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2 (목)

  • 맑음동두천 -4.5℃
  • 맑음강릉 1.7℃
  • 맑음서울 -3.1℃
  • 맑음대전 -1.4℃
  • 맑음대구 1.2℃
  • 맑음울산 2.0℃
  • 구름많음광주 1.9℃
  • 맑음부산 2.5℃
  • 맑음고창 1.4℃
  • 흐림제주 7.3℃
  • 구름조금강화 -1.6℃
  • 맑음보은 -5.2℃
  • 구름많음금산 -2.4℃
  • 흐림강진군 2.9℃
  • 맑음경주시 1.9℃
  • 맑음거제 2.6℃
기상청 제공

대학시론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URL복사
유시민 이사장과 윤희숙 의원이 헨리 조지(Henry George)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 모두 맞는 말을 했으나 그의 사상의 일부만을 얘기했다. 헨리 조지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진보와 빈곤』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1879년에 출간되었지만 저자의 통찰이 뛰어나서 21세기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설명한다. 다만, 이 책을 의도적으로 오독(誤讀)하고 저자의 사상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전을 잘못 해석해서 사이비종교가 나타나듯이, 이 책을 오독하면 헨리 조지는 선동가 내지 몽상가가 된다. 내가 이해한 헨리 조지는 상식적이고 직관적이며 친(親)시장적인 사람이다.
헨리 조지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는 그를 사회주의자로 보는 것이다. 헨리 조지 사상의 바탕은 노동가치설이다. 임금은 자본에서 나오지 않으므로 자본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노동은 생산하는 즉시 자신의 몫을 가져간다. 여기까지는 마르크스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헨리 조지는 노동과 자본이 적대적이지 않다고 했다. 노동과 자본에게는 지주(地主)라는 공동의 적이 있다. 이 지점에서 헨리 조지는 마르크스와 결별한다. 생산물 중에서 지대를 제외한 나머지가 노동과 자본의 몫이다. 지주의 몫인 지대(地代)가 상승하면 임금과 이자가 하락한다. 임금과 이자는 같이 움직인다. 임금이 높은 지역은 이자도 높고, 임금이 낮은 지역은 이자도 낮다. 한 사회가 진보하더라도 지대가 상승하면 임금과 이자가 오르지 않는다. 빈곤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헨리 조지가 토지의 사적 소유를 부정했다는 오해가 있다. 그는 토지 공유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신(神)이 모든 사람에게 준 토지를 소수의 사람이 독점해서 발생하는 지대를 부정하고, 정부가 불로소득인 지대를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헨리 조지는 지주의 개발행위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사람은 토지를 만들 수 없지만 주택이나 건물을 짓고 황무지를 옥토(沃土)로 바꿀 수 있다. 개발에는 노동이 투입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정당하다. 노동력은 사람의 소유이다. 자연에 노동이 투입되면 자본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노동과 자본의 몫인 임금과 이자는 정당하다. 지대는 정당하지 않다. 사람은 지구의 면적을 한 뼘도 늘릴 수 없다. 
혹자는 헨리 조지의 사상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현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말은 틀렸다.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지대라는 불로소득이 존재한다. 불로소득의 원인이 달라졌을 뿐이다. 헨리 조지가 살던 시대에는 토지생산성 차이로 지대가 발생했다. 생산성이 높은 토지가 희소했다. 인구가 늘고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한계토지가 개발되었고 지대가 발생했다. 지금은 토지의 생산성이 아니라 입지(立地)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위치한 토지에서 지대가 발생한다. 생산성에 비해 입지는 쉽게 변한다. 정부개발에 의해 입지가 달라진다. 어제까지 변두리였던 지역에 지하철역이 생기면 역세권이 되고 지대가 급등한다. 문제는 정부개발에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이 지출된다는 것이다. 정부개발로 발생하는 지대는 불로소득이다. 
지대조세를 도입하면 세금을 더 내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오해이다. 정부가 지대를 환수하면 다른 조세는 필요하지 않다. 잡다한 조세가 지대조세 하나로 대체된다. 징수한 지대조세는 공적인 용도에 지출된다. 결과적으로 지대조세가 모든 사람에게 배분되고 빈곤이 사라진다. 물론 대지주들의 재산이 감소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부유하다. 지대조세를 징수하면 불로소득이 사라지므로 정의가 실현된다. 또한 사람들이 더 이상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이 달성된다. 이에 따라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그것을 소유한다. 토지의 생산성이 최대가 된다. 
헨리 조지의 사상은 단순히 토지제도에 관한 것이 아니다. 지대를 환수하지 않으면 사회가 진보함에 따라 지대가 상승하고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사회는 토지를 소유한 소수의 상류층과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다수의 빈곤층으로 양분된다. 상류층은 사치와 허영에 빠지고 빈곤층은 생계유지에 매몰된다. 대체로 상류층과 빈곤층은 정치와 선거에 관심이 없다. 더구나 빈곤층은 선거에서 자신의 표(票)를 보조금과 바꾼다. 지대를 환수하지 않으면 국가공동체는 와해되고 민주주의가 파괴된다. 그 후에는 전체주의가 득세(得勢)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헨리 조지의 사상은 매우 정치적이다.



오정일 교수
(행정학부)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