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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발효≠부패, 세상 까다로운 발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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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철, 상온에 음식을 두면 금방 상해 먹을 수 없게 된다. 실수로 상한 음식을 먹었다간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여름엔 좀 더 주의해야한다. 반면 치즈나 요거트 같이 발효라는 이름으로 일부러 상하게 해서 먹는 음식도 있다. 심지어 발효식품들은 먹으면 몸을 더 건강하게 해주는 등 좋은 효과를 낸다. 최근 국제 학술지 『임상·변환 알레르기(Clinical and Translational Allergy)』에는 김치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폐의학과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김치의 효능은 이제 말하기 입 아플 정도다. 발효, 겉보기엔 부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기는 걸까?●

부패하지 않고 청렴한 발효
발효는 좁은 의미로는 미생물이 산소 없이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대사과정을 말하고 넓은 의미로는 미생물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해 에너지와 부산물을 얻는데 일반적으로 이때 생성되는 부산물에 따라 발효의 종류가 정해진다. 따지고 보면 미생물이 부산물을 얻기 위해 발효를 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얻기 위해 발효를 했는데 부산물이 생긴 것이라 볼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발효는 분해과정에 산소가 참여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크게 산소가 존재해선 안 되는 혐기성 발효와 산소가 필요한 호기성 발효로 구분된다.
혐기성 발효에는 가장 잘 알려진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가 있다. 먼저 알코올 발효는 포도당, 과당과 같은 당류를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면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과정을 말한다. 알코올 발효를 하는 대표적인 미생물은 효모다. 효모는 광합성을 하거나 운동하지 않는 단세포 미생물로 약 15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효모는 양조나 제빵에 사용되는 Saccharomyces(사카로미세스)다. 알코올 발효는 양조과정에 이용된다.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막걸리는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술로 만드는 과정에서 따로 알코올을 집어넣지 않는다. 그렇다면 곡물이 어떻게 술이 되는 걸까? 정답은 누룩을 넣기 때문이다. 누룩은 곡물에 누룩곰팡이, 효모, 젖산균 등을 배양한 우리나라 전통 술 발효제다. 곡물은 탄수화물로 이뤄져 있는데 누룩 속의 아밀레이스라는 효소가 탄수화물을 분해해 당으로 만든다. 누룩 속 효모는 이 당을 이용해 알코올 발효를 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와 함께 에탄올과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포도당을 예로 간단하게 화학반응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알코올 발효의 증거로 막걸리를 만들 때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기포가 올라오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기포는 알코올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로 이 현상을 술이 끓는다고 표현한다. 술이 끓는 소리는 무척 매력적이라고 한다. 맥주, 와인의 양조과정도 막걸리와 비슷하다. 
알코올 발효는 제빵과정에서도 이용된다. 빵을 만들 때 반죽에 이스트를 넣어주면 이스트가 반죽의 당을 분해해 알코올 발효를 한다. 이때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빵 반죽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 반죽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함께 생성된 에탄올은 빵의 풍미를 높여준다.
젖산발효는 당류를 분해해 젖산과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과정을 말한다. 젖산발효를 하는 대표적인 미생물은 젖산균이다. 젖산균은 유산균이라고도 한다. 젖산발효는 부산물에 따라 동형발효와 이형발효로 나뉜다. 동형발효는 부산물로 젖산만 생성되고 이형발효는 부산물로 젖산과  함께 아세트산, 알코올, 이산화탄소 등 다른 부산물들이 생성된다. 젖산발효에서 생성되는 젖산은 병원균과 유해세균이 생기는 것을 막는 성질이 있어 식품을 만드는데 이용하기 좋고 유제품류, 김치류, 장류 등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배추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배추에는 젖산균을 포함한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에서 젖산균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없어진다. 김치가 처음 담궈지면 먼저 이형젖산발효가 시작된다. 김치의 이형발효젖산균은 양념과 배추에 포함된 당을 이용해 젖산과 아세트산, 이산화탄소 등 다른 부산물들을 만들어낸다. 이 부산물들은 김치의 맛을 이루며 톡쏘는 맛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로 포도당이 이형젖산발효 하는 과정을 화학반응식으로 간단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김치가 적당히 익은 시기를 지나면 이형발효젖산균의 활동이 줄어들고 동형발효젖산균이 많아진다. 동형발효를 통해서는 젖산 밖에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김치가 많이 익으면 신김치가 되는 것이다. 예로 포도당이 동형젖산발효 하는 과정을 화학반응식으로 간단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젖산균은 섭취 시 장 내에 서식하면서 장이 원활히 기능하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호기성 발효에는 아세트산 발효가 있다. 아세트산 발효는 알코올을 산화해 아세트알데히드를 거쳐 아세트산과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과정을 말한다. 아세트산 발효를 하는 대표적인 미생물은 아세트산균이다. 아까 다뤘던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 단계를 더 거치면 아세트산 발효가 일어난다. 막걸리를 오래 두면 막걸리의 알코올을 산소가 분해하면서 아세트산 발효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 막걸리에 신맛이 생긴다. 아세트산 발효과정을 화학반응식으로 간단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아세트산 발효를 통해 식초를 제조하기도 한다.

