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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특성화고 졸업자의 대학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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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들을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진다. 많은 질문 중에서도 ‘어느 고등학교에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1학기가 전면 비대면으로 시행됐지만, 새내기에게 대학생활은 생소하고 신기했다. 첫 수업시간, 이론을 설명하던 교수님께서 ‘이건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죠?’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동기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배우지 못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농업특성화고등학교로 1학년을 제외한 2, 3학년은 대학교처럼 수업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1학년 때는 수1, 국어, 사회 등 인문계 고등학교와 일정 부분 비슷한 교육과정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다른 점은 본인 전공에 대한 수업시간이 있다. 2학년부터는 수업을 선택한다. 선택 과목 중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대부분 학생은 재배, 농산물 마케팅 등 농업과 관련된 수업을 듣는다. 나 또한 그런 대부분 학생과 같이 국·영·수가 아닌 농업 과목을 수강했다.
남들이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는다면 ‘네가 대학에 갈 생각이 있었다면 일반 교과목을 선택했어야지!’라고 말한다. 물론 내가 대학을 준비했다면 농업이 아닌 일반교과목을 수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학 원서를 쓰기 전까지 대학 진학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대학 진학보다 취업에 관심이 있었다.
특성화고등학교의 3학년은 취업을 원하면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2017년 제주에서 현장실습생이 공장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으로 현장실습을 제한적으로 허가해 주며 학교의 대다수 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가지 못했다. 이 사건이 대학진학을 생각하게 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처음 대학 진학을 생각하게 됐고 수능을 준비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해 수시를 지원했다. 취업을 위해 성적 관리를 해둬 대학진학도 고려할 수 있었다. 수시지원 2주 전 처음 자기소개서를 썼다. 담임선생님께 첨삭을 위해 보여 드린 첫 자기소개서는 원래 썼던 내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간색만 보였다. 자기소개서를 아무리 고쳐도 성에 차지 않았고 ‘대학 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수시지원 3일 전까지 자기소개서를 완성하지 못했고 ‘이렇게 하다가 정말 대학 못 간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틀 동안 자기소개서에만 매진해 처음과 아주 다른 자기소개서를 완성했고, 수시전형에 지원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중 가장 떨린 날이 바로 대학 발표날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특성화고등학교 졸업했는데 취업하지 않고 대학에 온 거 후회하지 않으냐?’라고 종종 물어본다. 내 주변에도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친구들이 많이 있다. 돈을 버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내가 선택해서 대학에 진학한 만큼 대학생활을 즐기고 여러 경험을 해보려 한다. 그 경험은 대외활동이 될 수도 있고, 학과 공부가 될 수도 있다. 처음 배우는 것은 무엇이든 어렵다. 고등학교 때 배운 전공 내용이 무색해지도록 말이다. 하지만 학년이 오르고 스스로 노력한다면 앞으로는 교수님의 ‘이건 배운 내용이죠?’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많은 경험을 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인주 
대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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