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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세 가지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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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혜수 교수(행정학부)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

<삼국지>를 보면 관우는 조조 휘하의 다섯 관문을 돌파하면서 위험을 벗어났다. 자치단체 통합은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야 하지만, 크게 보면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관문은 자치단체장의 합의이고, 두 번째 관문은 주민의 동의(주민투표)이며, 세 번째 관문은 국회의 승인(특별법 제정)이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은 광주전남 등 다른 지역보다 앞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 주민과 국회의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까지 중앙정부는 주민의 요구가 아닌 국가의 필요에 따라 하향식 자치단체 통합을 추진했다. 그에 따라 중앙정부는 지방의회 의결이나 주민투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다음 법률의 제정으로 끝냈다. 마창진 통합에서는 지방의회 의결이 선택되어 주민들은 참여할 기회가 없었고, 청주청원 통합에서는 주민투표가 선택됐으나 토론과 협의과정이 생략되어 주민들은 정확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한 선택에서 주민들은 배제되거나 깜깜이 투표에 내몰린 것이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은 이러한 관행에서 벗어나서 주민주도의 상향식 접근을 취하고 있다. 상향식 접근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투표에 앞서 시도민과 충분히 협의하는 공론화의 도입이다. 지난 9월 21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행정통합에 관한 시도민의 공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공론(公論)은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형성된 의견을 말하며, 공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공론화이다. 시도민들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통합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의견과 지혜를 투입할 수 있으며, 이후의 주민투표에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내세운 계획을 보면 그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공론화위원회는 토론회, 간담회, 세미나 등을 통해 행정통합에 대해 가감 없이 알리는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홍보의 방식 역시 일방통행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시도민들과 협의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쌍방향 토론이다. 또한 공론화위원회는 충분히 토론한 후 시도민의 의견을 조사하는 이른바 ‘숙의형 공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숙의형 공론조사의 일종인 타운홀 미팅은 시도민들을 무작위로 뽑아 토론과정을 거쳐 행정통합에 대한 공론의 형성에 초점을 둔다. 선발된 시도민들은 전문가 설명, 질의응답, 분임토의 등을 통해 행정통합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러한 공정한 토론을 통해 통합의 필요성, 통합 지방정부의 명칭, 통합의 장단점에 대한 시도민의 공론을 확인하게 된다.  
주민공론화는 주민의 시험대를 통과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이다. 시도민이 행정통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필요성을 인식해야 주민투표에 참여하여 가부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주민투표는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33.4%) 투표 참여에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성립되기 때문에 주민공론화를 통해 주민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국회가 대다수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법률을 제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민공론화는 국회의 관문(특별법 제정)을 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치단체 통합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한 주민공론화의 성공 여부는 시도민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시도민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주민주도의 상향식 행정통합은 빛이 바랠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주민공론화와 주민투표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참여는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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