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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강 건너에 난 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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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명,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UN)이 집계한 민간인 사상자 수다. 대부분 로켓, 미사일 등의 폭발 공격을 당했다고 한다. 곧 벚꽃 필 날씨의 따사로운 한국에서는 실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막연하게, 1922년도 아닌 2022년에 기어이 무력 전쟁을 벌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원조를 칭찬하지만 그뿐이다. 어쩌면 물리적인 거리가 있어서, 우리나라 국내 정치만으로도 충분히 소란해서, 또 어쩌면 지구상 전쟁 중인 국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은 아니라서, 이래저래 댈 수 있는 그럴싸한 핑계는 많다. ‘1,400’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폭탄에 맞아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울 법하다.
그렇다면 다른 숫자를 제시해 보자. 2억 2천만 원, 저렴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값이다. 이 큰돈이 제주의 한 수출업체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러시아로 수출한 감귤 대금이다. 침공 이후 러시아 은행이 국제은행 간 결제 망에서 배제되었고, 러시아 측에서는 우리나라 회사에 돈을 보낼 방도가 없다고 한다. 회사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 상황이 길어져서 이러한 러시아 금융제재, 물류난이 지속한다면 우리나라 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
또 다른 숫자가 있다. 2만 6천 원. 노르웨이산 연어 1kg당 도매가격이다. 전쟁 직전까지 노르웨이산 연어는 1kg당 1만 6천 원 선에서 거래됐다. 노르웨이와는 유라시아 대륙 끝과 끝의 거리이지만, 러시아를 경유하는 항공편이 있었기에 수출과 수입이 원활했다. 그러나 항공 길이 막힌 지금,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은 단 한 주 만에 1만 원, 대략 60%가 올랐다. 당장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연어회, 연어 초밥, 연어 덮밥 등의 외식 메뉴부터 자취를 감출 판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사람이 죽어가는 판국에 감귤 까짓것 안 팔고, 연어 까짓것 안 먹으면 그만이라지만, 이미 코로나 19라는 죽음의 고개를 간신히 넘긴 자영업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말이다. 감귤과 연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많이 수입해 오던 대게나 명태도 수급, 가격 상승의 우려가 있다. 이미 기후변화로 국제 곡물 가격까지 상승한 마당에 수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더군다나 국제유가, 환율도 전쟁의 영향을 받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2억 2천만 원의 감귤 대금과 60% 오른 연어 가격은 산들바람에 불과하다. 태풍이 불어오는 건 순식간이다. 
2월 24일 이후로 서울시청, N서울타워 등을 비롯한 우리나라 곳곳의 조형물이 파란빛,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응원하고자 우크라이나의 국기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밤중에 잠깐 빛을 낼 뿐,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마치 전쟁과는 아무 상관 없는 듯 흘러가는 우리의 일상과도 닮았다. 오늘 우크라이나가 아닌, 내일 우리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작금의 사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차피 남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의 일은 우리의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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