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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실질적 자유를 위한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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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제는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 등과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심화하는 소득 양극화.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미래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지만 성장의 결실은 소수의 상위층만 향유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통계청의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5분위) 소득을 하위 20%(1분위) 소득으로 나눠 구하는 5분위 배율이 지난 1분기 5.41로 나타났다. 5분위 배율은 외환위기인 1997년 3.80에서 1998년 4.55로 심화됐고, 이 수치는 금융위기인 2008년 4.88에서 2009년 4.97로 악화됐다. 산업구조 변화, 노동시장 안정성 저하,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기업의 보수적·안정적 경영행태, 교육수준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 소득재분배 기능 악화 등 구조적 원인에서 불평등이 기인한 만큼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 소득이 일부에게 편중되는 현상을 완화하려고 노력했지만, 빈부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기업 성장에 따라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업은 개선되지 않았고 기업의 성과는 낙수효과라는 기대와는 달리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미치지 못했다. 이상이 기본소득이라는 담론이 힘을 얻기 시작하는 배경이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빈곤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천연자원, 공공시설 등 공유재의 관념에 기초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몫에 대한 권리의 일환으로 주장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의 주창자 중 하나인 필립 판 파리에스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출발점으로서 개개인 모두를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은 채 진정한 사회의 주체로 세우는 기초라고 한다. 이러한 점이 기본소득은 좌우파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인 듯하다●




1. 기본소득 등장 배경

많은 논자들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야기한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생산 방식의 자동화로 인한 탈노동화 과정이 초래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으로 기본 소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는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일자리가 없어 삶의 불안이 크다. 또한 생산의 자동화는 고용을 줄인다. 컴퓨터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해 사무, 제조 분야의 기계적으로 반복되던 일이 자동화됐다.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대신 수행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는 재무, 회계, 인사, 영업, 생산, 구매, 물류 분야 전반에 걸쳐 급속도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이 2018년 29개국 20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력’보고서를 보면 2030년까지 인공지능에 의해 GDP가 15조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자리의 30%가 줄어들며, 교육수준이 낮은 근로자가 자동화 영향으로 위협받는 일자리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자동화 혁신은 노동집약형 반복 업무에 우선 적용되며, 2021년에는 글로벌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규모가 12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 및 제조 분야를 비롯해 산업 전 분야에 첨단 기술을 적용한 혁신이 확산돼 노동집약형 산업의 실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화 혁신에 따른 실업이 문제가 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수단을 찾고, 뿐만 아니라 생산성 및 기업운영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에 따라 일정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는 중장기 미래 정책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유력한 대답의 하나로서 검토되고 있다.

2. 기본소득 정의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의 전신인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Basic Income European Network)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루뱅대학교 필리프 판 파리에스 교수는 기본소득을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무조건적으로, 자산심사나 노동요구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으로 정의했다. 기본소득을 한국사회에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asic Income Korea Network)는 2016년 서울에서 열린 기본소득 총회에서 기본소득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제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으로 정의한다. 


3. 기본소득의 구성 요소

기본소득네트워크(BIEN & BIKN)가 공동으로 취하고 있는 기본소득의 개념은 기본소득의 다섯 가지의 구성원칙인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이 담겨 있다. 기초소득한국네트워크는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으로’라는 ‘충분성’도 기본소득의 구성원칙 중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다. 

보편성
기본소득의 보편성은 사회에 속한 구성원일 경우 그들 모두가 지급대상이 됨을 의미한다. 보편성은 국적, 지역, 연령, 성별 차이를 불문한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기본소득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고, 근로연령대가 아닌 갓난아이나 노인의 경우도 기본소득을 요구할 권리가 발생한다.

무조건성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은 기본소득의 수급 자격과 관련된 사항으로 개인의 소득이나 재산 수준과 상관없이 지급하는 것이다. 복지제도는 복지 수급권자의 복지수급 여부를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 자산에 대한 조사를 통해 판단한다. 반면 기본소득은 노동을 하거나 또는 노동을 하려는 의사 여부,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나 사회보험료의 납부와 무관하게 지급된다. 

