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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황제의 곤충이야기

강자들이 없는 시간을 노리는 사슴풍뎅이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세계에 몇 없는 기후를 띠고 있습니다. 사계절은 벌레들에게 있어 아주 혹독한 기후입니다. 봄~가을까지 기온이 따뜻할 때 실컷 활동하고, 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귀신같이 사라지게 되죠. 때문에, 한국의 벌레들은 볼 수 있는 시기가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름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비롯한 수많은 벌레의 전성기, 가을에는 말벌과 풀벌레의 전성기 등등. 그중 조금 독특하게 생긴, 5월 단 한 달만 반짝하고 나타나 사라지는 벌레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슴풍뎅이라는 벌레입니다. 장수풍뎅이도 사슴벌레도 아니라서 사슴풍뎅이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장수풍뎅이처럼 둥글둥글한 몸에 사슴벌레처럼 양옆으로 뻗는 뿔을 가졌습니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생김새를 반씩 섞은 것 같으니 이런 이름이 붙은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실상은 크기가 작고 밥에 환장하는 풍뎅이 종류인 꽃무지 계통의 벌레지만요. 사슴풍뎅이는 몸길이 20~40mm 정도로,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수컷은 회백색의 독특한 빛깔을 띠는 몸과 위로 솟는 뿔을 가졌고, 암컷은 검정색과 자주색이 섞인 몸에 뿔이 없습니다. 특히 수컷은 몸에 물이 묻으면 진한 자주색으로 색이 변하기도 합니다. 또한, 아주 긴 다리를 가졌습니다. 
사슴풍뎅이는 수명이 한 달 내외로 매우 짧습니다. 5월 초에 나타나 늙어 죽어가는 6월에 걸쳐 아주 많은 사슴풍뎅이가 참나무 숲에서 활동합니다. 성질이 사납고 다리가 길어, 적극적으로 다리를 휘두르며 공격합니다. 적이 다가오면 앞다리를 위로 번쩍 들어 만세하는 것처럼 상대를 위협합니다. 그러나 작은 크기답게 힘은 그다지 세지 않아, 긴 다리를 가졌음에도 자주 미끄러져 떨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사납기만 하고 힘은 약한, 허세가 가득한 벌레지만, 마침 5월은 말벌을 제외하면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 따위의 크고 강력한 벌레가 활동하지 않는 시기입니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아 작고 약한 풍뎅이나 나비, 개미 따위의 벌레들이 많은 시기입니다. 이 만만한 벌레들은 사슴풍뎅이가 다리만 휘두르면 모두 도망갑니다. 진정한 강자들이 나타나는 여름에 오기 전, 경쟁자가 적을 때를 노려 전성기를 누리는 사슴풍뎅이만의 아주 치밀한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술했듯, 5월은 아직 강한 벌레가 나타나지 않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사슴풍뎅이가 가장 자주 마주치는 상대는 바로 자기 동족들입니다. 이들은 먹이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끼리 아주 치열하게 싸웁니다. 눈이 나쁘고 긴 다리를 휘두르며 싸우다 보니, 치열한 싸움 중에는 가만히 있던 온갖 벌레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신의 짝이 될 암컷마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워낙 번식욕이 강해, 크기가 다른 수컷들끼리 재밌는 생존 싸움을 펼치는 모습이 꽤 흥미로운 벌레입니다. 큰 크기와 멋진 뿔을 가지고 태어난 수컷은 자신의 힘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싸웁니다. 반면 크기가 작고 볼품없는 뿔을 가진 수컷은 힘이 뒤처지니 적극적으로 싸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큰 수컷이 모든 암컷을 독점하고, 작은 수컷에게는 기회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작은 수컷은 나름의 전략이 있습니다. 큰 수컷들이 싸우느라 암컷에게 신경을 못 쓰는 사이, 작은 몸으로 재빠르게 암컷에게 올라타 자신의 정자를 넣어버립니다. 곧 돌아온 큰 수컷에게 쫓겨나겠지만 정자를 한 번 넣었다면 이미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린 셈이기 때문에, 생존 싸움에서 이긴 것이 됩니다. 이러한 행동을 수많은 암컷에게 하며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는 전략, 그것이 작은 수컷의 전략이 되겠습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사슴풍뎅이뿐만이 아닌, 싸움으로 이성을 차지하는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에게도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김건우 (생환대 생물응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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