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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종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아날로그 소리는 세상에서 많이 사라졌다. 부모님 세대에는 학창 시절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학교에서는 교무실에서 치는 종소리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렸다. 새벽 교회와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어쩌면 신자가 아닌 자의 마음도 평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서양에서 종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 본교 박물관에서 개최한 〈삶에 깃든 종〉 전시회를 들여다 보자●


적군의 비행기로 만든 영국 공군의 ‘승리의 종’
제2차 세계대전은 총 5천 500만 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희생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다. 독일은 1940년 6월 프랑스의 항복을 받고 영국과도 타협을 기대했다. 하지만 영국은 이를 거절했고 히틀러는 8월 영국 공군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독일 공군의 군사력은 영국에 한참 못 미쳤고 결국 패배하게 된다. 연합군이 승기를 잡은 1944년, 영국은 자국의 영토에서 격추된 독일 전투기 잔해를 수거해 용해시켜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축하하는 ‘승리의 종’을 만들었다. 종의 손잡이에는 ‘V(Victory)’가, 몸체에는 얄타회담에 참석한 3개 연합국의 지도자(▲처칠 ▲루스벨트 ▲스탈린)의 얼굴이 양각으로 조각돼 있다. 특히 종 몸체에는 영국 공군과 공군 가족들을 후원하는 기금을 위해 제조됐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종의 주성분이 비행기 몸체 성분인 알루미늄이기 때문에 종소리는 둔탁한 편이다. 하지만 종소리에는 계속되던 독일의 공습에 대비해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경고의 종소리만 들어오다 마침내 길거리로 나올 수 있었던 런던 시민들의 종전과 전쟁 승리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 묻어 있다.


우리를 웃게 만든 ’Daffy 시리즈 종‘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내적으로는 공산주의자에 대해 철저하게 통제하는 반공 운동이 일어났으며, 미국 내 극단적인 반공주의인 메카시즘은 공포정치를 불러왔다. 이에 미국 사회는 우울한 분위기에 잠식돼있었다. 우울하고 무거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Daffy 종 즉, 바보 인형 종을 보고 코믹한 ‘모지리’들이 내는 종소리를 들으며 ‘이 인형보다는 내가 낫다’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곤 했다. 이 종은 일본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수출됐으며, 1950~60년대에 미국 가정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바보 인형 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종에는 실직한 사람의 형상이나 우스꽝스러운 표정,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러 초췌해 보이는 모습을 한 사람 등이 그려져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마치 한국에서 익숙한 ‘못난이 인형’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폴란드 여왕‘의 꼿꼿한 자태에 묻어난 독립의 열망
1813년경 폴란드에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종은 유리에 붉은 에나멜 칠을 하고, 손으로 그린 구름 모양의 흰색-푸른색 무늬가 그러져 있다. 손잡이는 왕관을 쓰고 정장을 한 순은으로 된 여왕으로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으로 추정된다. 1813년 폴란드 상황을 살펴보면,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유럽을 지배하던 프로이센-오스트리아-러시아 세 왕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 삼국지배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던 폴란드를 부추겨 1807년 바르샤뱌 공국을 세우고 연합군을 편성해 러시아 원정에 나섰다. 폴란드인에게 나폴레옹은 독립을 위해 하늘이 보내준 구세주와 같은 셈이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러시아에게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고, 러시아는 폴란드 바르샤뱌를 점령했다. 이후 삼국의 분할지배를 받았으므로, 폴란드 남쪽은 오스트리아(보헤미아, 현재의 체코)의 지배를 받게됐다. 그러므로 폴란드 공예 및 예술품은 보헤미아 유리공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 종에도 보헤미아 채색유리가 사용됐다. 당대 시대상이 담겨있는 이 종에는 나폴레옹에 기대어 독립을 쟁취하고자 외치던 폴란드 국민들의 격정에 찬 함성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지극한 사랑이 녹여진 ‘뉘른베르크 결혼 컵’
중세 독일 바바리아 지방의 뉘렌베르크 영주의 딸이 금세공사와 사랑에 빠졌다. 영주는 미천한 청년과 자신의 딸의 교제를 허락하지 않는다. 딸이 귀족 가문과의 청혼을 계속해서 거절하자, 영주는 이 모든게 청년의 탓이라 생각해 청년을 성의 깊은 동굴 감옥에 가뒀다. 이로 인해 단식을 하던 딸은 점차 쇠약해져갔고 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자, 영주는 매우 어려운 제안을 해 둘을 떨어뜨리고자 했다. “두 사람이 하나의 잔으로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동시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잔을 만들라. 성공하면 결혼을 허락할 것이나 실패하면 성에서 추방될 것이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제안이었지만 청년은 이를 받아들였고 만들어진 잔이 바로 ‘뉘렌베르크의 결혼 컵’이다. 미소를 띤 사랑하는 그녀를 조각하고 치마 속의 빈 공간은 컵으로 활용했으며, 들어 올린 두 팔은 자유롭게 흔들리는 작은 컵을 잡고 있다. 전체를 거꾸로 들면 위로 선 통치마 안에 와인을 부을 수 있고 위의 작은 컵도 상하가 유지되며, 두 잔에 와인을 채워 수평으로 기울이면 양쪽에서 같이 마실 수있다. 결국 영주는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했고, 후에 이 컵은 지극한 사랑의 상징이 됐다.  


▲메리 그레고리 유리종
 '모래와 재로 만든 불사조'라 불리는 유리에 동화나 환상의 장면을 손으로 그린 유리종이다.


▲냅킨 레이디
 치마부분의 홈에 냅킨을 끼워 사용하며, 식사 도중 하인을 부를 수 있도록 식기 아래에 탁상종을 설치했다.


▲달리랜드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상상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생동감 있는 일들을 살바도르 달리가 재해석했다.


▲복음전도자의 종
 영화 '검은 사제들'에 소품으로 쓴 종으로 신약성서의 4복음서를 쓴 이들의 이름과 상징 동물이 새겨져 있다.


하채영 기자 citten23@knu.ac.kr
편집 전하연 기자 jhy2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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