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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황제의 곤충이야기

괴악한 미식가 쇠똥구리

똥을 먹는 동물이 누가 있을까요? 라고 물어보면, 벌레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쇠똥구리라고 대답할 정도로 벌레치고는 사회적 인식이 좋은 편입니다. 그도 그럴 게, 똥을 먹는다는 다른 동물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생태 탓에 책이나 다큐 등의 매체에서 자주 소개되었기 때문이죠. 저 또한, 세상에 맛있는 게 널리고 널렸는데 왜 하필이면 똥을 먹게 되었는지 항상 궁금합니다. 어쩌면 아무도 건들지 않는 똥을 먹음으로써 먹이경쟁이 적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정답은 쇠똥구리만이 알겠지만.
쇠똥구리는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서식합니다. 후각으로 멀리서 풍겨오는 똥냄새를 감지하고 날아갑니다. 육식동물의 똥보다는 섬유질이 섞여 있는 초식, 잡식동물의 똥을 찾습니다. 똥을 찾으면, 앞다리로 먹을 만큼만 똥을 떼어냅니다. 그다음 누르고 다져 굴리기 쉬운 구 형태로 모양을 다듬습니다. 이렇게 똥구슬이 완성되면, 뒷다리를 똥구슬에 걸치고 물구나무 자세를 취한 뒤 똥을 굴리기 시작합니다. 이걸 자신의 보금자리까지 굴려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보다 10~1,000배나 무거운 똥구슬을 실수 없이 굴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근처 식물이나 튀어나온 자갈에 똥구슬이 걸려 지체되는 것만 수천 번, 새 따위의 천적이 달려들어 쇠똥구리를 잡아먹기도 합니다. 같은 쇠똥구리도 큰 골칫거리가 됩니다. 다른 쇠똥구리의 똥구슬을 빼앗기 위해 덤비는 녀석, 도와주는 척하다 빈틈이 생기면 똥구슬을 훔치는 녀석도 있습니다. 수많은 역경을 넘어서야 겨우, 똥구슬 한 개라는 진수성찬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쇠똥구리는 수컷이 똥구슬을 굴리는 암컷에게 접근하여 작업을 겁니다. 똥구슬을 보금자리까지 옮겼다면 둘은 짝짓기를 하고, 암컷은 똥구슬에 알을 낳습니다. 맞습니다. 쇠똥구리는 어린 시절 때도 똥을 먹습니다. 알을 낳고 떠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애벌레가 성충이 될 때까지 곁을 지키는 종도 있습니다. 쇠똥구리 애벌레는 엄마가 남긴 똥구슬을 먹으며 성장합니다. 만약 똥구슬이 부서진다면 서둘러 자신의 똥을 싸서 고칩니다. 더 이상 먹을 부분이 없게 되면, 주변에 똥을 둘러 튼튼한 벽을 만든 뒤 번데기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성충이 됩니다. 그런데 번데기가 되기 직전, 주변에 쳐놓은 벽을 스스로 깨고 나오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쇠똥구리는 모든 것을 예지합니다. 쇠똥구리는 비가 오는 계절이 될 즈음에 번데기 준비를 하기 때문이죠. 기가 막힌 타이밍, 하늘에서 비가 내립니다. 비는 똥구슬을 적셔 무르게 만들고, 그제서야 벽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운이 나빠 비가 안 온다면, 그대로 똥구슬 속에서 굶어 죽습니다.
더러운 똥을 먹는 생태를 지녔음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쇠똥구리를 더럽거나 기분 나쁜 벌레라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똥을 치워준다는, 지구 환경에 큰 도움을 주는 벌레라는 것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유명한 일화로, 1965년에 시작된 호주의 쇠똥구리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30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호주 목초지의 토양이 비옥해짐과 동시에 파리의 수가 90%나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고 종료되었습니다. 이후로, 목초지의 건강한 토양과 질병 발생원을 없애는 목적으로 자국에 살지 않는 외국종 쇠똥구리를 수입하여 자연에 방생하는 나라가 많아졌습니다.


▲수많은 역경을 넘어 자신의 보금자리까지 똥을 굴리는 쇠똥구리


김건우 (생환대 생물응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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