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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누리호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쏘아올린 작은 공

2018년에 SPACEX사가 제작해서 발사에 성공한 팔콘 헤비 발사체가 화제였던 적이 있었다. 발사 장면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그해 태어나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아이가 가장 즐겨 보는 영상이기도 하다. 팔콘 헤비는 아이가 “도와주는 친구”라고 부르는 2개의 1단 부스터가 달려 있고, 추후 재활용을 위해 지상에 다시 착륙시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2개의 부스터가 목표지점에 정확히 착륙하는 순간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다 같이 환호하는 장면은 이 영상의 백미이다.
팔콘 헤비에는 일런 머스크가 타던 로드스터 전기자동차가 실려 있었다. 이를 페이로드(우주선)라고 한다. 보이저 1호에 인류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여러 매체들을 실어 보냈듯이, 로드스터에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인 “Don’t panic”이 적혀 있다. SPACEX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꿈꾸듯 팔콘 헤비의 우주선이었던 로드스터는 현재 화성까지 먼 여행을 한 후 화성과 같이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이 날 모든 시선이 팔콘 헤비에게 집중되었지만, 실제로 팔콘 헤비는 우주선을 띄우는 걸 “도와주는” 발사체 “친구”였을 뿐이다.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보자. 2021년 말에는 우주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발사체인 누리호의 발사시험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 유럽이 합작해 만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발사였다. 누리호의 발사는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그 시도만으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거의 성공에 가까웠던 발사시험은 그동안 향상된 우리의 기술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여론을 보며 이제는 우리도 실패를 성공을 위해 거쳐가는 단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만큼 성숙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2021년 크리스마스에 선물처럼 발사에 성공했다. 개발에 대략 10조원이 소모된 이 망원경은 이후 한 달에 걸쳐 지구에서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라그랑주점까지 긴 여행을 마쳤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그동안 30년 가까이 운영되며 우리를 우주의 심연으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만든 (그리고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책임져 준) 허블망원경을 대체할 예정이다. «진리의 발견»에 나온 일화에 따르면 1900년, 켈빈경은 영국과학협회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현재 물리학에서 새로 발견될 것은 없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측정 방법을 좀더 정밀하게 다듬는 일뿐입니다.” 같은 시간에 아인슈타인은 취리히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 상대성 이론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우리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으로 무엇을 더 알아낼지 미리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우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미지의 작은 조각을 찾아낼 것만은 확실하다. 
다시 팔콘 헤비의 유튜브 영상으로 돌아가자. 사람들은 1단 부스터 2개가 X자로 표시된 착륙예상지점에 나란히 착륙하는 장면에서 다같이 흥분한다. 반면 아이는 동영상이 끝나고 나면 항상 같은 질문을 한다. “로드스터와 거기에 탄 우주인(인형)은 어디있어? 화성까지 다 간 거야?” 어쩌면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날렸던 부스터를 다시 착륙시키는 것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이가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 즉 발사체를 활용해서 우리가 뭘 알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맞닿아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어떤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듯이 발사체는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이다. 천문학자들의 관심은 거기에 탑재된 우주선 혹은 위성으로 뭘 하고자 하는지에 있다. 즉 달에 가고자 하는 것이 한때 우리 인류의 목표였다면 천문학자의 목표는 달의 생성 역사와 그 진화를 밝혀내는 데에 있다. 발사체의 개발이 덜 중요하다는 순진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누리호가 언젠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관심의 방향을 조금 돌려 우주선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자들은 나사에서 지원하고 미국제트연구소(JPL)와 공동으로 개발중인 SPHEREx 망원경에 중요한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전에도 한국의 천문학자들은 일본이나 미국과의 상호협력을 통해서  AKARI나 GALEX 우주망원경의 개발에 참여해 우주망원경 개발경험을 꾸준히 쌓아왔다. 누리호에 우리가 스스로 개발한 한국형 허블망원경을 실어 올려보내는 것이 허황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

김민진 교수
(자연대 지구시스템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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