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9 (수)

  • 구름조금동두천 18.1℃
  • 구름많음강릉 20.0℃
  • 맑음서울 22.3℃
  • 구름많음대전 23.3℃
  • 흐림대구 22.6℃
  • 구름많음울산 20.9℃
  • 맑음광주 24.0℃
  • 맑음부산 21.7℃
  • 맑음고창 22.7℃
  • 구름많음제주 24.0℃
  • 맑음강화 17.8℃
  • 흐림보은 20.2℃
  • 흐림금산 21.1℃
  • 구름많음강진군 21.0℃
  • 구름많음경주시 20.1℃
  • 구름조금거제 21.6℃
기상청 제공

사회기획

전국민 고용보험제, 모두의 생존이 우리의 미래다

URL복사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고용 안전망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등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한국노동연구원(KLI)이 작년 4월 발표한 「고용·노동브리프 제97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고 등 고용 위기, 일감 축소 등에 의한 소득 단절에 처한 취약 노동자의 규모는 최소 약 728만 명으로 추정됐다. 이 중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는 45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고용보험이란?


「고용보험법」은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통해 취업 중인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촉진하고 부득이 실업이 되더라도 실업급여를 지급해 재취업을 촉진함으로써 근로자의 실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용보험은 건강보험·국민연금·산재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험에 해당한다. 고용보험사업은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 실업급여사업, 모성보호사업으로 나뉜다. 실업급여의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50%씩 부담한다. 보험료 지급액은 퇴직 전 1일 평균 임금의 60%에 달하는 금액에 소정급여일수를 곱하여 산출한다. 수급기간은 최소 4개월, 최장  9개월이다.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를 말한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 및 무급가족종사자가 있다. 

임금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주는 원칙적으로 고용보험의 가입 대상이다. 다만, 사업장의 규모 등을 고려해 일부 사업은 고용보험 당연 가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제외 사업에는 ▲농·림·어·업 중 법인이 아닌 자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가구 내 고용 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아니한 자가소비 생산활동 ▲건설업자 등이 아닌 자가 시공하는 총 공사금액 2천만 원 미만인 공사, 연면적 100㎡ 이하인 건축물의 건축, 연면적이 200㎡ 이하인 건축물의 대수선이다. 고용보험 적용제외 근로자는 ▲65세 이후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자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의 적용을 받는 자 ▲외국인 근로자 ▲「별정우체국법」에 따른 별정우체국 직원이다. 모든 고용보험 대상자는 당연가입이 원칙이나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서 임의가입 적용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얻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근로자’ 아니라고 부인당한 사람들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 노동자)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엔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과 디지털 경제의 확산이 있다.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노동자가 작업장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아마존, 우버, 배달의 민족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 기업들은 기존 고용·노사 관계를 피해 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인다. 노동이 일감 중심으로 변하는 것은 또 기업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유급휴일, 휴게시간 같은 권리가 없다. 퇴직금도 없고, 국민연금은 알아서 내야 한다. 집이든 카페든 공유 사무실이든 일할 장소도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는 기존 고용 관계에서 주어지지 않던 자율성을 얻지만, 그 비용이 때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2019년 통계청 ‘사회적 보호 사각지대의 규모와 대안적 정책 방향’ 조사 결과 특수고용근로자는 166만 명에서 230만 명까지로 추계하는데, 2019년 8월 임금근로자 평균 근속 개월은 71개월, 1년 미만 근속은 32.2%지만, 특수고용의 경우 이보다 재직기간이 훨씬 짧아 1년 미만 근속이 52%나 됐다. 일자리가 불안정한 특수고용노동자는 이직 후 새로 일을 구하기까지 경제적 위기에 몰리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본교 나원준 교수(경상대 경제통상)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 정의는 개정이 시급하다” 며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사회적 실천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예술인 


작년 5월 개정된 고용보험법은 예술인복지법상 예술 활동 증명을 받은 예술인으로서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가입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이직 이전 24개월 동안의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9개월 이상이어야 구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법 시행 후 9개월 동안 보험료를 내야 혜택을 보는데, 당장 코로나19 사태로 계약이 끊기고 언제 복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소 영세 자영업자, 임금노동자보다 못하다