개별성
기본소득의 개별성이란 가구가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본소득의 정신이 개인의 자유(경제적, 실질적 자유 경제적 이유로 인한 타인의 지배에서의 자유)에 있는 만큼 기본소득이 ‘개인’의 삶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사상을 반영한다. 개별성은 남성 가구주에 의존하던 가구 내 여성이나 아동도 독립적 개별 주체가 되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주기성
주기성은 기본소득의 일회성 지급이 아닌 주기적인 시간 간격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본소득은 꾸준히 지급돼 개인의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기본소득이 일회성 지급으로 끝난다면, 기본소득을 일시에 탕진해 삶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 기본소득의 주기성은 개인의 삶 평생 지급함을 전제한다.

현금성
기본소득의 현금성은 기본소득을 현물이나 특정 목적의 사용을 전제한 이용권(바우처) 형태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효용에서 현물이 아닌 현금이 월등히 낫다는 것은 경제학의 소비자 효용이론이 이미 입증됐다. 현금은 현물보다 개인의 소비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충분성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는 기본소득의 구성요소로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으로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본소득의 충분성이 최저생계비 수준인지,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실질적(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수준인지가 쟁점이 된다. 기본소득 금액이 너무 작은 수준일 경우 현실적으로 기본소득으로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 굳이 기본소득을 고려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4. 기본소득 제도 쟁점

기본소득은 노동의욕을 감소시키는가?
기본소득에 대해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기본소득을 주면 노동의욕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실제로 실증의 문제다. 많은 논자들이 기본소득 하에서 선별복지 시스템에서보다 노동의욕이 오히려 더 고취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가 1인 최저생계비를 월 30만원(3인 가구 90만원)으로 정하고, 1인당 소득이 30만원 이하인 모든 사람에게 30만원의 소득을 보장하는 선별복지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가정하면, 3인 가족을 대표해서 9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 일하던 사람들이라면 일을 중단할지도 모른다. 한 달 열심히 일해서 90만원 이상을 벌면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므로 일을 하지 않고 90만원의 복지혜택을 받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경우는 다르다. 1인당 30만원의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3인 가족 90만원이 기본적으로 보장된다. 이때 90만원의 일자리가 생겼을 때 일을 하더라도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도 더하고 소득도 18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2019년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여한 핀란드 사회보험국 선임경제학자 시그네 야우히아이넨은 ‘핀란드 실업자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를 분석하면서,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엄격한 조건을 내세운 것보다 구직활동이 줄지 않아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주었다”며 “오히려 기본소득을 받은 그룹이 삶의 만족도나 안정감, 사회적 복지가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이 보장해야 하는 적절한 삶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기본소득 보장 금액에 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기준이 설정되겠지만, 기본소득이 기존의 복지제도를 대체하는 것이라면 최소 그 수준은 돼야 한다. 2016년 기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의 경우 생계급여 지급기준(기준 중위소득의 29%)은 인구비중이 가장 많은 4인 가구가 1,273,516원이고, 최대 지급액은 117만원으로 1인당 30만원에 미달한다. 따라서 기본소득 금액으로 1인당 월 30만원을 상정할 수 있다. 또한 65세 이상의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월 20만원이고, 근로소득이 있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근로장려금은 연간 70만~210만원이다(월 5.8~17.5만원). 이 급부들은 중복 지급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므로 기본소득은 월 30만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본소득의 목적은 모든 사회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다. 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수준은 정의될 수 없고, 우선 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한 최저생계비라는 국민기본선을 기준으로 삼는다. 월 30만원은 가장 낮은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헌법 제 34조 1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주어지는 기본소득은 최소생계비의 보장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본적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기본소득은 탈노동화 시대에 유효한 대안이 되는가?
인공지능 기술혁신 최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등이 중심이 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16년 다보스 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 15개국에서 2020년까지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서 전체적으로 일자리 500만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순 육체노동만을 대체하던 과거의 자동화와 달리 AI는 기존에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운전, 번역 및 기초적인 글쓰기 같은 작업도 대체할 것이고, 결국 AI가 일궈내는 경제성장의 혜택이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사회보험 체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로를 통해 삶을 영위한다는 전제하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보험은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소득으로 보험료를 부담하고 이후에 노동을 계속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그 적립된 보험료로부터 혜택을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탈노동화의 시대에 이러한 시스템이 계속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노동시장에 기존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형태의 노동이 만연할 뿐 아니라 이들 내부에서의 분화도 점차 심화되어가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근로여부를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는 기본소득제도는 탈노동화 시대에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일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지원이 이루어지려면 선별적 지급이 더 효과적인 것 아닌가?
부자가 돈을 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혜택을 얻는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복지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누구는 돈을 더 내고 누구는 돈을 덜 낼 수는 있어도 그렇게 마련된 자원으로부터 누구나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1997년 도입된 기초생활수급제도는 수급대상자이 확대되지 못하고 아직도 시작할 때의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시작된 무상급식은 1년만에 전국으로 퍼졌고,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의 공약을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기본소득 재원 확보가 가능한가?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 자유주의 국가는 사회 구성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헌법 제 23조에 따라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그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한다. 기본소득 재원확보 과정에서 납세 부담이 가중되거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면, 헌법이 정하는 바대로 내용과 한계를 정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재원 확보를 위해 기존의 조세체계 하에서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의 직접세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증세는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논자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인공지능세나 데이터세 등 대안적인 세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혹은 다른 행정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별도의 세원을 마련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알레스카처럼 공동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연자원이 있는 것도 아닌 우리의 경우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재원확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5. 세계 기본소득 실험 주요 사례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경기도는 2019년 4월 1일부터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에 3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계속 거주하거나 전체 합산 10년 이상을 거주한 만24세 청년에게 분기당 25만 원, 연간 최대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의 정책효과 분석: 사전 및 사후조사 비교’ 보고서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수급자(만 24세)를 실험대상으로, 경기도 외 지역 청년(만 24세)을 비교 대상으로 사전·사후 패널조사(양적 조사)를 실시했다. 양적 조사의 경우 5개 분석 범주(행복, 건강과 식생활, 인식과 태도, 경제활동, 꿈-자본)를 적용했고, 그 결과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긍정적 정책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조사 이외에 청년기본소득을 지급받은 청년 33명을 대상으로 한 질적 조사(FGI; 집중집단면접) 결과 ‘남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어서 삶의 만족도가 개선되었다’, ‘한 줄기 빛이었다’ 등 대부분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은 지난 4월 9일 ‘경기연구원 보도’를 통해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본 시도로 청년기본소득 사업이 힘을 받고 지속적 추진 근거를 확보한 셈이며, 향후 국가나 타 지자체 차원에서 기본소득 사업을 추진하는 데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우간다 에이트 실험
벨기에의 자선단체인 에이트(Eight)는 2017년부터 2년간 우간다의 50가구로 구성된 부시비라는 마을의 주민 모두에게 무조건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기본소득의 금액은 성인에게 월 18.25 US달러, 아동에게 월 9.13 US달러인데, 이는 우간다 저소득 가구 평균소득의 약 30%에 해당한다. 에이트 홈페이지의 수치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지급한 결과 학교 출석률이 50%에서 92.7%로 증가했고, 더 많고 다양한 식생활을 하고, 병원 방문이 감소했으며, 마을 내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이 2개에서 20개로 10배 증가했다. 또한 주민의 80%가 삶의 만족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도구로 여겨지던 여성과 아이들의 선택의 자유를 증가시키며 마을의 웃음을 가져왔다.


