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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배가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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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말마다 빵을 굽는다. 정확히 말하면 제과도 하고 제빵도 하지만 여기선 그냥 빵이라고 통칭하겠다.
베이킹을 시작한 건, 아마 동생을 따라서였던 것 같다. 방과후 교실로 베이킹 수업을 듣던 초등학생 동생을 따라 집에서 이것저것 쿠키를 구울 때 아직 작아서 혼자 하기 힘에 부치는 동생을 도와주면서 처음 베이킹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베이킹을 혼자서 해보았을 때는 재미 삼아 간단한 쿠키들만 구웠었는데, 하나씩 새로운 걸 도전해나가다보니 어느새 지금은 쿠키류는 물론이고 타르트, 파이, 케이크, 스콘부터 발효빵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구울 수 있게 되었다. 주로 youtube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레시피를 자세히 메모해두고, 그대로 따라하면서 혼자 배운다. 
기본 쿠키부터 시작해 하나씩 도전해나가다보니 어느덧 새로운 빵이나 먹고 싶은 빵을 보면 '아, 딱 한 개만 사먹어?' 이런 생각보다는 '아, 이번 주말에 한 번 구워봐? 재료 주문해, 말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조금 수고롭지만 내 정성을 담고 기다림이라는 마법을 부리면 따끈하게 내 손에 쥐어지는 빵 맛을 한 번 맛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것 같다. 사실, 만들어 먹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더 값싸게 치는 빵들이 있다. 주로 디저트류들. 하지만 빵 가격을 보면 사야 하는 재료비는 생각나지 않고 만들어 먹는 게 더 싸게 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쩌리오. 
베이킹에는 정성도 들어가지만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재료들을 계량해 준비해 두고, 잘 넣어두었던 도구들도 하나씩 꺼내어 닦아주고 나서야 비로소 빵 굽기를 시작할 수 있다. 레시피를 따라 하나둘 재료들을 넣어서 반죽해주고, 숙성한다. 숙성/발효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오븐을 예열해두고, 썼던 집기류와 조리대를 치워주고, 남은 재료들을 다시 잘 정리해 넣어둔다. 오븐에 들어갈 준비가 된 반죽을 꺼내 비슷한 크기로 나누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모양을 잡아준다. 오븐에 넣고 나면 다시 또 기다림. 노릇노릇 황금빛을 기다리다 보면 반나절은 훌쩍 지나가 있다. 너무 오래 걸리는 게 아니냐, 힘들지 않냐고 묻지만,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머리는 그저 레시피가 시키는 대로만 생각하면 되니 반쯤은 무념무상의 상태로 묵묵히 베이킹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빵을 구우면서 요즘 고민거리를 곱씹어 보기도 하는데, 그러면 새로운 관점이 떠오르기도 하고, 괜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집에서 베이킹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베이킹 레시피는 항상 굽고 나면 혼자서는 절대로 다 먹을 수 없는 양이 나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민이 있으면 혼자 방에 틀어박히기 쉬운 나를 위해, 그럴 때마다 일부러라도 무언가 달콤하고 기분 좋은 것을 구워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별 것 아닌데도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내 사람들을 보면 울적함은 날아가버리고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저 파는 빵보다 맛있는 빵을 먹기 위해 하나씩 구워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그래도 베이킹에 빠지게 된 이유를 꼽자면 밀가루, 달걀, 설탕, 버터/오일 4가지 기본 재료에 팽창제나 부재료 등을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수만 가지 조합으로 다양한 맛과 풍미,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반죽 숙성에 따라 맛과 모양, 식감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고, 할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지면 원인을 찾아보면서 계속 도전하는 게 마치 실험과 비슷해서 더 재미를 느꼈다. 번아웃이 한 번 크게 왔었을 때, 집에서 누워서 유튜브만 보다가 우연이 다시 홈베이킹 영상을 보면서 ‘그래, 이거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에 먹고 싶었던 쿠키를 구웠던 적이 있다. 이것저것 하고 있는 건 많은데, 남는 게 없는 것 같아 그저 바쁜 일상에 지쳐버렸던 그때부터, 노력과 적당한 기다림이 있으면 내가 한 노력만큼의 결과를 내 손에 안겨주는 베이킹에 푹 빠지게 된 것 같다. 내가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것들도 언젠간 이런 달콤한 결과를 가져다줄 거라고 믿으면서, 지금은 그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뿐이라고 위로하면서, 오늘도 달콤한 쿠키 한 입. 


채지영
(IT대 전자공학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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