2017년 통계청 ‘기업 생멸 행정통계’ 결과 2016년 557만 명에 이른 자영업자에 무급가족종사자를 합치면 경제활동인구의 26%에 달한다. 자영업자 다섯 가운데 넷은 혼자 운영하는 매우 영세한 자영업자다. 숙박·음식점업의 2017년 기준 1년 생존율이 61%로, 39%가 1년도 못 되어 문을 닫는다. 2년 생존율이 이미 42.9%로 떨어지고, 5년 생존율은 18.9% 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음식점 간판이 바뀌고 주인이 바뀐다. 고용보험법은 1인 자영업자나 50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자영업자도 적용 제외 사업이 아니면 임의가입할 수 있도록 하지만, 2018년 고용노동부 추정 가입율이 0.5%다. 나 교수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취업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려면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기여와 혜택을 통일 시켜 보편적인 제도로 운영하는 편이 바람직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고용보험을 개인별로 합산된 국세청 과세소득 기반의 체계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무급가족종사자, 그야말로 아무 대책이 없다


1인 자영업자 또는 4명 이하 고용 영세 자영업자는 배우자 등 가족의 무급노동으로 지탱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가 같이 자영업을 하면 대부분 사업자등록은 남편 명의로 하고 아내는 무급가족종사자가 되므로, 결국 무급가족종사자의 2/3 이상은 노동자나 크게 다름없는 시간 동안 일하는 기혼 여성이다. 이들은 자기 이름으로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현행법으로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방법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무급가족종사자가 실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무급가족종사자의 대부분은 자영업자의 배우자이므로, 일단 무급가족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부터 허용해야 한다. 무급가족종사자가 자신의 배우자인 자영업자의 어느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지를 신고하면, 신고 이후 그 사업에서 생긴 소득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절반씩 얻은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 등이 제기되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


2019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 93.2만 명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율은 2.3%, 일일 노동자 74.8만 명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율도 5.7%에 불과했다. 최근 사업주가 초단시간 노동자의 사회보장 및 휴식권 보장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전일제 일자리를 2~3명의 초단시간 노동자로 대체하는 ‘쪼개기 계약’사례가 늘면서, 초단시간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 저학력, 노년층 또는 청년층 저소득 노동자다.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부가조사 결과 초단시간 노동자는 93.2만 명으로, 보건사회서비스업(28.5%), 숙박·음식점업(17.3%), 교육 서비스(13.8%)에 종사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57.4%다. 코로나19로 고용불안이 심각한 분야다. 현행 고용보험법은 초단시간 노동자가 재직 3개월이 되지 않으면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적용제외 규정을 없애야 가장 취약한 계층의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65세 이상 취업자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65세 이상 취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11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35%가 일하고 있고, 전년 대비 65세 이상 인구 증가율보다 취업자 증가율이 배 이상 높다. 

하지만 현행 고용보험법상 65세 이상 취업자는 65세 이전에 고용보험에 가입한 뒤 비자발적으로 퇴사하거나 폐업할 때만 실업급여 지급대상이 된다. 퇴직 후 65세가 넘어 근로자로 신규 채용되거나 개업한 경우에는 실업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한 중장년취업 지원 관련 취업 성공패키지 신청 가능 연령이 2017년부터 65세 이하에서 69세 이하로 높아졌다. 15세부터 64세까지로 규정된 생산가능인구 기준을 15세부터 69세로 변경하는 논의도 이뤄진다. 노인 경제활동 참가율이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을 반영해, 실업급여 적용제외 연령 또한 현행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려 사각지대를 줄이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농·림·어업 종사자


현행 고용보험법 제8조,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1호는 농·림·어업 중 법인이 아닌 자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영세 사업주가 고용한 농·림·어업노동자는 파종기나 수확기에 단기간 일하는 등 고용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당연 가입대상에서 농·림·어업 영세업체 노동자를 제외하는 규정은 삭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보험료징수법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56조의5 제3호는 자영업자 가운데 농·림·어업 중 법인 아닌 사업자가 상시 4명 이하를 고용하는 경우를 임의가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농·림·어업 영세 사업자는 임의가입도 차단된 것이다. 영세 사업자가 법인이나 5명 이상 고용 사업자보다 실업과 소득감소의 위험에 더 가까이 있는 것은 농·림·어업도 마찬가지다.



