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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수신료 문제는 왜 풀기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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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KBS 수신료 인상 논란이 제기되면서 40년 넘게 풀지 못하고 있는 수신료 문제가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수신료 문제는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실패한 패턴을 반복하며 인상의 필요성이 지지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공영 방송 KBS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부족하고, 공적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KBS의 프로그램 품질, 재정 투명성, 사회적 역할, 수행 능력에 대한 시청자의 부정적 평가는 재정부담 의지와 반비례한 다. 시청자가 수신료 2,500원을 커피 한 잔 값보다 아깝다고 여기면 가성비(價性比)에서, 차라리 돈을 더 지불해 넷플릭스를 보겠다면 가심비(價心比)에서 밀리는 것이다. 

둘째는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갈등과 난맥상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수신료는 KBS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하고, 공사가 이를 부과·징수한다. 절차도 복잡하고 이해득실에 따라 입장을 계속 번복한다. 국회에서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도 명분이 부족한 수신료 인상의 총대를 메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셋째는 조직 내부의 자구책과 책임감 없이 시민의 주머니에만 기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사원은 KBS가 불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줄이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선행한 뒤 부족한 재원을 수신료 인상과 제한적인 광고 수입으로 충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수차례 지적하였다. 억대연봉자의 과반이 무보직인 방만한 경영과 비합리적인 역피라미드형 조직구조 해결없이 KBS가 자기필요에 의해 제기한 수신료 인상안은 공감하기 어렵다. 

방송은 한정된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고 희소성 있는 주파수 영역을 활용하기에 공공재로 분류된다. 공적 자산은 국가의 압력이나 상업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될 때 본연의 임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인 믿음이다. 

이에 따라 KBS가 건전한 여론형성, 공 정한 정보제공, 문화발전 토대마련 등 공적 역할을 안정적,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수신료 제도로 뒷받침할 필요성은 존재한다. 수신료는 KBS가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얻을 수 있는 대가인 동시에 시민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특별부 담금인 셈이다. 

공영방송과 시민 사이에 형성된 가치증명과 기본권보장의 양립관계는 수신료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수신료는 ‘집합재원’으로 공영방송과 시청자 간에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공공재 측면에서 보편적 서비스의 시장실패를 방지하고 공적가치를 실현한다는 사회경제적 의미를 지닌다. 

공영방송에 대한 시민의 개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가능하다. 하나는 시민이 방송에 공익성을 직접 요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 자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이 공영방송에 공익성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시청료 거부운동이고, 방송 자체를 지원하는 방법은 수신료지불에 해당하는데, 이 두 가지 개입행위는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신료 문제만큼 사회적 인지부조화가 작동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립적이고 수준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방송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한 거부감을 갖거나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문제 해결의 물꼬는 KBS가 터야 한다. 방만한 경영, 비합리적인 조직구조, 꾸준한 편파보도 시비는 시민들이 공영방송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수신료 인상을 회피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방송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을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며, 공적 책무를 실현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KBS의 재원운영을 안정시키는 일은 종착점이 아니다. 오히려 KBS에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부여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수신료 제도 개선과 공영방송 회계 제도 개선을 반드시 병행하도록 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수신료와 정치 이슈를 분리해 방송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 

KBS는 수신료 인상안을 올 3월 국회에 상정하고 6월까지 준비해 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수신료만 인상되면 공적 채널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재난방송과 디지털 콘텐츠를 확대하는 등 책임감을 세울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내부 개혁이나 자구책 마련은 없다. 수신료산정위원회 설치와 회계분리 등 제도개선에는 모두 부정적이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리도, 공감대도, 돌파력도 보이지 않는다.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고 말이다. 

지금대로라면 수신료 문제는 올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문제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마주할 것이다. 그동안 실패한 패턴과 논란을 반복하며 시간만 야속하게 흘러간다.



정정주 교수

(사회대 신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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