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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쉬어간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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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추락하지 않으려면 새들처럼 잠시라도 날갯짓을 하지 않으면 곤란해”, 혹은 “가라앉지 않으려면 오리처럼 물속에서 끊임없이 발장구를 쳐야 해”라며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 올해 1학기 또한 수업 외에도 자격증, 대외활동, 취미생활, 봉사활동을 빡빡하게 짰지만 코로나19가 퍼지는 바람에 대부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각종 모임과 시험 날짜가 줄줄이 연기되었으며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뒤 갑자기 주어진 24시간이 처음에는 너무 지루하고 길게 느껴졌다. 평소와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일상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대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회적 거리두기‘ 일상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대면 강의에 익숙해진 탓인지 정해진 시간이란 게 없는 비대면 강의가 낯설고 적응이 힘들었지만, 어느덧 듣고 싶은 시간에 강의를 들으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고, 또 어쩌다 늦게까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도 아침 수업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 좋았다. 어른들은 “적자생존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이제는 잠깐 멈춰 쉬는 건 낭비가 아니라 재충전의 시간이라 생각하게 됐다. 새들은 힘들면 나무에 앉아 숨도 고르고 날아갈 곳도 생각한다. 오리도 발장구 치는 게 힘들면 뭍에 나와 잠시 쉬어간다. 경쟁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단어가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엔 일이 개인의 삶보다 우선인 삶을 살았지만 이젠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높은 연봉보다 자유로운 삶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도서 분야도 이러한 삶의 균형을 반영하는 것 같다. 자기계발서가 주를 이루던 2000년대에 비해 2010~2019년에는 10년 연속으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언어의 온도』,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여행의 이유』 등이 도서판매 종합 1위를 차지하며, 빠른 시대변화에 잠시 쉬어가는 에세이 분야가 베스트셀러를 휩쓸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에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렌즈는 갖가지 색으로 물이 들어요. 마음이 기쁜 상태라면 렌즈 자체에 기쁨의 물이 들어 있습니다. 그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은 당연히 기쁨으로 가득합니다”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동전의 양면’, ‘양날의 검’의 의미처럼 세상에는 완전히 밝은 것, 어두운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삼라만상이 특유의 색을 가지고 있다. 삶에 있어 공백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거리감인 쉼표 때문이라고 한다. 대화가 아름다운 이유 또한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공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코로나19로 주변 사람들 모두 자신이 쉬지 않고 달려온 건 아닌지, 쉼 없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준원
학술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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