고용보험 개정 해외 사례

덴마크

덴마크는 2017년 자영업자와 비정형 근로자에게도 임금노동자와 같은 실업보험 제도를 적용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8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실업보험 수급 자격과 수급액이 근로자/자영업자의 종사상 지위 구분과 관계없이 이전의 소득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덴마크에서는 이전에도 자영업자가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으나, 자영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기금이 따로 있었고 수급 기준도 달랐다. 새 제도에서는 국세청에 신고된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를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보험 자격과 기여액이 결정된다. 이전에는 임금근로자면서 동시에 자영업을 겸업하는 경우, 임금소득만을 근거로 실업급여를 수급했으나 새로운 제도에서는 합산 소득이 적용된다. 덴마크에 거주하는 18~63세 인구로 소득 활동을하는 자라면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덴마크의 실업보험은 의무가입이 아니고 가입 여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한 ‘노동시장분담금’을 이미 납부한 상태에서 약간의 추가적인 금액을 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혜택이 크기 때문에 가입율이 높다.

프랑스

프랑스는 2018년 기존에는 배제됐던 자영업자를 실업보험체계에 포함하는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임금의 2.4%를 납부하던 임금근로자의 실업 보험료를 폐지하는 대신 일종의 사회보장 조세인 일반사회기여금(General Social Contribution)을 1.7% 인상하여 재원을 마련했다. 그에 따라 임금노동자는 소득의 7.5%에서 9.2%로 인상됐고 자영업자는 8.0%에서 9.7%로 인상됐다. 근로자 임금의 4%를 내던 고용주의 기여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임금노동자의 경우, 수급요건은 이전에 지난 28개월 중 4개월 이상의 근로 이력을 요구하던 것에서 2019년 11월부터는 6개월 이상의 근로 이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강화됐다. 마련된 실업보험 재원을 통해 자영업자는 월정액으로, 임금노동자는 소득비례 급여로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제도를 세웠다. 프랑스의 실업보험 개혁은 임금노동자를 넘어 모든 취업자로 적용 대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보편주의 원리를 실현했다.


변화하는 노동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KLI)의 ‘비정규직 고용과 근로조건’ 보고서의 노조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비율조사 결과 전체 임금 근로자의 7.2%만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2.8%는 노동시장 변화의 큰 흐름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산업화 시기 대공장을 기반으로 한 노동이 ‘고체’라면 디지털 시대에는 노동이 녹아내려 ‘액체’로 변화하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권이 약화해온 한국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은 깨져있던 그릇에 물을 담자 퍽 하고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상황이다. 직장에 고용되면 복지와 노후까지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 그런 변화에 대한 준비가 우리 사회의 숙제로 주어져 있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도록 ‘노동’ 개념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인 재난과 경제 위기,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지금,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실업과 소득감소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의 도입이 절실하다. 코로나19는 4차 산업혁명의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전 산업에서 일어나면서 정보통신 분야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고, 제조업 노동의 로봇화가 촉진될 것이다. 교육과 행정, 소비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사람의 이동은 줄고 물건의 이동과 정보의 유통은 늘며, 보건의료 및 돌봄서비스 인력 필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사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초단시간 노동자, 영세업체 노동자다. 자영업자들도 늘어가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과 파산으로 몰려간다. 경제위기의 타격을 가장 먼저 받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고용안전망이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에게 긴급지원금을 주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피해받는 모두를 구제할 수 없고, 아무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일회성 자금지원만 계속할 수도 없다. 지금 취업자 절반이 아니라 전체를 포괄하는 고용 안전망을 만들어야 길어지는 경제 위기에 대처하고 경제회복까지 국민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장준원 기자 jjw16@knu.ac.kr 
편집 조현진 기자 jhj20@knu.ac.kr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