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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현메아리

소중한 시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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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선생님들은 늘 ‘대학교 1학년’이라는 단어에 낭만을 심어주었다. 화사한 꽃이 핀 캠퍼스, 연인과 손을 잡고 걷는 백양로, IT 도서관에서의 밤샘 공부와 센트럴 파크에서의 돗자리 술. 경북대학교에 입학하기로 한 내가 1월에 바랐던 것들이다. 3월이 됐고, 개학은 2주나 미뤄졌다. 4년을 함께할 동기들과의 첫 모임은 실시간 수업이었고, 자취방은 구했지만 기말시험을 칠 때까지 갈 일이 없었다. 그렇게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이 지나갔고, 1학기와 비슷했던 2학기도 어느새 다 흘러갔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20학번들은 여전히 학교가 낯설 것이다. 설렘과 떨림으로 가득 찼어야 할 신입생 시절은, ‘언제쯤 학교에 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방 안에서의 끝없는 고독으로 가득 찼다. 새내기 새로 배움터와 학과 MT, 동아리 가두모집과 대동제는 유튜브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고, 값진 경험이 담긴 조언을 해줄 선배들은 인터넷으로밖에 볼 일이 없었다. 아직 경상대학이 어디에 있는지, 테크노 문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벌써 1년이 지나갔다.
한 해를 다 보내고 아쉬운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는 비단 나만의 아쉬움이 아니라 작년을 살았던 모두의 아쉬움일 것이다. 더 해보고 싶은 것도, 더 가보고 싶은 곳과 더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는데.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는 듯한 작년인데, 21학번 새내기가 들어온다고 한다. 입학식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제 선배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새내기 새로 배움터의 설렘, 꽉 찬 강의실에서 친구와 졸며 듣는 강의,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뛰는 축제와 동아리 활동도 다 즐겨보지 못한 내가 선배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지난 1년이 야속하기만 하다.
한편으론, 그 아쉬움과 허무함이 담긴 1년을 보내야 할 후배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내가 했던 기대들을 그대로 품고 왔을 텐데, 내가 했던 실망들을 가질 1년을 보내겠지.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난 지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해가 작년이었고,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과 행복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아쉬워할 게 아니라, 소중한 몇 명의 사람들과 죽을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된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난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는 사람이 좋다. 작년 한 해가 내게 의미 있었던 이유는, 빛을 소중히 생각할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작년 한 해를 소중함이라는 단어로 정리하고 싶다. 가장 행복했던 한 해의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고 싶기에.
또 한 학번이 들어온다. 병아리들의 끝없는 질문이 이어지겠지, 내가 그랬듯이. 그래도 선배라고, 열심히 검색해가며 대답해주겠지, 선배들이 그랬듯이. 경북대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상황 가운데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는, 곳곳에 숨은 행복을 보고 미소 짓는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임재성(IT대 컴퓨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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