제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반면 결제의 편리함은 소비자에게 결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 소비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해지 절차를 더욱 번거롭게 해 소비자의 지속적인 결제를 유도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기업들의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이 처음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1개월, 3개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결제 수단을 등록하게 한다. 나중에 유료 전환이 일어날 때 해지를 번거롭게 하거나 위약금을 책정하여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게 유도한다.


성장하는 구독경제

세계 최대 경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2018년에 수행한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구독경제의 시장 규모가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100%씩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 등과 비슷한 방식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성장 중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26조에서 2020년에 약 40조로 50% 이상 성장했고, 2025년에는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곁으로 다가온 구독경제

구독경제를 대구·경북의 다양한 산업과 접목한다면 어떨까? 이에 대한 물음에 김 교수는 “한 가지 예로 대구 및 경북에 위치한 여러 사찰, 문화재 및 국립공원들을 월 일정 구독료를 내면 사시사철 무료로 입장하도록 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성주의 참외, 경산의 복숭아, 상주의 감, 의성의 마늘, 청도의 소고기 등 지역의 특산물을 계절에 맞게 조합해 월별로 배송하는 구독경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구독경제의 미래에 대해 전망했다. 

최근 전북 완주군에서 ‘완주로컬푸드 미니팜’을 집으로 정기 구독하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미니팜 사업은 완주군 농가에서 정성껏 기른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는 화분 형태로 가정에 배송해주고, 가정에서 일주일 정도 키워 수확해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한 박스이다. 1차 패키지는 샐러드 채소 및 딸기 화분과 블루베리 드레싱, 유정란, 스타티스로 구성되어 있다. 소비자는 동봉된 생산자 소개 카드를 통해 배송되는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아 직접 수확한 농작물로 요리를 할 수 있다. 더 이상 자동차부터 로컬푸드까지 구독하는 세상은 낯선 미래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구독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구독 농어촌유토피아 실현 가능성에 관한 사전적 연구』 , 조덕호·기정훈, 한국지역개발학회, 2021

『구독경제 Subscription Economy』 , 박현길, 한국마케팅연구원 2019

『구독경제에서의 소비자문제 개선방안 연구』 , 정영훈, 한국소비자원, 2019


 


▲달러 쉐이브 클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구독 상품

(출처: 달러 쉐이브 클럽 홈페이지)



▲연도별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



장부기 수습기자

신주연 수습기자

편집 조현진 기자 jhj20@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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