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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황제의 곤충이야기

숙주를 물에 빠지게 만드는 기생충, 연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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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핑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끔찍한 벌레 얘기를 자주 접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로로 특정 벌레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많이 유명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풍문은 쉽게 퍼지는 법, 정확한 정보는 제대로 전달되는 일이 거의 없이 팩트가 크게 과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피해자가 연가시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벌레는 철사처럼 생긴 연가시입니다.

연가시는 무엇인가
연가시는 선형동물로서, 절지동물인 벌레와는 아예 다른 생물입니다. 생긴 게 꼭 철사같이 생겨서 철사벌레라고도 부릅니다. 또는 곤충 사마귀에서 자주 나오는 모습에서 사마귀선충이라고도 부르지만, 정확한 이름은 연가시 하나뿐입니다. 
연가시는 벌레의 내장 속에서 기생합니다. 연가시의 몸은 의외로 단단한데, 숙주의 소화액으로부터 버티기 위해 적응한 것입니다. 연가시의 일생은 전혀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시작합니다. 바로 깨끗한 민물입니다. 깨끗한 개울이나 연못에 서식하며, 이곳에 수백만~수천만 개의 굉장히 많은 알을 낳습니다. 
알에서 부화한 연가시는 유충은 맨눈으로 관찰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이 작은 몸으로 물속에서 살아가는 벌레의 몸에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대상은 잠자리, 하루살이 약충, 모기, 깔따구, 각다귀, 꽃등에 유충 등의 어린 곤충의 몸속입니다. 어린 곤충이 시간이 지나 성충이 되어도, 연가시는 배 속에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을 다른 곤충이 잡아먹게 되면, 그 곤충에게 연가시가 옮겨갑니다. 즉, 먹이사슬 위쪽에 위치한 육식곤충인 사마귀, 여치와 베짱이가 최종 숙주가 됩니다. 더 넓어진 배 속에 앉아, 숙주가 섭취하는 영양분을 훔치면서 서서히 크게 성장하게 되는데, 최대 2m까지 성장하는 종류도 있습니다. 연가시가 영양분을 훔치기 때문에, 숙주는 끝없는 허기를 느끼며 계속해서 먹이를 먹게 됩니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 크기가 커지고 알을 낳을 시기가 오면,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실제로 곤충을 조종하여 물에 빠지게 만듭니다. 뇌를 직접 조종하는 것은 아닙니다. 숙주의 체온을 뜨겁게 달궈 숙주가 시원한 물을 찾고 빠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숙주가 물에 빠진 것을 확인하면, 항문이나 상처 구멍, 입과 같은 몸의 구멍을 통해 연가시가 쑤욱 하고 빠져나와 새로운 세대를 이어가게 됩니다. 물이 고향이라서 그런지, 물가 주변에 서식하는 벌레가 연가시에 감염될 확률이 높습니다. 사마귀나 여치처럼 풀벌레 말고도, 육식성인 곤충이라면 누구든지 연가시가 기생할 수 있습니다. 땅을 기어 다니며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사는 딱정벌레와 먼지벌레가 바로 그 대상입니다. 실제로 딱정벌레 역시 연가시에 자주 감염되는 곤충 중 하나입니다.
연가시의 진실과 거짓
연가시는 그 독특한 생태와 기괴한 생김새로 인해 대중들의 신비와 혐오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영화 ‘연가시’입니다. 해당 영화에서는 숙주가 인간으로 바뀌어,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들처럼 물에 우루루 들어가고, 강박적으로 물을 찾게 됩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모습은 현실 가능성이 먼지만큼도 없습니다. 연가시는 체온이 일정하지 않은 절지동물만을 숙주로 삼습니다. 달리 말하면, 높은 온도에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 체온이 일정한 척추동물에게는 연가시에게 있어 그야말로 불지옥과 같으며, 뜨거운 체온 때문에 금방 익어 죽어버립니다. 
그나마 온도가 낮은 곳을 찾는다 하더라도, 온몸이 단백질인 연가시는 산성인 환경에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 절지동물한테만 기생하는 생물이 강산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는 물질이 있을 리가 만무하죠. 이 두 가지 이유로 연가시는 그 어떤 척추동물에게도 기생할 수 없습니다. 자연에 절지동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연가시의 기생 성공 확률은 매우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알을 수백만~수천만 개나 낳는 것이죠. 연가시가 벌레에게 기생하려면 반드시 유충일 때 먹혀야 합니다. 알 때 먹혀버리면 그대로 죽습니다. 어떻게든 벌레에게 기생해도, 그 벌레가 물고기나 새 따위의 척추동물에게 먹히면 연가시도 같이 죽어 사라집니다. 운이 조금만 안 좋아도 죽어 사라지는 야생에서는 연가시가 한낱 미물에 불과합니다.




김건우
(생환대 생물응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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