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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본캐는 의대 교수, 부캐는 종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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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메디게이트뉴스>


지난달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본교 박물관에서 특별전 〈삶에 깃든 종〉을 진행한다. 예술 작품으로서의 종을 비롯해 문학, 신화, 종교에 등장하는 인물을 조각하거나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기념물로서의 종, 생활 속의 종 등 우리 삶에 깃든 19~20세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재질과 용도의 종 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이번에 전시된 종들은 본교 의과대학 이재태·하정희 교수가 오랜 세월 동안 수집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수집한 시간과 노력이 종소리에 담겨 있다. 본교에서는 처음 전시를 여는 만큼 의사가 아닌 종 수집가로서의 이재태 교수에게 종과 종소리에 대해 들어보자●

8면에서 이어짐>>


Q.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가 무엇인가?

A. 의과대학을 76학번으로 입학해 어느덧 졸업한 지 만 40년이 됐다.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왔지만, 그동안 수집한 종을 학교에 소개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정년퇴임을 앞두고있어 학교 구성원들에게 종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 


Q. 종을 수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1992년부터 1994년까지 2년간 연구원으로 미국 연수를 갔었다. 우연히 내가 살던 동네에서 벼룩시장을 열었고, 조그만 좌판 위에 아기자기한 소품과 종을 파는 아주머니를 만남으로써 종 수집이 시작됐다. 그 도자기 인형 종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양의 종이었고 호기심에 도자기 인물 종 10개를 산 것이 종 수집의 시초가 됐다. 그렇게 2년간 미국 생활을 하면서 하나하나씩 모으다 보니 2년 동안 200여 개를 모았다.

본격적으로 종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1990년대 후반 미국 종 수집가들의 모임에 가입했다. 거기에는 종에 미친 아마추어 수집가들이 그들의 수집품을 소개하고 전문적인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이들도 모두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전문가 못지않게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었으며, 종의 인문학적, 문학적, 종교적 등의 지식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었다. 이를 보면서 나 또한 종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 바탕 위에서 어떤 것을 수집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 종 수집의 영역을 넓혀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축적의 힘이라는 게 무섭다고 생각한다.


Q. 종은 주로 어떻게 수집하는가?

A. 여행을 할 때마다 눈에 보이는 종을 샀으나 짧은 기간의 학술 대회에 참석하는 여행 일정상 그 도시의 기념품 종 이외에는 특별한 종을 수집하기는 힘들다. 10년 동안은 외국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마다 현지 벼룩시장을 둘러보면서 종을 모았다. 또 해외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종 수집가들의 잡지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수집품을 모으기도 했다. 


Q. 종을 오랫동안 모으다 보면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A. 종을 수집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인터넷도 많이 발전하지 않았기에 수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사려는 물품의 사진이 없는 경우가 많았기에 실수도 많이 했다. 소통 오류로 돈을 날리기도 했고 택배로 횡재하기도 했지만, 이런 게 당시 경매의 묘미였다고 생각한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바벨’을 샀었을 때다. 처음에 벨을 사기 위해 인터넷에 들어가니 ‘바벨’이라는 이름의 물건이 상당히 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걸 봤다. 역사가 오래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에 신기하기도 하고 횡재라고 생각해서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그런데 두 달 정도 걸려 받은 상자 안에는 쓰지 못하는 아령이 들어있었고 오자마자 버렸던 기억이 있다. 또 16세기에 스페인 성당의 복사소년이 흔들었다는 푸른 녹이 슨 금속종을 구한 적이 있다. 카리브 해에 침몰한 중세시대의 난파선에서 건졌다는 종이라고 했다. 소중한 인류의 유산이라 생각하고 몇 년간 소중히 다뤘는데, 어느 순간 이 종들이 30여 년전 멕시코에서 다량으로 만들어졌던 저가 청동 종임을 알게 되어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그리고 종을 모으면서 참 좋은 외국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기도 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생을 종을 모으신 분들을 많이 만났고 그 사람들과 소통한 것도 큰 기쁨이었다.


Q. 서양종과 동양의 종은 다른점이 많지 않은가?

A. 서양의 종과 동양의 종은 문화부터가 다르다. 아시아권과 동아시아권은 종 문화가 없다. 우리나라는 종교적인 의식 외에는 종을 사용하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주로 큰 범종이나 근대에 들어와서는 학교 종, 두부 장수 종 등이 전부이다. 이런 것들 외에는 전부 서양종이며, 아이들이 사용하는 딸랑이나 장난감 종도 사실 전부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이다. 또한 아시아, 동아시아권의 종은 대부분 막대기로 종의 몸체를 치는 형태인 ‘Gong-type’이 주로 제작됐지만, 서양종은 몸체 내부의 구슬이 종을 치는 형태인 ‘Bell’이 제작됐다.


Q. 종을 수집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먼저 종은 소통의 도구이자 당대 사람들의 생각, 사회 문화가 담겨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종교에서도 그렇다. 종의 가장 기본적이고 폭넓은 용도는 의식의 중요한 시점을 알리거나 사람을 부를 때, 중요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었다. 또한, 성당 같은 곳에서 종을 치면 사람들이 따르기도 한다. 종은 희로애락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치는 상황에 따라 같은 종이라도 소리가 다르고 울림이 다르게 난다. 로마 가톨릭교와 영국의 국교에서는 교회에 종을 내릴 때, 세례식을 올렸다. 종의 안쪽과 바깥쪽에 성유를 부어 명명하고 그 종이 바람이나 일광의 해를 입지 않고 공기를 맑게 하며, 종에 새긴 십자가의 힘으로 악령을 물리칠 것을 기원하기도 했다. 또한 로마 가톨릭교에서는 종이 천국과 하느님의 목소리를 상징한다고 믿었다.

‘수집’은 사라져 가는 물건에 다시 혼을 불어넣어 살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간 수집해왔던 10,000여 점에 가까운 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들이 웃거나 때로는 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종을 하나하나씩 모으는 데 쏟았던 열정, 마음에 드는 종을 너무나 쉽고 싼 가격에 구했을 때 희열감, 가짜 종을 산후의 씁쓸함, 그 모두가 나의 종 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종을 수집하면서 의학에 관한, 단순 일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개인적인 취미에 대해 소통하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친구가 돼 인간적인 면에서 교류할 수 있었다. 또한 문화나 역사뿐 아니라 공예를 비롯한 유럽 예술 사조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출 수 있었다. 


Q. 종에 대해 본교 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는가?

A. 종에는 종교적, 문화적 또는 유명 인물들이 담겨있고 때로는 악함을 그려내기도 했다. 전시를 보면서 종에 담긴 의미와 교훈을 생각해보고, 언제 종을 만들어서 당대 어떤 종소리가 울려졌는지, 인류사가 무엇을 기억하고자 하는가를 배울 수 있다. 또한, 특유의 공예기술과 당시 제작 환경이 다 포함돼 있으니 그 역사를 함께 생각해보면서 종을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하채영 기자 citten23@knu.ac.kr

편집 전하연 기자 jhy2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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