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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떠나지 않아서, 만나지 않아서 행복한 우리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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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란 ‘해마다 일정하게 지키어 즐기거나 기념하는 때’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설(구정), 추석 등이 대표적인 민족 명절로 꼽히며,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매년 이 두 명절의 연휴 기간마다 3천만 명 안팎의 인구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던 현대인들에게는 1년에 몇 안 되는 절호의 가족상봉 기회이지만, 올해에는 이 귀성객들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게 됐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아직까지도 횡행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광화문에서 일부 단체가 불법집회를 강행한 후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3월에 이어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상황이다. 이에 “벌초하러 갔다가 내년 벌초거리 늘어나겠다!”, “딸, 아들아. 고향에 안 오는 것이 효도다!” 등, 재치가 담긴 슬로건들도 속속 등장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영화, 콘서트, 미술품 관람, ‘집콕놀이 공모전’ 등 비대면 문화콘텐츠를 장려하며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이동하지 말 것을 장려하고 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아직까지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같은 규모의 인구 이동이 발생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럽에서는 여름 휴가철 이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여, 일부 국가는 또 다시 봉쇄정책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누적 사망자만 2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경우, 9월 노동절 연휴 이후로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일본 역시 최근 법정 공휴일과 주말을 포함한 연휴 기간을 거친 후, 신규 확진자가 점진적으로 늘어나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휴를 맞아 여행을 즐기려 하거나 귀성하고자 하는 이들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고강도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제주도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관광객이 약 30만 명 방문할 것으로 전망하여 “코로나19 대유행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고 선언했다. 울릉도 역시 매년 연휴 철마다 늘리던 여객선 운항 횟수도 증편하지 않고, 30퍼센트 정도의 귀성객 운임 할인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죽녹원으로 유명한 전남 담양군도 추석 당일에 죽녹원을 비롯한 메타세쿼이아랜드, 소쇄원 등 주요 관광지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자체, 관련 기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을 찾아오는 수도권, 대도시 거주 자녀 세대의 이동을 우려하는 것이다. 충청남도에서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 이번 추석 명절에 고향에 오지 말 것을 부모님들이 먼저 권유해 달라”며 “고향을 방문하는 귀성객은 도 내에서 최대한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국의 노인복지기관 등은 스마트폰으로 ‘추석에는 오지 말고 몸 건강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부모들의 안부영상을 촬영해 자녀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도 많은 시민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방역 노력에 함께 하고 있는 듯하다. 경기도의 경우 “추석 연휴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겠다”라고 응답한 시민이 79퍼센트나 되고, 이들은 각각 “집에서 쉬겠다”, “출근하거나 공부할 것이다”, “개인 취미 활동을 하겠다” 등의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시민의 비율도 19퍼센트, 더 나아가 고향에 가지 않더라도 여행을 떠난다는 시민도 있어 마냥 긴장의 끈을 늦출 수만은 없다. 기나긴 코로나19 상황에 지친 마음, 여행 대신 집에서 안락하게 ‘홈캉스’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또 가족들의 얼굴이 보고 싶다면 영상통화로, 전화통화, 메시지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 어떨까? 혹은 그동안 밀린 공부도 하고 미뤄놨던 책도 읽는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이번 추석, 서로를 만나지 않아서 행복한, 멀리 떠나지 않고 집에 머물러 알찬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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