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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획

껍데기는 가라, 문장의 ‘껍데기’만 읽고 있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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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


‘3줄 요약 좀’, ‘좋은 글이군요.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죠?’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심지어 긴 글에는 ‘스압주의(스크롤 압박 주의)’라며 경고문까지 붙여놓는다. MZ세대들의 기본 검색 엔진은 유튜브다. 긴 신문 기사를 보는 것보다 이미지와 함께 요약된 카드 뉴스를 보는 게 더 편하다. 1~2분의 짧은 영상인 틱톡(Tick Tock)에 재미를 붙이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표현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짧게, 짧게, 짧게’를 외친다. 더 이상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1. 현대판 문맹, 문해력 부족


글을 읽을 수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우린 이를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문해력은 글자를 보는 행위가 아니라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사고방식을 좌우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해력을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평생교육법」 제2조 3호에서는 문해 능력을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문자해독 능력을 포함한 사회적·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 생활능력’이라고 하고 있다. 더불어 OECD에서 실시한 <국제 성인 문해조사>에서는 ‘일상생활·가정·일터 및 지역사회에서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하고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 및 잠재력을 넓힐 수 있는 능력을 문해 능력으로 봤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429명을 대상으로 성인 문해 능력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초등·중등 수준의 문해 교육이 필요한 수준 3 이하의 성인은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어려운 수준 1의 비문해 성인은 4.5%로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2. 우리는 왜 ‘읽지’ 못하게 되었을까?


『다시, 책으로』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인간은 읽기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습니다. ‘읽기’는 6000년 전쯤에야 나타난 비자연적인 문화적 발명입니다. 그러나 읽기는 우리 인류의 두뇌에 완전히 새로운 회로를 더했지요. ‘문해력’은 오로지 호모사피엔스만이 가진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 중 하나입니다”라고 말했다. 매리언 울프는 디지털 매체로 정보를 습득하다 보면 우리의 뇌 회로도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닮아간다고 말했다. 디지털 읽기의 표준 방식은훑어보기’다. F자형(맨 위 1~3줄과 중간 한두 문장을 제외한 나머지 문장은 거의 읽지 않는 읽기 방식)이나 지그재그로 단어 몇 개를 훑고 맥락을 파악한 뒤 맨 끝의 결론으로 직행한다. 이런 방식은 세부적인 줄거리를 기억하거나 주장의 논리적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매리언 울프는훑어보기’로 인해 깊이 읽기가 가져다주는 비판적 사고와 반성, 공감과 이해, 개인적 성찰 같은 것들을 잃어버리며, 동시에 더 짧고 단순한 문장에 익숙하게 만든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은혜(인문대 국어국문 21) 씨는 “요즘은 영상매체에만 익숙해져서 책이나 논문을 읽을 때 그냥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싫다”며 “한 번 만에 내용 파악이 안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진영(인문대 국어국문 21) 씨는 “긴 글을 쭉 읽다 보면, 이미 읽은 앞부분의 맥락을 놓쳐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와이즈앱에서 지난 2021년 1월 한 달간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4천 568만 명 중 88%인 4천 41만 명이 유튜브를 한 달 동안 1번 이상 사용했다고 한다. 1인당 한 달에 30시간 34분, 하루에 59분 이상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2020년 11월에 실시한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조사 결과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나타났다.

김주훈(예술대 디자인 21) 씨는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바로 나오는 정보 덕에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개념보다는 잠깐 훑고 지나가는 행위가 대다수이다”고 말했다. 박 씨는 “유튜브 같은 짧은 영상매체의 성행으로 많은 정보도 요약본으로 볼 수 있다”며 “단순한 어휘와 요약에 익숙해져 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어 문해력이 부족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크루트에서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1,310명을 대상으로‘현대인의 문해·어휘력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고서나 기획안 등 문서를 읽을 때 어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해 ▲대부분 느낀다(6.3%) ▲종종 느낀다(44.5%)로 응답자의 과반은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본인의 문해력이 낮아졌다고 평가한 이유(중복응답 포함)로는 ▲SNS 활용으로 단조로워진 언어 생활(95.4%)이 가장 많았고 이어 ▲독서 부족(93.0)% ▲유튜브 등 영상 시청 증가(82.1%) ▲장문의 글읽기가 힘듦(67.7%) 등을 이유로 들었다.



