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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동북공정부터 문화공정까지, 오랜 한중 갈등을 열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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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소녀가 등장했다.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등장시켰다는 것이 중국의 설명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는 이것이 ‘한복공정’이라며 문화 왜곡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개막식을 생중계로 지켜본 서효중(인문대 사학 16) 씨도 “전세계가 지켜보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소수민족의 전통의복으로 한복이 보여진 게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국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귀속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김치, 11월에는 아리랑을 중국의 문화로 편입하고자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국이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1. 동북공정을 기억하는가
 동북공정은 동북변강역사와 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象系列硏究工程)의 약칭으로 중국 정부의 주도 하에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약 5년간 진행된 동북지방의 역사에 관한 학술사업이다. 주요 내용은 ▲고대 중국의 변경(邊境) ▲동북지방사 ▲동북민속사에 관한 연구로, 연구 대상에는 고대 동북지방에 위치했던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가 포함됐다. 문제는 연구의 방향이었다. 고구려를 고대 중국 왕조의 지방정권으로 파악해 그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발해는 고구려의 유민이 아닌 말갈족을 중심으로 세워진 국가로 정립하고자 한 것이다. 관련하여 제시된 여러 주장들은 논거가 불분명하거나 학술적 오류가 있었다.
 이처럼 무리한 연구를 중국 정부가 나서서 진행한 이유가 무엇일까? 과거 중국은 화이사상을 내세우며 한족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바빴지만, 현대로 들어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수많은 소수민족을 포용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과 정책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등장한 이론이 바로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다.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란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내에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이고, 그들이 역사 속에서 행해왔던 모든 역사적인 사실은 중국의 역사에 속하며, 각 왕조들이 관할하고 있던 영역들은 역사상 중국의 강역이라고 보는 이론이다. 중국은 해당 이론을 적용한 소수민족 정책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고, 동북공정은 그 중 하나였다.
 동북공정 사업 진행 소식은 2003년 7월 한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 국내로 알려졌다. 이는 시민사회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였고, ▲홍사단 ▲고구려역사연대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등 수많은 시민단체가 결성돼 정부 당국에 신속한 대처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2004년 3월 고구려연구재단이 공식 출범했고, 8월 중국정부가 파견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과 중국이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합의를 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2007년 1월에 사업이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시민들의 관심은 동북공정으로부터 점차 멀어졌다.


2. 김치도 중국 거, 아리랑도 중국 거라고?
 그렇게 한동안 조용하던 동북공정 논란과 반중정서는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최근 동북지방의 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 것이다. 김치부터 한복, 아리랑까지 그 대상은 다양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동북공정에 빗대어 ‘김치공정’, ‘한복공정’, ‘아리랑공정’이라고 칭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를 본래 중국의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움직임은 통틀어 ‘문화공정’이라고 부른다.
 중국은 왜 ‘문화공정’이라는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하거나 언급한 적이 없어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다만 주요 주장들을 통해 이것이 지난 동북공정과 동일하게 소수민족 이탈과 국가통합을 고려한 움직임이라는 점은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족은 몽고족을 제외한 여타 소수민족과는 달리 모국이 존재한다. 중국은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소수민족에게 동일한 소수민족 정책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한국과 잦은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치공정
 지난해 1월, 중국으로부터 다소 황당한 소식이 전해져왔다. 중국의 한 유명 유튜버가 ‘중국의 전통음식’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김치를 만드는 영상을 업로드한 것이다. 소식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이 해당 유튜버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는 SNS 공식 계정을 통해 ‘김치에 대한 한국의 주장은 문화적 자신감이 부족한 한국의 피해망상’이라며 ‘김치는 중국의 찬란한 문화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글을 올려 네티즌의 분노를 더했다. 또한 중국은 계속해서 김치가 ‘파오차이’로부터 유래된 음식이라며 중국의 문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리랑공정
 2011년 중국은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아리랑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중국은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는 엄연한 중국의 문화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9월 인기리에 방영 중이던 중국의 댄스 예능 프로그램 ‘저취시가무3’의 민족 춤 대결에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아리랑공정’ 논란이 일었다.

○한복공정
 지난해 11월 2일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가 제작한 <샤이닝니키>를 한국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한국 사용자를 위한 ‘한복’ 의상을 출시했다고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알렸다. 하지만 출시 직후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이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전통 의상이기에 한복이 아닌 ‘한푸’로 표기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한국 사용자들은 반발하며 논란이 커지자 <샤이닝니키>는 결국 한복 의상을 파기 결정하고, 5일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최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며 등장한 ‘한복 소녀’로 인해 국내에서는 ‘한복공정’ 논란이 크게 일었다.


3.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우선 문화공정과 유사한 의도로 진행됐던 동북공정 사업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동북공정 사업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다소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다. 이는 동북공정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데 언론매체와 시민단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동북공정 사업에 대해 처음 보도된 기사에서 애초 동북공정을 ‘역사 빼앗기’로 규정하고, 경쟁적인 논조로 보도하여 역사왜곡이라는 면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해당 기사를 접한 시민단체는 민족의 자존감과 직결되는 역사를 지키고자 나섰고, 이는 각종 규탄집회 주도와 중국교과서 화형식, 삭발식 등 과격한 행동까지 이어졌다. 한편 학계에서는 이와 같이 급하고 격렬한 대응에 자칫 잘못하면 과도한 민족주의적 의식으로 빠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동시에 중국의 근현대사 흐름에서 동북공정을 파악을 해야 한다거나, 개혁개방 후 불안정한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어기제로 이해해야 한다는 등 동북공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제시했다. 또 한중 양국이 역사를 공유할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공유론’과 역사를 국사(國史)로 인식하는 민족주의적 역사학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하지만 대결의식으로 물든 시민사회는 학계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이처럼 중국의 주장에 즉각적으로 반박하기 바빴던 시민사회의 대응은 오히려 스스로의 시야를 가렸던 처지가 됐다. 오로지 ‘역사왜곡’의 동북공정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다른 해석의 여지들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 대응을 위해 고민해봐야 했을 여러 논의에 대해서도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 이러한 실수를 반복되지 않기 위해 시민사회에게는 학계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논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학계에게는 시민사회가 주목할 수 있도록 하는 폭넓은 소통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문화공정 논란의 본질을 살피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어떤 논의에 주목해야 할까.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는 바로 재중 동포 조선족의 이중 정체성에 대한 이해이다. 조선족은 청말-일제강점기 시기에 한반도를 떠나 지금의 동북 3성 지역에 정착한 민족을 말한다. 이들의 국적은 중국인이지만 문화적 정체성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중국인이라는 국가의식과 동시에 한국이라는 민족의식을 가지고 있는 민족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조선족이 한민족보단 온전한 중국인으로 인식되는 게 지배적인 실정이다. 그렇기에 한국 사람들이 중국이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고자 한복을 입히거나, 조선족 아리랑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행보에 대해 상당한 불편함을 느낀다. 물론 한국의 전통문화이 ‘본래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은 의심의 여지없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한민족의 문화를 통해 조선족이 소개되고 인정받는 점에 대해서는 기존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좀 더 먼 거리에서 바라보며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조선족의 이중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문화공정의 본질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정다은 기자 jde20@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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