6. 기본소득의 필요성

기본소득은 열린 제도다. 기본소득은 현재 진행형이지 완성된 정책이 아니다. 기본소득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지만 많은 오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능력에 따른 차별을 배제하지 않는다. 각자의 것은 각자가 갖지만, 모두의 것은 모두가 가져야 한다.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공산주의 이념과는 다르다. 기본소득은 경쟁을 부정하지 않고, 양극화와 기울어진 운동장이 왜곡시킨 경쟁의 활력을 증진시킨다. 자유주의는 개인주의와 결합해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부추기고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하게 만들었다. 기본소득은 자유의 필요조건인 물질적 자유를 공동체가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신장시킬 것이다. 공동체에 의한 개인의 실질적 자유에 대한 보장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이자 타자에 대한 배려로서의 공동체 감각의 향상, 즉 공동체주의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자유와 평등,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매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개인 연주자가 오케스트라를 인격적인 주체로 인정하듯,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은 공동체를 통해 비로소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공동체를 지속하는 해법으로서 기본소득제도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본교 최한수 교수(경상대 경제)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지만 충분한 사회경제적 효과들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기본소득을 강하게 주장하는 근거는 액수가 너무 적고 일회성이 강해 기본소득이 한국에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준원 기자 jjw16@knu.ac.kr
편집 곽나영 기자 gny18@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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