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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시작하는 신입생에게

대학생활은 경험을 통한 알고리즘적 지식습득의 기간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심리학과의 김지호 교수입니다. 심리학과 관련된 이런저런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수업에서 만나볼 수 있겠네요. 오늘은 특히 신입생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말을 써봅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인터넷은 여러분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매체입니다. 사람들의 공감을 기반으로 하여 커뮤니티나 SNS, 에타 등이 여론을 이끕니다. 그런데 이 여론이라는 것이 결국 더 많은 사람의 공감 지표, 이를테면 ‘좋아요’나 ‘추천’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이다 보니, 그 의견과 다른 목소리는 반대에 묻혀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런 다수의 의견은 재미나 웃음, 때로는 분노와 질투와 같은 감정을 촉발할 수 있는 짧은 사례 글들과 함께 캡처되어 여기저기 떠다니면서 모두가 아는 밈(meme)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렇게 도출된 명확한 의미,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밈, 예컨대 성차, 세대 차 등에 대한 인식은 일종의 고정관념, 나아가 편견과도 같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메시지에 과몰입한 사람들에게나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 반복적이면서 새롭게 버전을 바꾸어 나타나는 메시지들은 중립적인 사람들에게도 누적적 영향이 있을 겁니다.
이처럼 짧고 명확하게 A=B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합니다. 휴리스틱은 신속함이라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다시 말해 별 고민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습니다. 대신 휴리스틱 처리는 선택하지 않은 옵션에 대한 경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잘못된 휴리스틱을 반증하기 어렵게 합니다. 알고리즘(algorithm)은 휴리스틱과 반대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수많은 분기의 검증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휴리스틱이나 알고리즘은 나름의 가치와 필요성이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교육과정은 결론만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닙니다. 결론에 도출하는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며 가설을 만들어 실험하고 분석하며 합리적인 결론을 끌어내는 알고리즘적 지식습득의 기간입니다. 남자/여자는 나쁜가, 이성 친구는 어떠해야 하는가, 결혼은 해야 하는가, 대학원은 가지 말아야 하는가, 내성적 성격은 변하지 않는가, 국외자는 실패하는가, 나이 든 사람은 모두 꼰대인가. 이런 내용은 인터넷을 대충만 살펴봐도 논쟁이 되는 주제입니다. 스스로 경험하여 결론을 내렸다고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본인의 경험을 통해 그렇다고 한다면 존중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저 다양한 경우에 대한 경험을 벌써 다 해보셨을 것 같지는 않네요. 위의 질문은 사람마다, 사례마다 달라서 과잉 일반화를 통한 결론을 손쉽게 내릴 수 있는 유형의 가설이 아닙니다. 이 질문에 예/아니요.로 손쉽게 대답할 수 있다면 그건 휴리스틱에 영향을 받은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터넷 휴리스틱이 알고리즘을 대체하는 경향, 다시 말해 정확성을 추론하기조차 어려운 고정관념과 편견이 사회적 대세가 되는 것 같아서 조금 우려스럽습니다. 인류가 진보하며 신화적, 미신적, 비과학적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 아주 오랜 기간 큰 노력을 해왔으며 큰 진보를 이루어왔습니다. 그런데 21세기,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 새로운 편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반쯤은 재미로, 일부는 무지로 도출되는 사이버 휴리스틱에 의존하기에는 여러분의 인생은 너무나 다양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시기입니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가설이 있다면 스스로 경험하며 고민하고 숙고하는 심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모쪼록 자신의 적성을 탐색하고 한계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직간접적 경험을 추구하며,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으면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나와 세상에 대한 좋은 감식안을 갖출 수 있는 대학 생활이 되시길 바랍니다. 

김지호 교수
(사회대 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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