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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록관-우리가 몰랐던 경북대 이야기

4. 의대생 강순규, 전염병 방역 위해 김천에 파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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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기쁨도 잠시.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이 해는 악성 인플레이션과 식량부족으로 전국이 들끓었다. 무엇보다 잠시 따뜻했던 봄날이 여름과 함께 악성 전염병으로 이어졌다. 1946년 5월 2일 부산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순식간에 ‘호열자’(콜레라)가 남쪽지방 전체를 휩쓸었다. 11월, 겨울에 들어설 무렵 콜레라가 진정되었을 때 사망자는 만 명이 넘었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이 경상도, 그 중에서도 대구를 포함한 경북이었다. 5월 27일 처음 청도, 그리고 6월 5일 대구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요즘처럼 이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까닭에 부산에서 환자가 나오고 한 달 만에 경상도에 콜레라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번 퍼진 콜레라는 곧장 사람의 목숨을 노렸다. 걸리면 이삼일만에 숨을 거두는 이들이 절반을 넘었다. 그 해 8월말 전국 환자 9천여명, 4명 중 1명은 경북사람들이었다. 특히 경북지역 사망률이 유독 높아 더 무서웠다. 8월말까지 전국 사망자 중 40%인 2천여명이 경북사람이었다. 걸리면 무방비상태로 죽어갔다.
해방은 되었으나 미군이 이 땅을 점령하고 있던 때, 미군정청이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나섰다. 기차를 타려면 예방주사 맞은 증명서를 보여줘야 하고, 사람들의 여행을 제한하고, 기차도 배도 한동안 운행을 금지하거나 멈춰야 할 곳을 그냥 통과했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에 분투하던 광복군의 귀환선도 곧바로 상륙하지 못하고 검역을 위해 바다를 떠돌아야 했다. 5월말 경북에서 환자가 발생하자 6월 초 기차들은 영천, 신녕, 대구를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한참 후 우리 사범대학에서도 환자가 발생하자 수업을 중지했다.  그리고 미군정 방역본부는 7월 초, 전국의 의대생들을 방역에 총동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증명서는 1945년 대구의과대학에 입학한 강순규님이 김천에 방역을 위해 파견된다는 확인서이다. 당시 종이가 부족한데다 전염병으로 한시가 급하던 때라, 증명서는 학생들의 신체검사기록물 용지 뒷면에 작성했다. 증명서에 적힌 내용은 이렇다.

대구의과대학
 
씨명 강순규 當21세

우자(右者) 본도방역본부원으로
김천도립의원에 소속돼 
김천군방역지부에 파견함을 증명함

미군정 방역본부의 결정에 따라, 미군정 경상북도 방역본부에서 의대생인 강순규를 김천도립의원에 소속된 김천군 방역원으로 파견했다. 
요즘처럼 대도시 인구 쏠림현상이 심하지 않은 때라 대구인구가 20만, 안동이 17만이었고 김천인구도 15만명이었다. 그러니 김천은 사통팔달 요충지로 큰 도시였다. 파견하는 날짜는 1946년 *월 *일이다. 날짜는 다른 글자들과 겹쳐져서 보이지 않는다. 미군정 시대이다 보니 영문으로 적힌 증명서에는 통과 허가 만기일이 1946년 7월 16일로 표시되어 있다. 스물 한 살 의대 2학년생이 김천으로 파견된 때는 대구경북의 전염병이 가장 극심하던 시기였다. 당시 7월에는 “호열자 사망 2천 8백, 대구만 890명” “호열자는 경북이 더욱 심해(尤甚)” 같은 제목의 신문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그러나 이제 갓 2학년이 된 강순규는 김천으로 갔다. 
이번 연재를 위해, 증명서를 기증하신 강순규님에게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강순규님은 대구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졸업하지 못하고 2003년 2월(당시 77세)에 명예졸업장을 받으셨다. 연락이 되었더라면 스물 한 살에 전염병이 창궐한 곳으로 파견되었을 때 무섭지 않았는지, 의과대생들이 가져야 할 공적 사명에 대해 여쭙고 싶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료진은 사회에 꼭 필요한 이들이다.


▲강순규(대구의과대학) 동문이 김천에 방역을 위해 파견된다는 증명서

이경숙 연구원
(영남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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