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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세계를 사로잡는 ‘한국적인’ 소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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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서편제’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청준의 원작 소설도 유명하지만, 동명(同名)의 영화가 상당한 명작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소설도 영화도 오래되었기에 작품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잘 없다. 거기다 소설 ‘서편제’가 ‘남도사람’이라는 연작 중 하나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다. ‘서편제’, ‘소리의 빛’, ‘선학동 나그네’, ‘새와 나무’, ‘다시 태어나는 말’이 다섯 작품이 연결되어 ‘남도사람’ 연작을 이룬다.
‘남도사람’ 연작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무엇일까? 나는 운명과 한(恨)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소리’가 싫어 도망쳤지만, 그 ‘소리’를 찾아 남도를 떠도는 남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욕심으로 눈을 잃게 된 누이는 한을 품고 있다. 이들은 다시 만나지만, 각자의 운명과 한을 지키기 위해 다시 헤어지고 남도를 떠돌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그려지며, 나는 숭고함을 느꼈다. 이것은 ‘남도사람’ 연작이 가장 한국적인 소설이라는 걸 보여준다.
‘한국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려면 가장 필요한 조건이 있다. 다른 민족, 국가와 차별되는 고유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러한 특징이 한이라고 생각한다. 억울하고 답답한 핍박 속에서 울분을 참고 견뎌내는 모습을 우리 근현대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외국 작품에서 이런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격동의 시기를 보낸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품 속에 드러나는 한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받았다. 그래서 20세기 초·중반 한국 문학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우리 역사나 생활 모습이 작품의 배경으로 쓰인 경우가 많아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2000년에 들어서면서 우리 문학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었다. 소설의 배경과 정서가 훨씬 현대적으로 변하면서 우리의 고유한 모습은 잘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처럼 세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되어도 한계는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한국적’인 소설로 보기에는 부족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요즘 세계로 나아간 한국 문화를 많이 보게 된다. K-POP은 물론이고, 한국 영화도 세계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문학 중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작품은 없다. 나는 어느 미국인을 한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평범한 미국 시민으로 우리나라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던 그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한국 작가나 소설 중에서 아는 게 있냐고 물었었다. 그때 그분은 오래 고민을 하다가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빠친코’라는 소설을 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재일교포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로 미국적인 소설에 가깝다.
세계인이 우리 문학을 잘 모르는 이유로 번역의 문제를 드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제 번역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영어를 너무나 잘하는 사람이 많아 능력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세계인에게 공감시키는 것이다. ‘서편제’는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고, ‘채식주의자’는 우리만의 모습을 전하지 못했다. 우리 문학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성장하여 한국적인 소설이 세계의 관심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다.


박성열 
(인문대 국어국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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