3. ‘해석’만으로 읽는 행위가 끝날까?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의 저자 엄기호는 모의고사 시험 문제에 나왔던동네 바보가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갔는데, 치과의사가 이를 뽑아서 굴리거나, 이를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면 안 아프다고 놀린다. 바보가 치과의사 말대로 하니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라는 지문에 대해 말했다. 이 문제는 글의 정서를 묻는 문제였고 저자는 현실에서 친구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를 상상하고슬프다’를 골랐지만, 정답은웃기다’였다. 이 사례를 들려주며 정해진 의미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시험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즉 텍스트를 읽는 독자는 해석을 통해 자기 의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의미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고 씨는 “단순히 성적을 위한 책들(교과서, 문제집 등)만 읽고 공부해서 글을 읽고 본인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글을 분석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풀어내는 것에 익숙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영상매체를 볼 때는 그 영상이 전달하는 정보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활자, 즉 글로 된 무언가를 읽을 때는 읽는 도중에도 그 정보나 내용을 곱씹어 보고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비교적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 지식과 연결해서 생각해야지만 확장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어 너머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


활자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의 변화 가운데, 대두되는 문해력 문제에 대해 본교 교육혁신본부 홍미주 초빙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현대판 성인 문맹이라고도 불리는, 실질 문해력 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입장에서, 과거에 비해 요즘 대학생들의 어휘력이나 글쓰기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 방영된 EBS의 문해력 프로그램을 보고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알고 좀 충격적이었다.

여러 매체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줄글을 읽는 행위를 많이 하지 않아서 전반적인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문해력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고 문해력이 있어야 공부도 깊이 있게 할 수 있고 주어진 업무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해력이 부족하면 학습 부진으로 이어지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부족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하고, 대학생들도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Q. 미디어 매체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MZ 세대들의 독서율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실제로 학생들에게 읽기에 관해 물어보면 책을 거의 보지 않는다는 학생들이 많다. 사실 읽기 행위 자체가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활동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 있다 보니 새로운 정보를 책을 통해 찾지 않고 영상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다 보니 독서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영상매체가 갖는 장점이 있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인간의 사고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문자이다. 영상을 통해 정보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영상으로는 복잡하고 정교한 인간의 사고나 결과물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심층적이고 고차원의 사고를 위해서는 문자로 작성된 글을 읽어야 한다.

독서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읽는 행위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읽지 않으면 문해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정보나 고차원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이는 대학 내 공부를 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문해력이 떨어지면 전공 교재나 전공과 관련된 정보를 읽기 어렵게 되고, 이는 학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Q. 요즘 다양한 방식으로 책이 변화했다. e북, 오디오북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무겁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종이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는 것은 책을 읽는 데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줄글은 읽지 않고 오디오북 위주로 독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디오북처럼 책의 내용을 듣는 것은 한번 듣고 다시 돌아가서 또 듣기는 잘 안 하게 되기 때문에 내용을 곱씹거나 깊게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정보처리와 상위 인지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데 오디오북을 듣는 것과 줄글을 읽는 것은 차이가 난다.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보다 줄글을 읽을 때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는 정도가 높다. 따라서 뇌를 활성화하고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줄글을 읽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독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줄글 읽기가 어렵다면 먼저 오디오북으로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책의 재미를 느낀 다음, 줄글을 읽는 과정으로 넘어가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Q. 영상 매체와 활자 매체 사이에 정보를 얻게 됐을 때 나중에 누적되는 결과가 다를까?


A.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사고력에 있다. 책을 읽을수록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게 되는데 영상매체로 정보를 많이 접하는 경우에는 이런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어렵다.

따라서 책을 잘 읽지 않으면 생각을 깊이 있게 하지 않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책을 안 읽다 보면 이렇게 머리를 써서 사고하는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단편적인 생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게 된다.

문해력이 좋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돼 있는데, 전두엽은 고차원의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많이 읽을수록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사고하는 힘이 길러지게 된다.

활자 매체를 통해 대상을 받아들일 때는 뇌가 그와 관련된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 예를 들어 집의 내부를 묘사하는 책의 한 부분을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집의 내부를 그리고 상상하게 된다. 이는 전두엽을 활성화하게 된다. 그러나 영상매체는 우리가 상상하기 전에 이미 다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상상하고 뇌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건너뛰게 된다.

영상 매체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영상 매체만으로 정보를 얻게 되면 이해하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되므로, 뇌가 활성화되지 못한다. 뇌를 안 쓰는 것이 습관이 되면 책을 읽어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힘들게 되고, 고차원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정보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Q. 영상 매체가 만연한 시대의 학생들이 활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린다.


A. 우리의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문해력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읽고 이해하는 행위 자체는 어렵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임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읽기를 귀찮아하거나 피하려고 하지 말고, 계속 읽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읽기 힘들고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서 곱씹어 읽다 보면 더 읽을 수 있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해력은 읽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얼마든지 향상할 수 있는 능력이므로 우리 스스로가 읽고 쓰는 행위를 꾸준히 하려고 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김홍영 기자 mongnyoung@knu.ac.kr

권서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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