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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이러스만큼이나 지독한 쓰레기, 플라스틱 팬데믹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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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팬데믹’, 우리가 흔히 아는 플라스틱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합친 신조어다.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 이 단어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바이러스 팬데믹에 빠진 데 이어, 이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증가하자 그 현상을 설명하는 말로 등장했다.
1907년 벨기에에서 최초의 플라스틱이 탄생한 이래,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수십 년. 그러나 최근만큼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적은 없다. <만드는 데 5초, 사용하는 데 5분, 썩는 데 500년>이라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일회용 마스크를 비롯해 비닐장갑, 의료용 페이스실드, 택배용 뽁뽁이, 배달용 일회용기, 일회용 수저 등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늘리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국내에서만 올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폐비닐 비율이 전년도에 비해 10퍼센트 이상씩 늘어났다.
해외의 상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그 중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만 해도 약 2천억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아직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우리 지구에는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매 분 매 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포장재, 일회용기 등 플라스틱 산업을 주력 산업 중 하나로 밀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거의 모든 산업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플라스틱 제조업만큼은 근소하게나마 성장세를 보였을 정도다.
이에 연구자, 기업, 국가들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다. 플라스틱을 더 빨리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찾고, 옥수수, 꽃가루와 같이 생분해 가능한 자연 재료들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대형마트들은 유통 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패키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기도 하고, 각 지자체들은 더욱 강력한 플라스틱 생산 및 폐기 규제를 내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러한 노력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시행하던 미국 일부 주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이를 해제했고, 기업이 아무리 친환경 캠페인을 벌인다 한들 매일 쏟아지는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팬데믹 탈출의 숙제는 개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일회용품을 안 쓰는 일조차 쉽지 않은 시기가 되었으나, 경각심 없이 자꾸만 플라스틱에 기대었다가는 바이러스보다도 플라스틱 폐기물들에 먼저 잡아먹히고 말 판국이다. 그렇다면 기업도, 정부도, 연구원도 아닌 우리는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좋을까? 지금 시대의 가장 큰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단연 일회용 마스크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바깥을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회용 마스크 사용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신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다른 일들을 할 수도 있다. 이전부터 충분히 알려진 방법들이다. 음료를 주문하고서 빨대 없이 마시기. 배달 음식을 시킬 때 일회용 수저만이라도 사용하지 않기.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기. 건강을 위해서 겸사겸사 금연하며 ‘플라스틱 쓰레기의 최고봉’ 담배꽁초들을 없애기 등. 혹은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조금은 기여하는 마음으로 버리기 전에 한번쯤 물에 씻어 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떤가? 그런 작고 사소한 일들에 조금이라도 더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 코로나19 사태의 해답이 보이지 않는 지금, 잠깐의 불편함과 찰나의 인내를 곁들인다면, 이미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공황에 빠진 이 세계를 조금이나마 다독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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