온실 속 발효 vs 야생의 부패
그럼 발효는 부패와 어떻게 다를까? 부패는 미생물에 의해 물질이 변질돼 인간에게 해로운 물질이 생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부패란 화학반응을 통해 아민, 암모니아, 황화수소 같은 독성을 갖고 악취를 유발하는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결국 발효와 부패는 미생물이 물질을 변질시킨다는 점에서 뿌리는 같지만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이 생성되는지 해로운 물질이 생성되는지에 따라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물질이 생성될지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부패는 자연적으로 유기물에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습하고 통풍이 잘 되지 않고 온도가 따뜻한 환경에서 더 잘 부패된다. 발효는 특정한 조건과 환경 하에서만 발생한다. 먼저 온도. 온도는 습도와 직결된다. 너무 건조해도 너무 습해도 발효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또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발효균이 모두 죽을 수 있다. 발효는 식재료마다 알맞은 발효온도가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알코올 발효엔 15~30도의 온도가 적당한데 레드와인은 25~30도, 화이트와인은 20도 이하가 적당하다. 다음은 시간. 발효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적정 시간 이상으로 과발효하면 부패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걸어서 발효 속으로, 세계의 발효식품
발효는 미생물이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라지만 우리는 발효를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데 이용하고 있다. 전 세계의 발효식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동양은 서양에 비해 농수산물이 발달해 농수산 발효음식이 많다.
▸김치: 세계 5대 슈퍼푸드에 선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그 효능이 입증된 한국의 발효식품이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연구진이 김치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그 상관관계를 주장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막에 있는 ACE2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데 발효한 배추는 ACE2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노화 방지, 성인병 예방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낫또: 김치와 함께 세계 5대 슈퍼푸드에 선정된 일본의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의 청국장과 비슷한데 삶은 콩을 볏짚에 싸 발효시킨 것이다. 낫또의 끈적한 물질에는 바실러스균이 들어있는데 바실러스균은 장 건강을 좋게 해준다. 또 바실러스균이 분비하는 효소 나토키나아제는 혈전용해 능력이 있어 심혈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취두부: 두부를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삭힌 음식으로 중국의 발효식품이다. 사용한 두부와 소금물의 종류에 따라 지방마다 다양한 취두부가 존재한다. 발효 과정에서 두부 속 특정 아미노산이 물에 분해돼 생긴 황화수소로 엄청난 악취를 풍기지만 고소한 맛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취두부는 발효 과정에서 비타민B12가 다량으로 만들어져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다. 체내에 비타민B12가 부족할 경우 대뇌의 노화가 가속돼 치매가 유발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식물성 유산균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서양은 동양에 비해 목축업이 발달해 축산발효식품이 많다.
▸하몬: 스페인 전통음식으로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시켜 만든 생햄이다.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을 수 있어 술안주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하몬은 만드는데 굉장한 정성을 요하는데 발효 기간만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까지 걸린다. 하몬에는 지방이 올레산 형태로 축적돼 심장병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우어크라우트: 잘게 썬 양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독일의 김치라고 할 수 있는 양배추 절임이다. 최근 프랑스 연구팀이 김치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를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양배추를 썰어 즙이 배어나올 정도로 으깬 후 밀폐용기에 4~6주간 보관해 완성하며 젖산발효가 진행되어 톡 쏘는 신맛이 난다. 유산균이 풍부해 장 건강을 좋게 해주고 양배추 속 비타민U가 위 점막을 보호해준다. 위가 좋지 않은 사람은 생양배추보다 사우어크라우트를 먹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수르스트뢰밍: 세계 1위 악취음식으로 유명한 청어를 발효시켜 만든 스웨덴 북부요리다. 산란기의 봄 청어를 한 달에서 두 달 간 발효시킨 뒤 통조림에 넣어 계속 발효시킨 후 먹는다. 살균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통조림에서 계속 발효되며 할로안나에로비움이란 미생물이 프로피온산, 황화수소, 아세트산 등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통조림을 땄을 때 지독한 냄새가 나게 된다. 주로 둔브뢰드라는 얇은 빵과 먹는다.

자취방에서 만드는 발효음식, 초간단 홈메이드 요거트!
발효식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직접 한 번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많은 조리기구도, 엄청난 요리실력도 필요 없지만 발효의 원리는 모두 들어간 홈메이드 요거트 만들기! 함께 자취방 장금이가 되어보자.


① 준비물: 일반 우유, 마시는 요거트(플레인, 농후발효유), 플라스틱이나 유리 용기, 플라스틱이나 나무 수저(나무젓가락), 용기 덮을 것


② 미지근하게 데운 우유를 용기에 부어준다. 마시는 요거트도 비율을 맞춰 부어주고 수저로 잘 섞어준다.
★비율은 우유1L : 마시는 요거트 한 병(150ml)
★우유의 온도는 찬 기운이 가시고 미지근한, 손등에 올렸을 때 따뜻한 정도


③ 용기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위를 덮은 후 따뜻하고 그늘진 곳에 놓고 발효시켜준다. 
★유제품의 적정 발효 온도는 35~42도
★상온이라면 24시간 정도지만 기온이 높은 요즘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을 수 있으니 잘 확인하기(과발효 주의)


④ 용기를 흔들었을 때 수면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냉장고에 넣어 6~12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냉장고에 넣기 전 순두부 같던 요거트가 냉장고에서 단단해지고 이렇게 파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요거트 완성!
★만들어진 요거트에 우유를 부어 재발효해 다시 요거트 만들기 가능!

김민진 기자/kmj19@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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