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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황제의 곤충이야기

모두가 곤충에 진심이었던 대동제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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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담당 기자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11월에 대동제를 개최한다는 것과, 총학생회에서 학생 부스운영과 관련해 제게 연락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대학 행사에 참여해본 적이 거의 없어 대동제의 존재조차 몰랐던 제게 여러 번의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연락처를 넘겨주고 나서 얼마 뒤, 총학생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여 물품이나 전기 사용 여부 등의 간단한 것을 확인하고 학생 부스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외부에서 부스를 운영해본 적은 과거에 여러 번 있었지만, 대학에서는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침 찾아오실 주 연령대도 저와 비슷하니, 더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부스의 공간이 작다고 생각해, 곤충표본이 들어있는 상자만 가져갈 생각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부모님과 나눠보니, 부모님께서는 대학 축제인데 스케일을 크게 하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고 조언하셨습니다. 이에 살아있는 벌레도 전시하기로 결심했고, 일반인들이 놀라워 할 종류로 엄선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장수말벌, 200개가 넘는 다리를 가진 노래기, 색이 아름다운 사마귀, 멸종 위기종 두점박이사슴벌레까지. 다만 걸리는 건, 추운 겨울날에 실외에서 부스를 운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살아있는 벌레는 추위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전시하는 동안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만큼, 축제 시작 하루 전날인 월요일, 저는 일찍 짐을 챙기고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부모님이 물자를 조달해주신 덕분에, 부스 준비를 수월하게 마쳤습니다. 하지만 축제 시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곤충들을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온도가 조절되는 사육장을 가져왔지만,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의 물건일 뿐이죠. 저는 국장님께 연락을 돌리는 것으로 전기 기사님과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님께서는 흔쾌히 제 부스에 전기를 연결해주셨고, 사육장도 온도가 조절되기 시작하며 수월하게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겨울의 추위는 상상 이상이라 전기가 들어왔는데도 사육장의 온도가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9시경, 다시 부스로 가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조금 추울 것 같아서 핫팩을 사왔었는데, 이것을 통 안에 넣어주니 적당한 온도로 유지되는 것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전기가 꺼져버리는 바람에 사육장의 온도 조절기가 작동되지 않게 되어버린 것 아니겠습니까. 그 늦은 시간에 다시 국장님께 연락을 드렸고, 기사님께서 빠르게 도착해 다시 원상복구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불안한 마음에 기사님께 사흘 동안 제 부스의 전기를 절대 끊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드렸고, 이후로 전기가 꺼져 곤란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준비됐겠다, 자정이 넘는 늦은 시간에 방에 돌아갔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될 축제 일정이 기대돼서일까요. 그렇게 동이 텄고, 축제 첫날을 맞이했습니다. 10시쯤 일찍 나가 벌레들의 상태가 멀쩡함을 확인하고 관람객을 기다리는데, 어디서 소문을 듣고 오셨는지 11시도 안 돼서 첫 관람객이 오셨습니다. 박물관에서 늘상 하던 대로 그들을 맞이했고, 준비해온 벌레들을 순서대로 꺼내 보여드리며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징그러운, 충격적인 비주얼의 벌레를 본 몇몇 분들의 비명 소리에 주변 행인들이 모이기도 했고, 에브리타임을 통해 찾아오시는 분들도 점점 모이기 시작함에 따라 어느새 부스 안이 꽉 차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천막 하나가 모자랄 정도로 관람객이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부스 입구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대기줄을 서있을 정도였습니다. 설명 코스를 모두 진행하여 한 팀을 보내면, 바로 바깥에서 줄 서있던 팀들이 들어와 체험을 즐겼습니다. 이러한 진행 방식은 관람객 모두를 만족시켰지만, 그 부작용으로 저 혼자서 운영하는 부스였기에 쉬는 시간이 없어 목과 다리에 과부하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목은 수시로 물을 마셔주는 것으로, 종아리는 퇴근하고 혼자서 종아리를 열심히 주무르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런식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새 사흘이 녹아 사라졌고 축제가 끝나게 된 것입니다. 부스를 찾아준 학우분들께 듣자하니, 본래 대동제는 봄에 하는 축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 대동제는 부디 봄에 개최해주십시오. 그래야지만 제가 더 재밌고 더 다양한 것을 가져와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말이죠.



▲부스를 경험한 학생들의 반응



▲학우들에게 장수말벌을 소개하고 있는 김건우(충황제) 씨의 모습이다.


김건우

(생환대 생물응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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